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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GMO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

등록|2009.02.16 18:34 수정|2009.02.17 09:46

GMO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 ⓒ 도솔출판사

평범하게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당장은 약간의 증산효과가 있고, 제초제나 살충제 절약 효과가 있으니 유전자가 조작된 콩을 심으라고 하면, 약간의 고민이 될 것이다. 수확도 조금 더 많고 농약 치는 횟수도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머리를 조금 돌려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해 주는 이가 있다면, 유전자가 조작된 콩 종자를 심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반드시 비싼 종자를 사와야 하고, 로열티를 물어야하는 경우도 있고, 국민건강을 크게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면 말이다.   

<GMO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도솔출판사)의 저자 김은진 선생은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규제할 것인가’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몇 명 안되는 GMO전문가이다. 그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고 있는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2월 초순에 출간된 <GMO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는 국내 최초의 GMO 종합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우선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씨앗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GMO는 이미 우리 밥상을 점령하고 있다. 우리 “밥상을 오염시킨 것은 가공식품이고, 이 모든 가공식품들이 바로 GMO 덩어리들이다”가공식품은 대부분 수입농산물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는 식용, 가공용, 사료용으로 GMO를 수입하는데, 이는 식량자급률이 25퍼센트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식량자급률을 높여 식량 주권을 되찾는 것이 “GMO의 위험에서 우리를 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GMO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가공식품은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말로 표시하게 되어 있다. 두부에 GMO 콩을 썼다면 원재료명이나 제품명에 ‘유전자 재조합 콩’이라고 표시한다.

유명무실한 GMO 표시제 제대로 실시해야

그런데 2001~2005년 GMO 표시 실태 조사에 따르면, GMO 표시제는 유명무실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이 너무 많아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08년 12월 식약청은 모든 GMO에 대해 예외 없이 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 2012년이나 되어야 제대로 된 표시제가 가동될 것이다.

특히 제조 가공 중에 고도로 정제하여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 있다. 수입되는 콩, 옥수수, 면화, 유채는 국내 식품가공업체들에 의해 식용유로 가공되는데 이 규정 탓에 표시 대상이 아니다.

최근에 소비가 늘고 있는 유채유는 전부 캐나다산 GMO로 만들고, 참치 캔에 들어가는 무색의 면실유는 GMO 면화씨로 만든다. 더구나 이 같은 유채나 면화는 표시대상 품목이 아니다. GMO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음식을 튀겨 먹는 식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

시중의 간장도 거의 수입산 콩으로 만든 것인데, 식용유와 같은 이유로 표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은 GMO 콩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모든 음료수에는 과당이 들어가 있는데, 이 과당은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다. 그런데 이 옥수수 전분이 바로 GMO이다. 이것들 역시 같은 이유로 표시 대상이 아니다.

이외에도 식약청이 식용으로 승인한 GMO 식품첨가물이 모두 14가지인데, 이들도 표시 대상이 아니다. 이처럼 GMO는 이미 우리 식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한편, GMO는 다른 경로로도 우리 식탁에 오른다. GMO는 대부분 사료로 쓰인다. 따라서 GMO 문제는 축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가 먹는 소, 돼지는 GMO 사료를 먹을 뿐 아니라 GMO로 만든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자란 것들이다.

축산업자들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이용해 가축을 1년 이내에 키워 내다 판다. 유럽에서는 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자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아이들에게서 두  살 된 여아가 생리를 시작하는 등 2차 성징이 일찍 나타나는 문제가 발생해 금수 조치를 내렸다가 WTO에 제소한 미국에 패소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일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나 돼지에게 GMO 사료를 먹였다거나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힌 것은 표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돈가스나 햄버거는 GMO의 결정체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고기는 물론 기타 부재료들이 대부분 GMO를 원재료로 하는 것들이다. 문제는 어른들보다 면역 기능이 약한 아이들에게 GMO는 더 치명적일 수가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농업진흥청과 대학교, 종자회사 등이 GMO를 개발하고 있는데, 벼, 밀, 감자, 호박, 고추, 마늘, 배추, 오이, 콩, 참깨, 들깨, 양배추, 토마토, 상추, 수박, 사과, 감귤, 인삼 등 우리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될 작물들이 그 실험 대상이어서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GMO에는 대장균, 살모넬라균과 같은 유해 박테리아의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 GMO를 먹은 가축들이 죽어나간다는 것, 그리고 그 배후에는 몬산토 같은 거대 생명공학농업기업이 괴물처럼 버티고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아는가?

