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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은 뫼비우스의 띠

이어질 새내기의 나날은 좋은 일만

등록|2009.02.19 19:54 수정|2009.02.19 19:54

오늘은영광스런 졸업식 날입니다 ⓒ 홍경석


오늘은 사무실의 지척인 B초등학교가 제 15회 졸업식을 하였다.

졸업식을 마치고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고 나오는
아이들을 보자니 오래 전 초등학교 졸업을 한
아들과 딸의 모습이 스크린의 영상처럼 다가왔다.

아들과 딸은 똑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졸업했다.
첫째인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날은
아마도 졸업 기념으로 자장면과 탕수육을 사 준 것 같다.

땉이 졸업하던 때는 자장면이 고루(?)하다
싶었기에 돼지 불고기를 먹으러 간 기억이 난다.
덕분에 나는 대낮부터 ‘합법적’으로 만취하였고.

아들과 딸 남매는 같은 중학교에 진학했고 마찬가지로
횟수만 다르게 졸업하였는데 이어서 간 고등학교는 각각 달랐다.

아들은 새로 생긴 고교에 진학하여 그 고교의 1회 졸업생이 되었다.
하지만 딸은 전혀 원하지 않은 고교로 배정이 되고 말았다.

1~4지망까지의 희망 진학 고교를 써 내라는
당초 학교의 ‘방침’과는 다르게 해당 교육청에선 딸을
집에서 얼추 한 시간이나 소요되는 먼 거리의 학교에 배정을 했던 것이었다.

어이가 없는 차원을 떠나 분개한 딸은 급기야 오열했고
나는 교육청을 찾아가 담당 장학관에게 따졌다.
하지만 장학관은 이미 결정된 사안임에 절대로 번복은 불가하다며 사과했다.

하는 수 없어 학교 앞까지 딸을 태워다주곤(당시엔 승용차가 있었으므로)
하였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참 못할 일이었다.

이후 딸은 시내버스로 등,하교를 하였는데 학교가 여전히
먼 탓으로 나는 만날 딸의 배웅과 마중을 3년 동안 거르지 않았다.

졸업사진은 웃는 모습을 남겨야 제격입니다 ⓒ 홍경석


세월은 저벅저벅 흘러 딸도 고교를 졸업하는 날이 되었다.
딸은 다행히 늘 그렇게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또한 딸은 명문대의 합격이란 낭보 외에도 졸업식 날
이런저런 상을 무려 일곱 개나 휩쓰는 괴력까지
발휘하여 우리 부부의 입을 귀에 가서 걸리게 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딸은 상경하여 그 대학의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리곤 불과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봄은 덜컥 와 버리고 말았다.

다들 디카가 있어서오늘 사진사 아저씨는 재미를 못 봤습니다 ⓒ 홍경석


딸은 그 해의 완연한 봄에 대학축제를 한다며 우리 가족을 초대했다.
그러나 아내는 일이 있어 못 가고 아들과 둘이서만 서울에 갔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만 쫄딱 맞고 덜덜 떨다만 왔으니
그래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여하튼 오늘 초.중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춘삼월 봄이 되면 새내기라는 레테르를 다시 붙일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졸업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어떤 순환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오늘 졸업식을 맞은 모든 학생들에게 축하를 전하며
다시 이어지게 될 새내기의 나날은 설레는 봄처럼
그렇게 늘 싱그럽고 좋은 일만 만발하길 바란다.

여기저기서졸업사진을 찍느라 바쁩니다 ⓒ 홍경석


시소와 학교 건물은 이담에 와도 변함이 없겠지요? ⓒ 홍경석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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