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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안 왔어?"

무심코 시킨 왕따가 결국은....

등록|2009.05.24 15:53 수정|2009.05.24 15:53
"애들아, 오늘도 안 왔어?"
"네~ 쌤님, 걔 좀 웃겨요. 학교가 무슨 놀이터도 아니고 가고 싶음 가고 가기 싫으면 안 오잖아요."
"음... 그래..수업하자."

벌써 5일째다. 영숙이(가명)는 겨울 방학이 끝난 후에도 학교를 나오지 않고 있다. 친구들 중 몇 명은 정말 짜증이 난다고 말하는 애들도 있다. 하지만 영숙이가 학교를 나오지 않는 이유는 다 우리 때문이다.

▲ 친구들과 함께라면 못 할일이 없습니다. ⓒ 유설아



학교에 오지 않는 친구

영숙이가 처음 전학을 왔던 것은  작년 2학기 늦가을 쯤이었다. 우리 학교는 시골에 있는 학교라서 전학생이 드물다. 그런 우리학교에 전학을 온 영숙이는 당연히 관심에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전학 온 영숙이와 친하게 지내려고 말도 계속 걸고 같이 놀기도 했다. 그리고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영숙이의 나쁜 점을 많이 알게 되었다.

영숙이와 점점 멀어지게 된 것은 우리가 싸웠을 때 였던 것 같다. 언제 한번은 나와 나의 친구들이 다른 애들과 싸운 적이 있었다. 그 사이에는 영숙이도 끼어 있었다. 우리가 싸우고 있는데 영숙이가 갑자기 우리를 째려 보면서

"야, 누가 더럽다고 했냐?"
"응? 우리 그런 말 안했거든?
"방금 했잖아, 진짜 짜증나게."

하고 쏘아 붙이며 가는 것이었다. 솔직히 우리는 어이가 없었다. 없는 말까지 지어 내면서 우리에게 짜증을 내는 영숙이를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영숙이를 다시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같이 다니며 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점심시간이었다. 우리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애들이 말다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조금 있더니 영숙이가 다른 친구들 줄에  맨 뒤로 가는 것이었다. 나는 애들에게 물어 봤다.

"야, 왜 그래? 너네 싸웠어?"

 "야 쟤가 자꾸 새치기 하려고 그러잖아. 그래서 새치기 하지 말라고 화냈더니 삐져서 가버렸어. 완전 어이없지 않냐?"

"응... 그래?"

친구가 학교에 오지 않는 이유 

그 뒤로 영숙이는 우리와 다니지 않았다. 우리는 영숙이가 다른 애들하고 다닐 줄 알았다. 그런데 영숙이는 아무하고도 어울려 놀지를 않았다. 밥 먹을 때도 혼자, 체육관에서도 혼자, 하교 길에서도 혼자였다. 나는 점점 영숙이에게 미안해져 갔다. 하지만 영숙이와 다시 다니고 싶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겨울방학이 가까워지자 영숙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선생님은 아침 독서 시간에  우리를 혼내셨다.

 "너희들 도대체 영숙이가 너희한테 무슨 잘못을 그렇게 했길래 그렇게 영숙이를 미워하고 왕따 시키는 거야? 영숙이는 그전 학교에서도 적응을 못해서 여기까지 학교를 다니고 있는 건데, 너희가 이렇게 영숙이를 힘들게 하면 어떻게해? 그러다가 영숙이가 정말 자살이라도 하게 되면 너희 나중에 어떻게 책임 질 꺼야?"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우리 반 애들은 오히려 더 영숙이를 짜증나게 생각했다.

"야, 우리가 왜 걔 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나야 되냐?"

"야, 솔직히 선생님들이 더 웃겨. 걔가 잘못한 건 다 감싸 주고 매일 우리 잘못한 거 가지고만 뭐라고 하잖아"  

"맞아, 좀 웃기긴 하지."

그 후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으셨고 우리도 영숙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왕따', '집단 따돌림' ... 어떻게 보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갈 만큼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들 사이에서 가장 쉽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나도 영숙이가 왕따까지 갈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까.

영숙이는 이제 다시는 우리 학교에 오지 않을 것 같다. 저번 학교에서 그랬던 것 처럼.
'영숙이 한테 너무 심하게 대했나?' 왠지 영숙이가 걱정이 된다.

덧붙이는 글 지난 3월 초에 쓴 글입니다. 영숙이는 이제 학교를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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