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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승리, '종신집권'으로만 볼 것 아니다

[주장] 차베스 개헌 투표 승리의 의미

등록|2009.02.16 16:48 수정|2009.02.16 16:52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 KBS 화면 갈무리


전해지는 소식대로 2009년 2월 15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에서 진행된 개헌투표는 찬성 54%, 반대 46%로 가결되었다. 지난 2007년의 개헌 실패가 투표율 저조에서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 개헌투표의 투표율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보수 언론에서는 독재자 차베스가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고 난리다.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하지 않나? 2009년 2월 15일 개헌 국민투표가 가결된 의미는, 베네수엘라 민중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지도자를 연임 제한이라고 하는 형식적 제약 없이 '선출'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러한 권리를 부여한 것도 민중 자신이지만.

임기 중 대통령 소환 투표 권리 부여

물론 베네수엘라의 민중들은 언제든지 차베스가 잘못하면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리를 이용해서 끌어내릴 수 있다. 전 세계에 유일하게 임기 중 대통령 소환투표의 권리를 국민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 베네수엘라의 헌법이다. 그리고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마다 국민투표를 통해 선출과정을 거친다.

한마디로, 차베스가 마음에 안 들면 선거 때 안 찍거나 중간에 소환투표로 끌어내리면 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통령이 미국산 '미친 소'를 수입해도 국민들이 자체적으로 소환해서 끌어내릴 합법적 방법이 없다.

2007년 12월에 부결된 개헌 투표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개헌안에도 대통령의 연임 제한 문제만이 아니라 민중의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다른 내용들도 함께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모든 사실에는 눈과 귀와 입을 가린 채, 오로지 차베스가 종신집권한다는 선전구호만 외치고 있는 보수 언론들의 본심이 의심스럽다.

왜 그들은 한동안 조용하다가 유독 연임 제한 철폐에만 매달릴까? 베네수엘라 혁명의 찬란한 위업 때문이다. 이미 외국의 보수적인 언론들조차 베네수엘라에서 진행되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차베스 집권 10년 동안 실업자가 극적으로 줄어들었으며, 비(非)석유 분야의 눈부신 발전으로 정부 세수에서 비(非)석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설 만큼 산업 다각화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베네수엘라인은 '혁명'을 택했다

주민들의 자치조직이 활성화되면서 참여 및 직접 민주주의가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관계를 그대로 전할 수 없는 보수 언론들은 그냥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리고 연임 제한 철폐라는 선동 구호를 앞세워 차베스를 종신집권욕구에 불타는 독재자로 묘사하는 것이다.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고 ‘21세기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민중의 민주주의를 실현해나가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일으킨 경제공황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이때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베네수엘라의 성공 사례가 전해질 경우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두려워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임 제한 철폐 외의 다른 소식은 일절 무시하고 함구하는 것이다.

물론 베네수엘라 혁명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게 남아있다. 아직도 베네수엘라의 혁명 과정에 반대하고 있는 40% 내외의 국민들을 설득해 내는 문제는 이후 일정 추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중남미 통합과 같은 대외적인 문제에 열중한 나머지, 치안 문제 같은 국내 문제에는 소홀하다는 불만도 존재한다.

이번 개헌 가결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민중들은 여전히 차베스와 혁명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차베스는 ‘21세기 사회주의’의 기어를 가속으로 바꿀 제도적 정비를 완료했다. 이제 행동만이 남았다. 이번 개헌 투표를 계기로 차베스와 베네수엘라 민중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21세기 사회주의’의 가속페달을 밟아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민중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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