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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 쳐서 먹고 살 거예요"

19세 드럼소녀 나한솔양이 만들어가는 '마이웨이'

등록|2009.02.18 17:50 수정|2009.02.18 17:50
아침 등교 시간. 다른 친구들은 책가방 메고 학교가기 바쁘지만, 한솔 양은 제과점으로 향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다. 아침 7시에서 정오 12시까지 하루 5시간 근무한다.

오후가 되면 한솔 양은 더 바쁘다. ‘행복나눔 지역복지센터’에 있는 연습실에서 드럼 연습을 한다. 하루 중 총 4시간이 드럼 연습시간이다. 그러고도 1주일에 한 번은 서울에 있는 드럼 학원으로 드럼 교습을 받으러 간다. 또래 친구들이 고3인지라 학교에서 한창 공부 중 일 때 한솔 양은 드럼 치느라 한창 바쁜 셈이다.

드럼소녀지난해 안성에서 실시한 청소년들의 그룹사운드 축제 '신나는 공연'에서 한솔 양이 한창 신나게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 송상호




아참, 고등학교는 작년 8월에 졸업했다. 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한 것이다. 친구들이 3년 걸려 고등학교를 졸업할 것을 한솔 양은 1년 8개월 만에 졸업한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한솔 양이 검정고시를 통과할 만큼 좋은 성적의 학생은 아니었다. 중학교 시절엔 반에서 중하위권 성적. 중3 때, 고등학교 배정 통지서를 받고난 후 검정고시를 작심했다는 그녀. 주위에 검정고시생이 있었다는 환경과 함께 그녀의 아버지의 권유가 한 몫을 하여 검정고시의 길에 나섰지만, 워낙 형편없었던 공부 실력 때문에 처음엔 헤맸었다.  기초가 약해서 처음 1년 동안 검정고시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도 했었다.

하지만, 이왕 꿈을 가지고 택한 길. 포기할 수 없었다. 검정고시 준비 2년차에 들어서면서 서울로 유학의 길을 떠났다. 검정고시 학원을 찾아 친척 집에서 공부하게 된 것. 검정고시 학원에서 만난 만학도(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 등)들을 보면서 느낀 바가 컸고, 자신도 이를 악물었기에 점차 공부에 자신감을 회복해 갔었다. 하다가 보니 공부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이다.

요즘은 주위의 고3 친구들을 만나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부럽다”라고. 친구 자신들은 고3이라 학교 공부한다고 죽을 맛인데, 한솔 양은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는 게 아니라 자신의 꿈을 향해서 열심히 가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으니 친구들이 부러워할 수밖에.

“학교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게 큰 단점이긴 하지만, 검정고시 준비하면서 또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되더라고요. 물론 중학교 때 친구들도 만나게 되고요.”

검정고시를 준비하려 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친구 사귀는 문제도 거뜬히 해결되더라는 한솔 양은 매사에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이렇게 공부하고 준비해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다음 단계는 실용음악이나 CCM 쪽의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 틈틈이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도 필수. 그렇게 공부하고 난 후 졸업하고 나면 한솔양이 가고 싶은 길은 바로 프로 드러머의 길. 프로 드러머가 되지 않는다면 하다못해 드럼 등 악기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후진 양성을 할 거라는 것이 그녀의 야무진 꿈이다.

나한솔행복나눔지역복지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한솔 양은 거의 매일 4시간 씩 드럼을 연습한다고 한다. 검정고시로 작년 8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은 드럼소녀의 마이웨이 중 한 걸음일 뿐이다. ⓒ 송상호



이때까지의 한솔 양의 사연을 들은 사람들이라면 하나같이 이런 말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한솔 양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처음부터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이 아니었던 한솔 양. 큰마음 먹고 검정고시의 길에 뛰어 드는 순간부터 공부뿐만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진 한솔 양. 그녀가 만들어가는 마이웨이는 우리 모두에게도 충분히 희망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12일 나한솔 양이 드럼 연습을 하고 있는 행복나눔지역복지센터(031-676-0991)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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