모든 시민은 기자다

아들 등록금 때문에 서둘러 합의를 보다

비정규직의 설움 2

등록|2009.02.11 13:52 수정|2009.02.11 13:52

집에서 데워 먹는치료제 한약입니다 ⓒ 홍경석



오늘도 새벽 3시가 못 되어 기상했습니다.
그건 마음에 병이 수북한 때문이었지요.

대저 마음이 아프면 잠을 못 이루는 법입니다.
내일이면 교통사고가 발생한지 50일째입니다.

근데 후유증이 여전하여 어제도
만날 가는 한의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시원스레 완치가 된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니 그제보단 낫더군요.

그래서 어제부터 심사숙고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내일은 (교통사고) 가해자(가 가입한)의
보험회사와 합의를 봐야겠다!’는 것이었지요.

물론 합의를 보고나서 또 몸이 아프면 그 때부턴
제 자비로 병원을 다녀야 한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서둘러 어떤
고육지계(苦肉之計)의 그같은 생각을 떠올린 건
도래하는 아들의 대학 등록금 납부가
현안의 고민 첩첩으로 대두된 때문이었습니다.

얼추 두 달째 지리멸렬했던 생업으로의 행동반경과
공간이동의 불확실로 말미암아 지난 설날도 겨우 쇠었지요.
하지만 이젠 뭔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아니 되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에까지 봉착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으되 아무튼 교통사고의 합의금을 받고
거기에 돈을 더 보태야만 아들의 대학등록금 납부라는
고민이 어찌어찌라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잠시 전, 병원에 입원했을 적에 찾아와 명함을
주고 간 00 보험사의 담당 과장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이젠 그만 합의를 봐야겠습니다...”

담당 과장님은 반가운 투로 전화를 받더군요.
“직장에서 평소 급여는 어떻게 받으시죠?”

순간 숨이 콱 막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보험사의 합의금이란 것은 통상
‘호프만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건 들은 바 있었지요.

여하튼 속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정규직이 아니고 판매수당만 받는 세일즈맨입니다...”

기다렸다는 듯 명쾌한 답이 되돌아왔습니다.
“입원하신 일자가 13일이고...
이미 선생님께 지불해야 할 합의금은 나와 있습니다.”

교통사고 합의금이라는 것이 다다익선(多多益善)이긴 하겠지요.
하지만 제 직업이 비정규직의 출판물 세일즈맨인지라
그같은 바람은 발상만으로도 이미 발칙한 것이었습니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긴 하되 곧
제 통장으로 입금해 주겠노라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비로소 기왕지사 ‘맞을 매’를 이제라도 맞는 것과도 같아
‘매를 맞은 놈은 되레 편히 잔다’는 속담처럼 속은 약간 편해지는 느낌이더군요!

누군가는 보험을 수십 개씩이나 들어두었다가
저의 경우처럼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보험금으로만 엄청난 액수를 ‘타 먹었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저의 경우는 단 하나의 보험조차도 가입해두지 못 한 상황입니다.
당장의 호구지책(糊口之策)도 급한 터에 보험은 무슨 보험이란 말입니까.

어쨌거나 서둘러 합의를 하고 보니 마치
급한 산불에 쫓기는 산토끼 꼴이 바로
저의 모양이란 느낌으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여하튼 ‘마지막’으로 가게 되는 병원 물리치료의
오늘은 원장님과 간호사님들의
그간 정성이 고마워서라도 빈손으론 가지 않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