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서 임종 준비하는 리얼리티 스타
자궁암 투병 중인 영국 리얼리티 스타 제이드 구디 "임종도 방송하고 싶다"
▲ 임종의 순간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보여주려는 제이드 구디의 계획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 Newyork Times
영국의 리얼리티 TV쇼 '빅 브라더'로 유명한 제이드 구디가 암 투병을 벌이다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어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여름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송 도중 자궁암 진단을 밝혀 영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구디는 '리얼리티의 여왕'답게 자신의 투병 생활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은 구디는 오는 일요일 약혼자와 감동의 결혼식을 올린 뒤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게 된다. 영국 방송들은 그녀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임종까지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리얼리티의 여왕
올해 스물일곱 살의 구디는 지난 2002년 '빅 브라더 시즌3'에 출연하면서 영국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의 유명인사로 로 떠올랐다.
2000년 영국의 채널4 방송에서 시작된 빅 브라더는 집안 곳곳에 수십 대의 CCTV를 설치해놓고 '화장실 가는 것만 빼고' 출연자들의 모든 실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빅 브라더'는 지난해 시즌9까지 제작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앞다투어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당시 방송에서 항상 빚과 술에 시달리며 밑바닥의 삶을 보여줬던 구디는 함께 출연한 인도 출신의 여배우가 손으로 식사하는 것을 조롱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영국과 인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아픈 기억이 있는 인도 국민들은 크게 격분했고 때마침 재무장관 자격으로 인도를 방문했던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인도 기자들로부터 가시 돋친 항의를 들으며 공식 사과해야 했다.
결국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한 구디는 출연료를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고 인도로 '참회의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영국을 넘어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영국을 울린 암 투병과 감동의 청혼
구디는 인도 국민들에게 눈물로 사죄하며 '인도판 빅 브라더'로 불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 보스'에 출연하게 되었으나 이번에는 자궁암 진단을 받고 중도 하차해야 했다.
구디가 자궁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영국 전역에서 자궁암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여성들이 급격히 늘어났고 영국 언론과 의학계는 이를 '제이드 효과'로 부를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로 인해 곤혹을 치러야 했던 브라운 총리 역시 "영국 전체가 구디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며 위로를 전했다.
더 나아가 구디의 남자 친구 잭 트위디는 여자 친구의 시한부 인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밸런타인데이였던 지난 14일 구디에게 공개 청혼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또 하나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구디는 걸을 힘도 없어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지만 "결혼식에서는 다른 신부들처럼 반드시 두 발로 걸어서 입장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영국 시청자들은 곧 결혼식을 올릴 그들에게 많은 응원을 보냈다. 또한 영국의 고급백화점으로 유명한 해러즈는 신랑신부의 드레스를, 보석브랜드 티파니는 결혼반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용기인가, 아니면 '쇼'인가
하지만 영국 내에서는 구디가 아무리 리얼리티 스타라지만 죽음의 순간까지 방송으로 내보낸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청자는 "그녀가 조용하고 성스럽게 죽음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디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겠다"며 "나는 언제나 카메라 앞에서 살아왔고 죽는 순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히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구디의 암 투병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힘을 주었지만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마저도 방송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과연 그녀의 진정한 용기와 의연함인지, 아니면 대중의 호기심과 상업성을 위한 '쇼'인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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