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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의 한반도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한반도의 시계를 바로 잡아야한다

등록|2009.02.23 09:15 수정|2009.02.23 09:15

남북관계가 심상치 않았다. 남과 북 당국자 간에 오가는 발언 수위는 긴장의 정도를 넘어 한반도를 풍전등화같은 상황으로 몰았다고 본다.


정부도 뒤늦게 22일 오후 남북간 모든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나섰다. 이후 남북간에 문제가 전쟁으로 확대될 경우를 대비한 면피용의 포석일지라도 한반도의 긴장을 풀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여긴다.

한반도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이 된 것은 일차적으로 잃어버린 10년, 비핵 3000을 들먹이며 한반도 문제를 민족 내부의 문제로 보지 않고 외세 특히, 미국에 의존하여 무력으로 북을 접수하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보수쪽의 시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전임자들이 6·15 와 10·4선언으로 닦아 놓은 평화의 길을 부정하고 6·15 와 10·4선언에 대한 후속조치 없이 오직 북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고만 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도 한반도를 냉전시대로 회귀시킨 배경이었다.

아무리 전임자들이 했던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정부와 정부 간의 약속임에도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태도는 결국 그 피해가 민족 구성원 전체가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실책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이념적 수준을 드러냄으로써 한국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이명박 대통령이 크게 반성해야 될 점이라고 본다.

남북간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발표는 이미 북한을 벼랑끝으로 내몬 후에 나온 발표라는 점에서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아마 북한에서도 선뜻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년간의 경험에 비추어 남쪽 내부의 어려운 사정을 호도하기 위한 기만적인 발언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경제문제는 이미 위기 수준이다. 자영업자는 몰락 중이라고 한다.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거리에는 실업자들이 넘친다는 보도다.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은 오라는 데도 없고, 마땅히 갈 곳도 없다고 한다. 그런 젊은이들을 두고 있는 가정의 부모들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북에서 미사일을 쏘면 발사 장소를 공격하겠다는 국방부장관의 언급이 있었다. 이러한 발언은 만약 국지적인 충돌이라도 발생하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자제력을 잃게 되면 우리민족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폭격에 죽고 무너지는 건물더미에 깔려죽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보면 우리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남북간의 소규모 충돌이 전면전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는 이러한 위기 상황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가 2천억 달러를 상회한다지만 순 채무가 300억 달러를 넘고 있는 시점에서 어떻게든 외국인들의 투자를 끌어와야만 되는 처지에 정부가 앞서서 위기를 조장한다면 과연 어떤 외국 기업이 불안한 땅에 투자할 것이며 돈을 빌려주려 할 것인가?

아무리 남쪽에 물리적인 힘의 우위가 있다고 해도 전쟁이 터지면 남쪽 역시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안다면 북쪽의 요구에 밀린다는 소아병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민족을 구한다는 빠른 후속 조치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정부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다. 기왕에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남북간의 모든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면 조건 없이 후속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 그동안의 과정에서 불편했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북에 손을 내밀어야한다.

우선 북쪽을 무력으로 접수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각료들을 퇴진 시켜 상호간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6·15 와 10·4선언의 후속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한다. 그리고 북이 신뢰할 만한 사람을 대통령의 특사로 임명하여 북을 설득해야한다. 특사는 꼭 여당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이다.

이제 한반도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세계의 어떤 나라도 우리 민족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북측 정권을 무력으로 접수 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은 버려야한다.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요, 민족이 사는 길임을 이명박 정부가 알았으면 한다. 끝으로 북측도 한국과 대결하는 자세보다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겨레 내 블로그에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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