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메일은 '이메일'이 아니라 '우편물' 말한 것"

[대정부질문] 한 총리, 황당 답변에 궁색한 해명

등록|2009.02.13 17:33 수정|2009.02.13 22:42

▲ '용산참사 대응에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한 이메일 협조공문을 13일 청와대가 인정한 가운데,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13일 정치분야에 관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 한승수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백원우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난 11일 김유정 의원이 물었을 때, 그런 '메일'을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총리는 답했는데 왜 그렇게 답했느냐"고 묻자 "나 영어 좀 한다. '메일'은 '우편물'이란 뜻"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 대체 : 13일 밤 10시 24분]

이석현 의원 김유정 의원이 지난 11일 현안질의 때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을 때, 총리는 모르고 있었죠?


한승수 국무총리 몰랐다.


이 의원 김유정 의원은 "문건을 보냈다" 이렇게 말했는데, 총리는 "이메일을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왜 이메일 얘기가 나왔나?


한 총리 그때 이메일이라고 안 그러고 "혹시 메일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했는데 아시다시피 메일은….

이 의원 이메일이 메일이다.


한 총리 메일에는 편지도 있고 우편물도 있다. 통신수단으로서 얘기한 것이다. 메일이라고 한 것을 이메일로 오해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이 의원 메일이라고 그러면 이메일을 말한다. 우편 공문을 메일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한 총리 제가 영어를 좀 한다. 외국에서는 '메일' 그러면 편지를 얘기한다.

"영구가 '나 자장면 안 먹었어요' 하면, 먹었다는 말"

한승수 국무총리는 '청와대 이메일 지침' 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엉뚱한 답변을 해, 무슨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총리는 13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용산참사를 ○○○ 사건(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으로 덮으라는 '청와대 지침'을 알고 있었느냐"는 이석현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한 총리에게 이런 질문을 한 것은, 지난 11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한 총리가 "이러한 의혹에 대해서 조사하시겠습니까, 안 하시겠습니까?"라는 김유정 의원의 질문에 "청와대에서 무슨 메일이 갔는지 뭐가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알아보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문건'이라고 언급했는데 한 총리는 '메일'이라고 답했다는 점에서, 한 총리는 이미 청와대 측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김 의원은 이때 자신의 폭로 내용을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한 총리는 이날 "11일 답변에서 '메일'이라고 한 것은 '이메일'이 아니라 '우편물'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의 이 답변 순간 의원들의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 이석현 의원은 "여기는 대한민국"이라면서 "총리의 답변이 궁색하다"고 쏘아붙였다.

▲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13일 정치분야에 관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연쇄살인사건 적극 활용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이메일 지침에 대해 따져묻고 있다. ⓒ 남소연

한 총리는 "5급행정관이 상급비서관과 상의도 않고 이런 지침성 메일을 보냈다는 것이냐, 청와대가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백원우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도 "이미 검찰의 수사가 끝난 뒤에, 객관적 사실이 다 알려진 뒤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은폐할 이유가 없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백 의원이 청와대가 '이메일 지침'에 대해 부인한 사실을 '은폐'라고 표현한 것을, 한 총리는 '용산 참사' 사건 자체를 은폐했다는 취지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계속 이 같은 답변태도를 보임에 따라 "한 총리가 사건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다"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김유정 의원이 제보를 받은 지난 4일부터 경찰에 확인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한 총리가 사전에 이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된다.

이날 이석현 의원은 부인으로 일관하는 한 총리에게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영구한테 '너 밥 먹었냐' 물었을 때, 영구가 '나 자장면 안 먹었어요'라고 대답하면 결국 영구는 자장면 먹었다는 말 아니냐"고 비꼬는 등 매섭게 몰아붙였다.

"수신인 이름 없이 홍보담당관으로만 돼 있는데, 이게 개인 메일이냐"

▲ '용산참사 대응에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한 이메일 협조공문을 13일 청와대가 인정한 가운데, 김유정 의원의 폭로 내용을 공식 부인했던 한승수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 남소연

이 의원은 "청와대 행정관의 개인적인 행동인 것으로 파악돼 강력한 구두경고를 했다고 한다"는 한 총리에게 "발신인은 국민소통비서관실 이성호 행정관인데 수신인은 이름 없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으로 돼 있다. 이런 개인 메일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어 그는 "이 행정관이 서울경찰청 인사청문팀에도 지침을 보냈으니 조사해 보라"면서 "이게 구두경고로 될 일이냐,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건의하라"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또 "국민소통비서관실은 소통은 그만두고라도 기만이나 하지 말라고 하라"면서 "처음에는 공문양식이 다르니 뭐니 하더니, 이 정권은 증거를 내기 전에는 인정을 안 해서 야당 해먹기도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총리는 이날 "행정관에게 경고를 했으니, 이 정도에서 정리해 주는 게 좋겠다"며 진화를 시도했으나, 행정관이 독자적으로 보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파장은 확산되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에선 7명의 의원이 대정부질문에 나섰으나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