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크신 사랑, 이제 하늘에서 실천하소서!"

[현장] 고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 시민 1만여 명 참석

등록|2009.02.20 16:24 수정|2009.02.20 17:13

▲ 20일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거행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20일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거행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기사 보강: 20일 오후 5시 15분]
"하느님 품으로 가셨으니까 울면 안 되는데… 그래도 눈물이 나네요. 추기경님 잘 가세요. 그리고 또 이 땅에 오세요."


조종 소리와 함께 고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을 실은 차량이 서울 명동성당을 떠나자 신도 김영임(50)씨의 눈은 붉어졌다. 그녀는 "울면 안 되는데… 울면 안 되는데…"를 낮게 되뇌며 마지막 운구 행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흰 미사포를 쓰고 운구 행렬에 손을 흔들던 김씨는 "김 추기경님은 곧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실 분"이라고 말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20일 오전 10시부터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집전으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장례미사에는 신도와 시민 약 1만여 명이 참석해 김 추기경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 "이 땅에 다시 오세요" 

▲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 앞에서 추모객들이 장례미사를 드리고 있다. ⓒ 유성호


이날 명동성당 측은 성당 주변에 5개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대성전에서 진행되는 장례미사를 생중계했다. 대성전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은 스크린을 보며 미사에 참여했다. 이날따라 차가운 황사 바람이 심했지만 시민들은 시종일관 경건한 자세로 김 추기경을 추모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김 추기경의 관을 앞에 두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친히 주님의 일꾼 김수환 추기경을 거룩한 교회의 목자로 세우셨으니 인자로이 굽어보시어, 말과 법으로 신자들을 보살피다가 세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이 마침내 영원한 생명 이르게 하소서"라고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이어 정 추기경은 김 추기경이 생전에 오랜 불면증으로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김 추기경님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습니다. 1970~19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의 버팀목이 됐습니다. 격동의 세월을 보내느라 사제로서, 인간으로서 겪은 심적 고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것입니다. 평생 고생했던 불면증도 그때 생겼다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이별사를 통해 "추기경께서는 가톨릭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서 항상 병든 자, 가난한 자, 약한 자와 함께 했다"며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는 "추기경님은 당신 민족의 영적이고 물적인 안녕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셨던 분"이라며 "교구장 지위에서 물러난 후에도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항상 낙천적이고 기쁜 모습을 보여줬던 참 신앙인이셨으며 당신의 전 생애와 영면을 통해 당신이 참된 하느님의 사람이었음을 보여줬다"고 김 추기경을 추모했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한승수 총리와 김형오 국회의장 등 정계 인사들과 많은 외교 사절단도 참석했다.

모든 장례미사가 끝난 뒤 김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관이 성당 밖으로 나오자 신도들과 시민들은 "추기경님 좋은 곳으로 가세요", "사랑합니다, 추기경님" 등을 외치며 눈물을 훔쳤다.

"사랑 실천하라는 가르침, 모든 사람이 실천해야"


▲ 故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 앞에서 한 가톨릭 신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 앞에서 한 가톨릭 신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마친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운구행렬이 성당을 나서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운구 차량이 천천히 명동성당을 빠져나갈 땐 미사 내내 찬 땅바닥에 앉아 기도하던 신도들까지 길 양옆으로 몰려들어 김 추기경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많은 시민들은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일부는 손을 길게 뻗어 차량에 손을 대기도 했다. 시민들은 운구 차량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순간에도 쉽게 명동 성당을 떠나지 못했다.

시민 김도형(49)씨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김 추기경은 삶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했다"며 "그런 김 추기경을 추모하고 배웅하는 건 종교를 초월해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장미숙(52)씨는 "김 추기경은 마지막까지 세상을 향해 고마움을 표하고, 우리에게 사랑하는 삶을 실천하라는 가르침을 남겼다"며 "그런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져 김 추기경의 빈자리를 채웠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의 시신은 젊은 사제 8명의 손에 의해 경기도 용인시 가톨릭성직자 묘역에 안치됐다. 김 추기경의 묘비에는 그가 가장 좋아하던 성경 구절 중 하나인 시편 23편 1절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가 새겨졌다.

하관 예절이 진행된 용인 가톨릭성직자 묘역에도 시민 약 1000여 명이 몰렸다. 이들은 현장에서 반주 없이 성가 '야훼 나의 목자'를 부르는 등 김 추기경에게 마지막 예를 갖췄다.

장례위원회에 따르면, 장례기간 동안 총 38만 7000여 명이 명동성당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 20일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거행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영정과 관이 명동성당을 나오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마친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운구행렬이 성당을 나서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20일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거행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영정과 관이 명동성당을 떠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故 김수환 추기경의 운구차량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교황장으로 장례미사를 마친뒤 명동성당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 '한국 천주교의 큰 별' 김수환 추기경이 향년 87세의 나이로 선종(善終)한 가운데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 천주교공원묘원에서 하관예절이 치뤄지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 천주교의 큰 별' 김수환 추기경이 향년 87세의 나이로 선종한 가운데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 천주교공원묘원에서 하관예절이 치뤄진 묘역에 신도들이 꽃을 놓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