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란 말 안하는 엄마를 칭찬합니다?
딸들과 함께 쓴 칭찬일기, 다 큰 어른도 칭찬받으니 즐겁다~
며칠 전 밤. 침대에 누워 자는 것 같던 큰 딸이 벌떡 일어나 식탁에 꽂혀있는 칭찬일기를 집습니다. 평상시에 그렇게 칭찬일기를 써달라고 해도 거들떠도 안보더니 느닷없다 싶습니다.
"안자고 뭐하게?"
"자다가 생각해보니까 칭찬할게 떠올랐어!"
"진작 칭찬 좀 해달라니까 안해주고, 꼭 이 밤에 써야겠냐!!!"
밤 12시가 다 되서 졸려 죽겠는데 딸이 불을 환하게 켜고 수산스럽게 굽니다.
덩달아 둘째 해주까지 "뭐하는거야? 안자고?" 하며 기분좋게 투덜거립니다.
"근데 뭘 칭찬하지? 난 별로 칭찬할 게 없는데."
"해주야 설겆이도 하고, 언니 밥도 잘 차려줬으니까 그런 너 자신을 칭찬해."
"그게 무슨 칭찬할 일이야?"
"칭찬할 일이지. 또 엄마를 늘 도와주잖아. 웃어주고, 그런거 다 칭찬해."
"그런 거 칭찬해도 돼? 너무 사소한 거 아냐?"
"당근이지. 아주 사소한 것부터 고마워하고, 칭찬해야지. 만약에 니가 큰 일 할때까지 기다린다면 칭찬받긴 힘들다고 봐야지^^"
"엄마, 그거 왠지 비꼬는 거 같다!"
"아니야. 엄마가 언제 비꼬고, 농담하디? "
"엄마는 맨날 농담이잖아. 엄마가 진심인적 별로 없어~."
"진짜? "
"몰랐어? 엄마 맨날 그래~ "
더이상 말을 안했습니다. 별로 더 들어봐야 좋은 소리는 안나올 것 같아서^^
제 칭찬일기를 읽으면서 칭찬이 주는 기쁨, 칭찬으로 인해 얼마나 자신감이 생기는지 느껴집니다. 다 큰 어른인 저도 제 칭찬일기를 읽고 또 읽으며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큰딸이 자기 스스로에 대한 긍정성이 지난날에 비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것을 보며 감동을 받습니다. 칭찬을 아무리 해도 칭찬할 것이 많은 자신을 칭찬한다는, 약간은 엽기같은 딸의 칭찬까지도 귀엽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흘려 들었는데 아이들로부터 칭찬을 받아보니 제 스스로가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맨날 딸들이 제게 불만만 이야기해서 제 존재에 대한 긍정성이 좀 떨어졌었는데 이렇게 잘 쓰이고 있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실없이 웃었던 것이 잘 웃는 엄마라는 칭찬으로 돌아오고, 북한동포 돕는다고 밤늦게 들어오는 엄마가 열심히 사는 엄마가 되고, 경제가 안좋아도 스님 법문대로 아끼며 살면 된다 했더니 자신감을 잃지않는 엄마가 되고,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라는 스님 말씀 따라 공부하란 소릴 안했더니 잔소리 없는 엄마가 되고, 문학작품에 대해 잘난 척을 몇 번 했더니 곧 문학쪽에 머리좋은 엄마가 되고, 게으른 딸을 말 안하고 싶어 안한게 아니라 싸우는게 싫어 참았더니 인내심 많은 엄마가 됩니다.^^
살면서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적이 많았지, 칭찬하는 일은 적었습니다. 경험이 적은 아이들에게 먼저 인생을 산 선배로서 실패 쪽으로 가지 않도록 유도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실패의 경험, 좌절의 경험도 아이들이 직접 겪고 자신의 밑거름으로 삼을 때 그 아이의 인생은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놓쳤습니다.
법륜스님께서 살생을 하거나, 강간을 하거나 성폭행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마약에 빠지거나 술에 취하거나가 아니면 자기들 스스로 인생을 살도록 냅두라는 말씀을 하루에도 몇번씩 새깁니다.
어떤 부모가 자기 자식이 철이 없어서 걱정이라며 법륜스님께 상담을 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저렇게 못믿는데 이 세상에 누가 그 아이를 믿겠느냐, 세상 사람이 다 그 아이가 문제다라고 해도 부모는 그 아이를 믿어줘야 한다."
아이가 문제가 없다고 그냥 덮어버리라는 게 아니라 자식을 믿고,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먼저 닦으면 아이는 저절로 중심을 잡는 답니다. 우리 아이는 잘 살 것이다. 우리 아이는 괜찮은 사람이다. 아무 문제가 없다. 게으른 아이들을 보면서 방학때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생각하니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합니다.
큰딸은 석달간의 긴 방학을 끝내고 오늘 기숙사로 갔습니다. 딸의 발걸음도 가볍고, 보내는 저의 마음도 가볍습니다. 딸은 방학에 충분히 쉬었고, 저도 사춘기 딸과 충분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역시 딸에게 바라는 마음을 내지 않으니 싸울 일이 없습니다. 이 진리를 깨닫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십시오.
