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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茶道)는 종합예술이다

전통문화(다도) 체험기

등록|2009.02.16 10:56 수정|2009.02.16 10:56
"차를 우려내는 사람은 가장 행복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다도를 배우기 시작한 지 겨우 5개월째인 초보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과 멋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다도예절원에 오기 전에는 다도란 그저 차 끓이고 차를 내는 예절을 배우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아니다. 다도(茶道)는 종합예술이다.

▲ 다도 지인으로부터 받은 연하장 ⓒ 한정희


추사는 조용히 앉아 차의 맑고 깨끗한 색과 향에 취해 있노라면 어느 새 자신의 마음 속에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고 그 흥취를 묘사했다.  이 멋진 글을 받고 너무도 좋아서 벽에 붙여두고 자랑을 한다.

오늘은 '말차'를 처음으로 실습하는 날이라 기대가 큰데 다도예절원에 들어 서자 원장님이 오늘 아침에 옆직이(부군)와 함께 산에서 꺽어 오셨다는 '버들강아지'가 나를 반긴다. 

▲ 산에서 꺽어온 버들강아지 ⓒ 한정희


버들강아지 노래가 절로 나왔다. (원장님은 나만 보면 노래를 부르라 하신다)

버들 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찍고 곤지 찍고
꽃가마 타고 오신다.
봄아가씨는 멋쟁이
머리에다 꽃꽂고
덩실덩실 춤추며
나비 등에 업혀온다.

(봄 아가씨/ 김영일요, 한용희곡) 

차를 끓이기 전에 먼저 퇴계선생의 매화시를 공부한다. 퇴계는 생전에 매화를 사랑하여 2000수의 매화시를 썼다는데 그 중 97편을 원장 선생님이 배우셨다고 하신다.

오늘은 그 네 번째 시

4.望湖堂尋梅 丙午仲春 將歸嶺南
망호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며 병오년 중춘에 장차 영남으로 돌아가려 하다 

望湖堂裏一株梅   망호당 뜰 안에 한 그루 매화꽃.
機度尋春走馬來  몇번이나 봄을 찾아 말을 달려왔던가.
千里歸程離汝負  천리길 사는 길에 그대 저버리지 어려워,
鼓門更作玉山頹  문열고 벗 불러 옥산이 무너지듯 취하리'

퇴계선생 46세 때 명종원년 2월에 쓴 시. 퇴계선생은 '매화가 아내요 학은 아들이다' 고 그의 친구가 말했듯이 그리도 애틋하게 사랑했나보다. 매화를 자신은 梅君, 梅兄이라고 불렀다한다. (옥산퇴玉山頹는 중국 위나라 해강은 술에 취했을 때는 옥산이 무너지는 듯 하였다는데 이 시에서는 술에 마음껒 취한다는 뜻)

자, 이제 말차(가루차) 한 잔 하실까요?

말차(가루차)말차와 말차 상차림 ⓒ 한정희


말차는 물에 차가루를 섞어 다선(찻솔-오른쪽 )으로 찻물이 녹색의 크림같이 될 때까지 저어서 마신다. 다선은 솔바람소리가 나도록 앞뒤로 잘 저어야 하는데 나는 서툴어 원장님이 도와주셨다.

말차에 띄운 산당화말차에 산당화 꽃잎 하나 띄워서 운취를 더했다 ⓒ 한정희


오! 아름다운 연둣빛, 비취색 ! 내가 가장 사랑하는 색이다! 찻자리의 기쁨이요, 황홀경이다. 연둣빛 호수 위에 산당화 꽃하나 띄웠다. 눈으로만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 맛! 씁쓰름하면서도 묘한 상쾌한 맛! (원장님은 말차 마니아라고 하신다) 말차의 그 깊은 뜻과 맛은 차츰 배워 갈 것이다.

다도예절원 입구에 놓인 아름다움 하나

꽃꽂이 (치자) 간단하면서도 멋스런 다화꽂이 ⓒ 한정희


다도는 종합예술이다. 차례 뿐 아니라 노래가 있고 시가 있고 다화꽂이, 도예, 서예와 그림, 춤까지....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배우는 여정은 끝이 없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조선.com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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