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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졸업식 분위기 너무 다르네요

사랑하는 딸의 초등학교 졸업식

등록|2009.02.19 21:02 수정|2009.02.19 21:03

졸업을 축하합니다.쌀쌀한 날씨에 밖에서 진행된 졸업식 ⓒ 변창기




야간조 저녁에 출근해서 아침에 퇴근했습니다. 딸이 오늘 졸업식 한다고 바쁘네요.

오전 10시부터 졸업식을 한다고 말하고는 쏜살같이 학교로 가버립니다. 몸이 천근이지만 사랑하는 딸의 처음이자 마지막 초등학교 졸업식인데 가보아야죠. 그래서 밤새 추리한 몸을 깨끗이 닦고 집을 나섰습니다.

우선 딸에게 줄 꽃다발을 사러 동네 꽃가게로 갔습니다. 생화 한다발 2만원 하네요. 돈이 없어 카드로 긁고 샀습니다. 오늘 따라 날씨가 왜이리 추운지 모르겠네요. 정문 앞엔 중학과정 학원을 알리는 광고지 나누어 주느라 바쁘네요. 삼삼오오 학부모님도 등교하듯 모여 들구요. 운동장엔 졸업식이 진행중이었습니다.

딸은 초딩 졸업이 마냥 기쁜가 봅니다.웃고 있는 딸, 해방감 때문 일까요? 눈물을 찔끔 흘려야 할 해림이는 눈물 대신 웃고 있었습니다. ⓒ 변창기




졸업생들은 의자에 앉아 있고 나머지 학년은 모두 줄지어 서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졸업식 방식은 별반 다를게 없더군요.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에 졸업생 대표 한말씀 하시고 후배 학생이 나와 답사도 하시고 또 20대 후반의 졸업생이 나와 한말씀 하시고 그렇게 진행되었습니다. 벌써 몇년 전이지? 1979년 쯤이니 벌써 30년이 흘렀네요. 우리도 초딩 졸업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졸업의 노래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는데 학생들 반응이 그때와 지금, 완전히 다르네요. 그때 졸업의 노래를 부를때 모두 엉엉 울며 노래를 했고 졸업식장은 눈물 바다가 되어 노래도 잘 못불렀는데 말이지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 형님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로 시작되는 졸업의 노래 참 간만에 들어 보네요. 아련히 떠오르는 내 초딩 졸업 때가 생각나기도 하구요. 졸업의 노래를 끝까지 경청하며 들어보며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눈물 흘리는 아이들이 없더군요. 세월이 참 많이 변했나 봅니다.

웃는 학생 우는 선생님졸업식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와 일일이 학생들과 마지막 대화를 나눕니다. 선생님은 간혹 눈시울을 붉힐때가 있었지만 학생들은 아무도 눈물을 찔끔 거리지도 않더군요. 세월이 많이 변했나 봅니다. 즐거운 졸업식이라... ⓒ 변창기




졸업식이 끝나고 이제 각자 교실가서 졸업장과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 집에 가는 겁니다. 그냥 운동장에 있으려 했는데 학부모 모두 학생들 따라 교실로 들어가더군요. 나도 따라가보았습니다.

교실에서의 담임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하는 것도 참 분위기 다르데요. 그땐 우린 울먹이고 선생님은 담담히 우리와 마지막 인사를 했는데 오늘 보니 학생들은 신났는데 선생님만이 울먹이고 있더군요. 참 희한하죠?

딸의 담임 선생님은 1번부터 일일이 나오게 하였고 졸업장과 졸업 앨범을 주며 악수를 했습니다. 손을 잡고 학생에게 깊은 당부 말씀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간혹 목이 메고 눈물을 훔치는 장면도 목격했답니다. 학생들은 연신 히죽히죽 거릴 뿐이었죠. 선생님은 학생들과 못내 헤어짐이 아쉬운지 2월 22일 동구에 있는 아이스링크 장으로 모이라는 내용물 한장을 나누어 주더군요.

문앞에서 교실을 나와 학교 문앞에 ⓒ 변창기




일정이 다 끝나고 교실문을 나서자 딸은 아쉽지도 않은지 빨리 가자고 하더군요. 딸이 건넨 졸업장과 묵직한 앨범도 예전과 사뭇 다르네요. 우린 졸업 흑백 사진 한장 달랑 받고 말았는데 요즘은 두터운 칼라 앨범을 멋지게 만들어 주더군요. 밖으로 나오면서 사진 몇장 찍고 학교 정문을 나섰습니다. 우리 어릴 때랑은 사뭇 다른 초딩 졸업식에 참석해 보았습니다.

학교 밖에서 동생과 함께 학교 밖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었습니다. ⓒ 변창기



덧붙이는 글 내 초딩 졸업날 즈음에 유행처럼 번진 졸업의 노래가 생각 나네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선배께 코따까리 한사발 선사합니다. 지져먹고 볶아먹고 삶아 먹어서
중학교 들어가면 공부 잘해라'

반마다 교실마다 졸업의 노래 가사를 위와 같이 바꿔 부르며 키득거리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또, 그땐 부모님이랑 짱게집가서 자장면 한그릇 하는게 큰 낙이었는데 요즘은 먹거리도 많이 바뀌었네요. 딸이 학교 정문을 나서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빠 샤브샤브 사 줘"

그래서 딸과 함께 샤브샤브를 배불리 먹고 집으로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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