▲ 식탁위에 놓여진 칭찬일기 ⓒ 권영숙
"안자고 뭐하게?"
"자다가 생각해보니까 칭찬할게 떠올랐어!"
"진작 칭찬 좀 해달라니까 안해주고, 꼭 이 밤에 써야겠냐!!!"
덩달아 둘째 해주까지 "뭐하는거야? 안자고?" 하며 기분좋게 투덜거립니다.
"근데 뭘 칭찬하지? 난 별로 칭찬할 게 없는데."
"해주야 설겆이도 하고, 언니 밥도 잘 차려줬으니까 그런 너 자신을 칭찬해."
"그게 무슨 칭찬할 일이야?"
"칭찬할 일이지. 또 엄마를 늘 도와주잖아. 웃어주고, 그런거 다 칭찬해."
"그런 거 칭찬해도 돼? 너무 사소한 거 아냐?"
"당근이지. 아주 사소한 것부터 고마워하고, 칭찬해야지. 만약에 니가 큰 일 할때까지 기다린다면 칭찬받긴 힘들다고 봐야지^^"
"엄마, 그거 왠지 비꼬는 거 같다!"
"아니야. 엄마가 언제 비꼬고, 농담하디? "
"엄마는 맨날 농담이잖아. 엄마가 진심인적 별로 없어~."
"진짜? "
"몰랐어? 엄마 맨날 그래~ "
더이상 말을 안했습니다. 별로 더 들어봐야 좋은 소리는 안나올 것 같아서^^
▲ 엄마를 칭찬하는 딸 ⓒ 권영숙
제 칭찬일기를 읽으면서 칭찬이 주는 기쁨, 칭찬으로 인해 얼마나 자신감이 생기는지 느껴집니다. 다 큰 어른인 저도 제 칭찬일기를 읽고 또 읽으며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큰딸이 자기 스스로에 대한 긍정성이 지난날에 비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것을 보며 감동을 받습니다. 칭찬을 아무리 해도 칭찬할 것이 많은 자신을 칭찬한다는, 약간은 엽기같은 딸의 칭찬까지도 귀엽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흘려 들었는데 아이들로부터 칭찬을 받아보니 제 스스로가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맨날 딸들이 제게 불만만 이야기해서 제 존재에 대한 긍정성이 좀 떨어졌었는데 이렇게 잘 쓰이고 있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실없이 웃었던 것이 잘 웃는 엄마라는 칭찬으로 돌아오고, 북한동포 돕는다고 밤늦게 들어오는 엄마가 열심히 사는 엄마가 되고, 경제가 안좋아도 스님 법문대로 아끼며 살면 된다 했더니 자신감을 잃지않는 엄마가 되고,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라는 스님 말씀 따라 공부하란 소릴 안했더니 잔소리 없는 엄마가 되고, 문학작품에 대해 잘난 척을 몇 번 했더니 곧 문학쪽에 머리좋은 엄마가 되고, 게으른 딸을 말 안하고 싶어 안한게 아니라 싸우는게 싫어 참았더니 인내심 많은 엄마가 됩니다.^^
▲ 동생을 칭찬하는 언니 ⓒ 권영숙
▲ 자기 스스로를 엄청 칭찬하는 큰 딸 ⓒ 권영숙
살면서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적이 많았지, 칭찬하는 일은 적었습니다. 경험이 적은 아이들에게 먼저 인생을 산 선배로서 실패 쪽으로 가지 않도록 유도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실패의 경험, 좌절의 경험도 아이들이 직접 겪고 자신의 밑거름으로 삼을 때 그 아이의 인생은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놓쳤습니다.
법륜스님께서 살생을 하거나, 강간을 하거나 성폭행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욕설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마약에 빠지거나 술에 취하거나가 아니면 자기들 스스로 인생을 살도록 냅두라는 말씀을 하루에도 몇번씩 새깁니다.
어떤 부모가 자기 자식이 철이 없어서 걱정이라며 법륜스님께 상담을 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저렇게 못믿는데 이 세상에 누가 그 아이를 믿겠느냐, 세상 사람이 다 그 아이가 문제다라고 해도 부모는 그 아이를 믿어줘야 한다."
아이가 문제가 없다고 그냥 덮어버리라는 게 아니라 자식을 믿고,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먼저 닦으면 아이는 저절로 중심을 잡는 답니다. 우리 아이는 잘 살 것이다. 우리 아이는 괜찮은 사람이다. 아무 문제가 없다. 게으른 아이들을 보면서 방학때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생각하니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합니다.
큰딸은 석달간의 긴 방학을 끝내고 오늘 기숙사로 갔습니다. 딸의 발걸음도 가볍고, 보내는 저의 마음도 가볍습니다. 딸은 방학에 충분히 쉬었고, 저도 사춘기 딸과 충분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역시 딸에게 바라는 마음을 내지 않으니 싸울 일이 없습니다. 이 진리를 깨닫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십시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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