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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 은진수 위원 제청 '청와대 지시' 사실상 시인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건 부적절"... "인권위 인원 30% 감축하라 한적 없다"

등록|2009.02.20 17:30 수정|2009.02.20 19:15

▲ 박지원 민주당 의원(자료 사진). ⓒ 남소연


"그러니까 은진수 감사위원에 대해서 청와대에서 (임명을) 지시 받은 겁니까, 안 받은 겁니까."
(박지원 의원)
"그걸 제가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김황식 감사원장)

김황식 감사원장이 국회 답변에서 한나라당 출신인 은진수 변호사를 감사원 감사위원에 임명제청한 것은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임을 사실상 시인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예상된다.

김 감사원장은 또 국회에서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감사에서 인권위 인력 감축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답해 주목된다.

김 감사원장은 2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은진수 변호사를 감사위원으로) 제청을 했는데 누구에 의거해서 제청을 했느냐"고 묻자 "제청과 임명권자의 관계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 의원님께서 잘 아시겠죠. 잘 아시겠는데…"라며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박지원 의원이 계속해서 "청와대에서 지시를 받은 거냐, 아니냐"고 몰아붙이자 결국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사실상의 시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답변이다.

지난 12일 취임한 은진수 신임 감사위원은 한나라당에서 대변인을 지내면서 17대 총선에 출마했고, 지난 대선 때는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BBK팀장으로 활약했다. 이 때문에 그의 감사위원 임명을 두고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김 감사원장이 은 변호사를 감사위원으로 제청할 때부터 사실상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은진수, 감사위원 임명 뒤에도 정치적 행보 눈길

박지원은 김 감사원장의 답변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걸, 알겠다"고 받은 뒤 "집권을 했으니까 그러한 인사들을 정부에서 쓰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감사위원은 좀 다르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감사원장은 대법관 출신으로 존경받는 분인데 오늘 답변과정에서 '정치 쪽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감사위원으로 와 가지고 편향된 업무처리를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는 건 위험한 발상 아니냐"면서 "'가급적 감사위원은 전문성을 가지고 중립적으로 정치권에서 하지 않는 사람들을 하도록 해야겠다'고 하는 것이 감사원장의 정답"이라고 지적했다.

김 감사원장은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앞서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에게 "임명권자(대통령)와 제청권자(감사원장) 사이에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이를 받아 "협의 시점이 언제였느냐"고 묻자 김 감사원장은 "1월 중이었다"고 답해, 청와대가 은진수 감사위원에 대한 제청을 1월에 김 감사원장에게 요청했음을 보여준다.

은 변호사의 감사위원 내정설은 1월 29일 처음 알려졌고, 그는 2월 3일에 탈당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진수 신임 감사위원은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뒤에도 여권 실세들과 만나는 자리에 참석해 논란거리가 됐다. 그는 감사위원으로 임명된 12일 당일 저녁 정두언 의원,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의 인사동 모임에 나타나 구설에 올랐다.

또 16일에는 한때 대운하 추진을 주도했던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세운 <아우어뉴스> 미디어그룹 창간행사에 참석했다. 은 감사위원은 "감사위원이 되기 전에 약속이 된 일들"이라고 해명했지만,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감사위원으로서는 부적절한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행안부의 인권위 인력 30% 축소 요구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위배"

▲ 김황식 감사원장(자료 사진). ⓒ 남소연


한편, 김황식 감사원장은 이날 국회 답변에서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감사에서 인권위 인력 감축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김 원장은 박 의원이 "그런데 행정안전부에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 30% 인원을 축소하겠다', 이렇게 하는 것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위배되는 것이죠?"라고 묻자, "(인권위에) 정원을 30% 감축하라, 얼마를 감축하라 한 바가 없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재차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정원이 미달되기 때문에 그 부서들 내에서 인원을 조정하라는 뜻으로 조정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지, 인원을 축소하라는 것을 감사결과로 행정안전부에 내려 보낸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확인하는 질문에도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그렇다면, 행정안전부에서 임의적으로 (인권위가) 귀찮은 존재이기 때문에 30% 인원을 축소하겠다 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인권위에 인력 30% 감축을 요구하면서, 지난해 10월 감사에서 감사원이 인권위에 대해 '방만한 조직운영'을 지적했다는 것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감사결과를 놓고 언론들은 '인권위 방만운영, 조직축소 필요성', '정부지침 어기고 방만운영' 등으로 보도했다.

감사원장 "인원이 많다는 게 아니고, 국-팀 수가 많다고 지적한 것"

이에 대해 감 감사원장이 "인원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국과 팀의 수가 정부의 개편기준에 비해 많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함에 따라, 행정안전부의 인력감축 요구를 거부한 인권위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당시 감사원은 인권위에 대한 감사결과보고서에서 "행정안전부의 정부직제·하부조직 개편기준에 따르면 정책·사업부서에 설치하는 과나 팀의 정원은 10명 이상, 국 단위 조직은 40~45명 이상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하지만 (2008년) 6월 현재 인권위 정책·사업부서 16개팀의 평균정원은 6.9명, 4개 정책·사업본부의 평균정원은 26.3명"이라며 "개편 기준으로 단위조직을 설치할 경우와 비교하면 1국, 4개팀을 과다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기준보다 국과 팀 수는 많지만, 그 정원수는 기준보다 적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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