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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나와 잠자는 아들의 방을 지나면서

등록|2010.01.02 15:07 수정|2010.01.02 15:07
아들아!
네가 잠들어 있는 방을 지나면서
30년 전 철원의 도창리 산모퉁이에서
캄캄했던 겨울의 아침을 맞이하며
집에 돌아가면 따뜻한 아랫목에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배가 고파서 견딜 수 없을 때까지 잠을 자야겠다고
다짐했던 네 나이였을 때의 나를 보게 되는 구나!

어제 늦은 저녁식사자리에서
너의 이야기를 들으며
네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음을 본
아빠의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구나!

군대에 그냥 남아 있어야 할지…
제대를 하고 외국의 연수를 떠나야 할지…
계속 공부를 더해야 할지…
네 마음속에 남은 여백을 무엇으로 메워야 하는지
아빠가 답을 줄 수 없어
네 몫으로 남겨두어야 하겠구나!

아들아!
이 시대에 사는 너희들을 바라보니 가슴이 저려온다.

"올해 3/4분기 청년층 취업 준비생은 45만 8000명,
직장 구하기를 포기한 청년은 3만 6000명에 이르렀다.
2003년 이후 최악이다.
이 암울한 벽(壁) 앞에서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실무 경력 1년, 어학연수 1년, 토익 900점
여기에 또 뭘 추가해야 직장을 구할 수 있나요."

"어학연수, 자격증, 토익 이런 것 다 돈 없으면 하기 힘들어요.
있는 집 애들은 수천만 원씩 들여 취업 준비해서 좋은 직장 들어가고,
집이 가난하면 취업 준비도 제대로 못하는 거죠.
이젠 취업도 양극화된 겁니다."

"류씨는 한때 취업의 '보증수표'였던
ROTC(학생군사교육단) 출신으로 지난 6월 제대했다.
이후 입사 원서를 30군데 냈지만,
모두 서류 전형에서 떨어지고 면접시험은 단 한 번 봤다.
류씨는 '내 젊음이 너무 비참하고 서글프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오늘 아침 신문에서 읽은 글이란다.

아들아!
너는 자랑스러운 나의 아들인데
아빠가 지금 너에게 해 줄 말은
네가 어릴 때 엄마의 품에서 들었던 이야기 밖에 없구나!
믿었던 형들의 시기와 배반으로 하루아침에 종으로 전락하여
애굽으로 끌려온 요셉의 이야기와
어린 나이에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간 다니엘의 이야기 말이다.

아들아!
네 앞에 감히 근접하지 못할 만한 산이 버티고 서 있다고 하더라도
요셉과 다니엘처럼 희망의 끈을 놓지 말거라
너를 무너트릴 모진 고통이 짓누르고
때로는 달콤한 유혹이 너의 이성을 현혹시켜 무장해제 시키려 할 때
수천 년 전에 살았던 너와 나의 선배 요셉과 다니엘처럼
당당하게 이길 수 있는 강한 신앙과 신념으로 무장하거라.

아들아!
언제나 너를 사랑하시고 힘을 주시며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엄마 아빠가 있는 가정이 천국이란 것을,
엄마가 나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한 존재였다는 것을
군대 가서야 깨달았다는
네 동생의 말처럼
너를 사랑하며 너에게 희망을 가지고 있는
가족이 있음도 있지 말거라.

아들아!
너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랑하며
스스로 용기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어른들이 너희들을 힘들게 만들어도
너희들의 힘으로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힘들 때는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거라.
그래도 참지 못하면
무릎을 꿇어라
하나님께 무릎을 꿇어라.

점심때가 되었어도 네 방에는 기척이 없구나!

아들아!
더 자거라.
모든 시름을 잊고 깊이 잠들다
행복한 꿈을 꾸고 일어나
내일을 향해 달려가거라!

네가 잠들어 있는 방을 지나며
아빠는 뒤꿈치를 들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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