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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어 부스럼 만드는 학업성취도 결과 발표가 안 되길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 학원으로 내 몰리지 말아야 할 것

등록|2009.02.17 09:09 수정|2009.02.17 09:29
지난 10월에 치른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일선 교육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간 균형 차이가 심해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각 시도교육청은 다각적으로 대책 마련에 돌입했으며, 앞으로의 교육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데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

더군다나 교과부가 2011년부터 평가 결과에 따라 행정, 재정적인 불이익을 준다고 밝혀 학업성취도가 불러올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본다. 그리고 시도 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 일선학교에 학력향상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나아가 학교 자체에서도 동 학년 간 성적을 평가하여 성적을 향상시킨 교과 및 담임교사에 한해 인센티브를 적용시킨다면 교사 간의 위화감마저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뿐만 아니라 학교 간 서열이 매겨져 일부 학부모의 경우,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교로 자녀를 보내려고 혈안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급 내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몇 %의 아이들은 성적이 도달될 때까지 나머지 공부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또래 친구들로부터 기초학력 미달자로 놀림을 받아 또한 사기가 저하될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성적을 올린다는 빌미로 아이들이 비인격적인 행동을 강요받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은 저소득층 자녀를 둔 학부모가 아닌가 싶다. 정부로부터 학비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으나 사교육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따라서 교사는 기초학력 미달자인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개학을 앞두고 평소 친분이 있는 한 부모로부터 상담을 요청받은 적이 있었다. 최근 들어,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아이가 학교 가기가 싫다며 투정을 부린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물어도 아이는 대답 대신 짜증만 낸다고 하였다. 고민 끝에 부모는 교사인 내게 상담을 부탁했다.

상담 결과, 그 아이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학원 한번 제대로 보내주지 않은 부모에 대해 불만이 제일 많았다. 그리고 2개 이상의 학원에 다니는 몇 명의 친구 이름을 들먹이며 부러워하였다. 그 아이는 학기 중 수업 시간에 겪은 자신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수업활동에 적극적인 반면 자신은 아이들의 활동에 주눅이 들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수업이 끝나기만 기다렸다고 하였다. 특히 영어 시간에는 선생님의 질문이 두려워 고개만 숙이고 있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모든 수업에 흥미가 없어지게 되고 그나마 알고 있던 내용도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하였다. 모둠 활동에 있어서도 아이들의 발표에 기가 죽어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해 속상한 적도 많았다고 하였다.

대부분의 아이가 학원의 선수학습을 통해 교과 내용을 미리 알고 있는 반면, 자신은 처음 대하는 내용에 이해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하였다. 그런 아이들과 비교해 자신은 늘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심경을 토로하였다. 개학이 가까워짐에 따라 다시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에 지레짐작 겁이나 학교 가는 것이 두렵다고 하였다.

그 아이의 소원은 방학 중에 학원 한번 다녀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번 겨울방학에도 그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다. 내심, 이 문제가 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빈부 격차가 심한 지역일수록 교육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학력 격차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교과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논란을 빚어 온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가 교육현장을 더 혼란스럽게 하여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생계가 어려워 사교육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두 번 울리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한교닷컴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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