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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원 식권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두 군데 뿐

[주장] 수십만 결식 아동, 사회에서 책임져야

등록|2009.03.02 14:12 수정|2009.03.02 14:12
겨울방학이 시작될 무렵이면 '결식아동'과 관련된 보도가 자주 나온다. 2008년 국회에서는 421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경기가 어려워진 점을 감안하면, 중앙정부로서는 상당한 액수의 예산을 편성한 셈이다(참고로 아동 급식 사업은 2000년에 시작됐다). 특히 결식아동 도시락에 대해 긴급 국고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더욱이 서울시에서는 올해부터 한 끼 3000원이던 급식비 단가를 3500원으로 인상하고, 아동급식 전자카드를 도입해 3월부터 광진구, 성동구, 은평구에 시범 실시한 뒤 5월부터는 전면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다(그러나 다른 지자체는 3000원이라는 현행 단가를 인상할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부 결식아동은 전자카드를 받게 되어 지정된 지역아동센터, 식당 등에서 긁고 이를 2~3일이 지나 추후 정산하게 만들었다. 이유는 종이식권이 주는 '낙인감' 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지난 5년 동안 결식아동과 함께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주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과연 종이식권에서 전자카드로 긁으면 결식아동문제가 해결되고 아동들의 낙인감이 없어지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결식아동 관련 기사나 모금활동을 통해 결식아동에게 쌀이며 김치가 지원되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이런 방법밖에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결식아동 집을 직접 방문한 공무원들이 얼마나 될까? 몇 군데라도 방문해서 아이들의 주거환경, 주방과 냉장고 상황 등을 직접 확인해봤다면 이런 일시적인 쏟아붓기식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며 왜 현장에서 한숨이 나오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식아동의 문제는 '굶는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먹을거리를 제때 먹지 못한다는 것은 아동에게 '방임'으로 느껴진다. 영어학원 선생을 하던 친구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학원 뺑뺑이 도느라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삼각김밥으로 때워"라고 말한다.

급식지원 단가가 낮아 삼각김밥과 음료수로 때우는 결식아동이나 학원 뺑뺑이 도느라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삼각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아이나 서글프긴 마찬가지이다. '방임'과 '과잉'의 차이만 존재할 뿐.

적어도 배고픈 아이들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결식아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식아동 지원=3000원'이라는 획일화된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2008년 학교급식지원 결식아동 61만7000명, 방학 중 결식아동 45만3631명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각각의 급식방법에 맞도록 지원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 지원 방법은 '식품권(28%) > 일반음식점 즉 식권(26%) >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무료급식소(18%) > 주·부식 재료(16%) > 도시락(11%) > 기타' 순이다(2007년 12월 기준 보건복지가족부).

우선 식권(쿠폰) 지원 방식의 경우 아동들이 지자체에서 지정한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는데, 현재 지정된 식당이 대부분 중국집 또는 분식집이다. 이유는 지원단가가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때로는 부족한 음식값을 현금으로 지불하기도 하고 두 장을 모아 한 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거리가 멀어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른들이 많은 식당에서 아동 혼자 밥을 먹기 싫어서 식당 가기를 꺼리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전자카드든 종이식권이든 아동들이 맘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동일하게 3000원이 아니라 4500원 이상 수준이 돼야 한다. 그래야 아동들이 부족한 금액을 채워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아이들을 지원하는 곳에서 느끼는 적자 시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

둘째,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무료급식소나 도시락의 경우에는 '인력'과 '급식장비'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지원되는 급식비 3000원 안은 조리 또는 배달인력, 시설비, 가스비 등을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질 저하 우려로 재료비 이외에 쓸 수 없도록 권고하고 있다. 요즘과 같이 일자리가 부족할 때 사회적 일자리를 활용하여 지역아동센터, 도시락센터, 사회복지관 같은 시설에 급식조리인력을 파견한다면, 일자리도 만들고 기존에 인력 부족으로 겪던 문제도 해결하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 공부 봐주다가 부엌으로 뛰어들어가는 일도 더는 없을 것이다.

셋째, 식품권의 경우 대부분 지역 중소 슈퍼마켓이나 농협상품권으로 대체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악용될 우려가 있으며, 주·부식 재료 지원의 경우에도 냉동식품, 김, 햄 같은 가공식품, 족발 같은 반조리식품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현재 지역경제 불황으로 인해 동네시장이 문을 닫고 있다.

외국의 경우 '야채(푸드) 박스'를 통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담아(2~3일 조리할 수 있는 분량) 신선한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지역농산물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일주일에 2~3번 방문해 아이들에게 간단하게 먹을거리를 만들어주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일자리도 만들고 결식아동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식아동에 대한 지원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지점은 아동 발달과 건강에 끼칠 영양상의 불균형, 위생 문제, '결식=방임'으로 느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적어도 먹지 못해 불행한 아이들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최선숙 기자는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www.jckh.org) 정책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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