벼, 인삼까지 GMO 실험대상... 면역기능 약한 아이들에겐 위험할 수도

2002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웰컴 시아르시 암연구소는 GMO의 알레르기 유발 문제에 관한 연구결과 보고서에서 이유기 아기가 GMO가 들어간 이유식을 먹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GMO 면화로 유명한 인도에서는 2006년에 GMO 면화밭에서 기르던 가축들이 면화 줄기를 먹고 떼죽음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소식은 2007년과 2008년에 국내에서도 TV로 방송이 되었고, 2008 5월 전분당협회가 물엿·포도당·과당 등 식품첨가물 제조용으로 미국산 GMO 옥수수를 수입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되었다.

세계 최초로 GMO의 위험성을 알린 영국의 푸츠타이 박사는 1998년 유전자 조작 감자의 안전성 실험을 했다. 그 감자는 렉틴을 강화한 것으로서, 그는 이 감자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했다. 이 감자를 쥐에게 먹인 결과 면역 체계에 이상을 가져오는 등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가 소속된 로웨트연구소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고, 푸츠타이 박사는 해고되었다.

푸츠타이 박사는 GMO 문제의 또 다른 중요 측면을 건드렸다. 그는 2007년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출판하는 한 계간지의 부탁을 받아 GMO와 관련해 과학자들이 보이는 비양심적 처신을 주제로 글을 썼지만 결국 실리지 못했고, 편집 부주간은 멀리 인도로 발령이 나게 되는 일련의 사건을 겪는다.

국내의 경우도 블루길이라는 외래 어종이 국내에 유입되어 처음에는 한곳에만 머물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나라 전역의 저수지를 점령했듯이 삽입 유전자도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삽입 유전자는 콩이나 옥수수의 원래 유전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 자리가 따로 없다.

단지 인위적으로 자리를 만들어주면 마치 제자리인 양 꿰차고 앉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인데, 과연 그 자리에 얌전히 있을지, 블루길처럼 마구 설치고 다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말없는 물고기들이 블루길에 당하는 것은 낚시꾼들 덕에 금방 발견했다지만, 콩이나 옥수수와 같은 식물의 경우 사람들이 그 만행을 알아채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걸릴 것이다. 마치 광우병이 발현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처럼 말이다.

“스코틀랜드 작물연구소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GMO 작물이 심어진 곳에서 26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벌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한 적이 있다. 유전자 이동은 생태계 내에서 너무도 당연히 이루어지는 것이다.”이런 사례들을 통해 GMO의 안전성은 연구 개발 단계에서부터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GMO는 지금까지 식량 증산 효과가 없었다. 어느 농민도 생산성 향상을 얘기하지 않는다. 다만 제초제나 살충제 절약 효과만이 있을 뿐이다. GMO를 개발한 과학자와 기업만이 아프리카처럼 식량문제가 심각한 곳에서 GMO 작물이 구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미국은 콩 재배 면적의 94퍼센트가 GMO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콩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오히려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줄어든 경우가 많다.

우리가 토종종자의 보존과 개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외국의 GMO종자상들이 개발한 종자만을 수입 판매하는 일에 목을 매면 결국 인도처럼 종자상에 가면 GMO 종자 외에는 일반 종자를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인도의 반다나 시바는 세계적인 GMO 반대 운동가로서 자국의 토종 종자를 발굴하고 재배하여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고 있다

우리도 ‘토종 씨앗 지키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는 하다. 토종 종자 전문가로 잘 알려진 안완식 박사를 주축으로 ‘토종씨드림’이라는 모임이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이 모임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 운동은 저자가 6년에 걸친 “대안 없는 GMO 강의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느끼던 차에” 이르게 된 희망의 대안이다.

<GMO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를 통하여 토종종자의 보존과 유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저자 김은진 박사는 전 GMO반대 생명운동연대 사무국장이다. 1988년부터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국내 농업 문제에 천착해왔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서울환경연합, 생협전국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에서 정책위원 등의 일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법대 및 동 대학원 졸업, 현재 원광대학교 법과대학 전임강사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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