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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바람둥이 청년 '돈 주앙'이 왔다

뮤지컬 <돈 주앙>, 화려한 무대와 열정적 플라멩코 댄스

등록|2009.02.16 10:33 수정|2009.02.16 10:33

▲ 뮤지컬 돈 주앙 중 음악과 술이 있는 Bar에서 '쾌락 Du Plaisir'을 노래하는 돈 주앙 ⓒ (주)NDPK



스페인의 전설적인 바람둥이 청년 '돈 주앙'이 한국에 왔다

지난 2월 6일부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중인 <매혹의 뮤지컬 돈주앙>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을 하고 있는 스페인 원작 프랑스 뮤지컬이다. 영어보다 먼저 세계 첫번째로 다른 언어인 한국어로 공연된다는 점, 오리지널 스페인 플라멩코팀이 출연하여 화려한 플라멩코와 탭댄스를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된 볼거리로는 무엇보다 화려한 무대와 인상적인 조명, 스페인 오리지널 플라멩코팀이 펼치는 열정의 탭댄스를 들 수 있다. 스페인의 그 뜨거운 태양의 열정을 마치 무대로 옮긴듯한 검붉은 색의 의상과 조명으로 특히 1막 '산다는 것', 2막 '슬픔에 잠긴 안달루시아'에 나오는 격렬한 댄스장면은 이 공연의 백미를 장식한다. 스페인 오리지널팀의 활약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극 중 모든 대사는 다른 프랑스 뮤지컬들과 마찬가지로 노래로만 진행 되는데 이 노래들이 거의 전부 우리말인 점은 관객들이 오로지 무대에만 몰입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1막 중 '사랑의 기쁨(쾌락) Du Plaisir', '석상이여 Statue de Pierre', 2막 중 '난 새로워졌지(샹제) Changer', '사랑만이 Seulement L'amour' 등이 이 뮤지컬의 대표적인 곡들인데 이 곡들 외에도 들을만한 좋은 곡들이 많은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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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상이여 Statue de Pierre뮤지컬 돈주앙의 제 1막 중 마리아가 부르는 '석상이여' ⓒ (주)NDPK



고전주의적, 종교적 관점이 강한 스페인 원작에 충실한 뮤지컬

반면 드라마적 극의 전개 면에서는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부분에 있어 다소 아쉬운 점이 있어 보인다. 돈 주앙은 티르소 데몰리나 Tirso de Molina (1584~1648)의 스페인 원작 이후에도 이미 여러 나라에서 수 많은 작품으로 재탄생한 바 있는 캐릭터이지만 뮤지컬 돈주앙은 가장 고전주의적이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원전의 해석에 충실하려 하다보니 두시간 내에 주인공의 감정과 생각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끌어내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한 점이 있었지 않나 싶다.

특히 내용 자체가 죄악과 징벌, 그리고 구원이라는 권선징악의 교훈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어 감동보다는 오히려 부담스런 무거움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오늘날 뮤지컬을 좋아하는 젊은 관객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인 정서에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지 않나 싶은 점도 있다. 왜 꼭 돈주앙은 죽어야만 하나? 솔직히 보다 유쾌한 돈 주앙을 기대했던 기자에게는 그 점이 좀 실망스러웠다.


따라서 이 뮤지컬은 마치 라보엠이나 투란도트, 나비부인 같은 고전 오페라를 보는 기분으로 상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중세시대의 종교인이 만든 고전주의 문학 작품이라는 측면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따라가 보는 것이다. 자칫 바람둥이 청년 돈 주앙이라는 소재로 인해 왠지 코믹한 드라마가 아닐까라고 기대를 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뮤지컬 돈 주앙의 줄거리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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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 DU PLAISIR뮤지컬 돈 주앙의 대표곡, 돈 주앙이 부르는 '쾌락 Du Plaisir' ⓒ (주)NDPK



주인공 돈 주앙은 스페인의 귀족이자 전설적인 호색한, 방탕, 오만, 무신론자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여성들은 그를 보기만 하면 빠져드는 전형적인 옴므파탈 Homme Fatale이다. 세상의 모든 여자를 가진 듯한 그는 그의 절친한 친구와 아버지, 그리고 그의 정혼녀의 끊임없는 충고에도 결코 귀 귀울이지 않고 자신만의 고집으로 방탕한 생활을 계속한다.
 
어느날 그는 존경받는 한 기사의 딸을 유혹하다 기사와 결투를 벌이게 되고 결국 그 기사를 죽이게 된다. 사람들은 세상을 떠난 기사를 기리기 위해 석상을 세우게 되는데 그 석상이 돈 주앙에게 저주를 내리게 된다. 석상의 저주란 바로 돈 주앙이 사랑을 알게 된다는 것. 그 석상의 저주로 돈 주앙은 '마리아'라는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고 전장에 나가 있던 마리아의 정혼자 '라파엘'이 그 사실을 알게되어 돈 주앙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 Bar에서의 집시밴드 로스아미고스 연주와 15인조 플라멩코 팀의 댄스, 그리고 석상 앞에서 돈 주앙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마리아가 부르는 '석상이여'장면 등이 볼 만하다. 

돈 주앙의 아버지 돈 루이스, 그리고 친구 돈 카를로스가 결투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나 그 어떤 노력도 결국 실패한다. 
    -  여기서는 결투를 앞둔 돈 주앙의 머리 위로 다모클레스의 칼이 내려와 있다. 위태로움을 상징하는 다모클레스의 칼 장면이 인상적이다.

마침내 사랑하는 한 사람 마리아를 위해 결투를 벌이게 된 두 사람 돈주앙과 라파엘, 새벽에 약속된 장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스스로의 생명을 건 결투 끝에 결국 돈 주앙이 라파엘의 칼에 맞아 생명을 잃게 된다.
   - 결투 장면에서는 비가 내린다. 비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무빙 라이트들의 연출이 볼 만하다. 또한 마치 투우의 장면을 연상케 하는 장면과 돈 주앙 죽음 장면에서 내려오는 붉은 커튼도 인상적이다.

극의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죄 많은 돈주앙에게 이 세상 만물을 관장하는 신의 계획에 의해 가장 가혹하게 징벌을 내린다는 것이다. 사랑도 모른 채 마치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육체의 욕구만 쫓던 돈 주앙이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된다는 것, 그래서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가장 삶의 욕구가 충족한 때에 오히려 그의 목숨을 거둬간다는 것은 정말 가장 가혹한 징벌인 것이다.

돈 주앙과 카사노바

원래 돈 주앙은 민간 전설 속에 등장하는인물인데 스페인의 신부이자 극작가인 티르소 데 몰리나 Tirso de Molina (1584~1648)가 <세비야의 호색가 El burlador de Sevilla>(1630)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 문학으로 형상화한 캐릭터이다. 스페인식 발음으로는 '돈 후앙'이 맞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돈 주앙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흔히 돈 주앙 하면 동시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 유명한 카사노바다. 카사노바는 돈 주앙과 닮은 꼴이면서 또한 많이 다른 캐릭터다. 일단 활동한 시대가 다르고 카사노바가 실존인물이었던 반면 돈 주앙은 원래부터가 민간 전설속의 인물이었다가 티르소 데 몰리나의 문학 속에서 재탄생한 허구의 인물인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 세 명의 돈 주앙 - 주지훈,강태을,김다현 ⓒ (주)ND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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