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순천만 붉은 노을을 가슴에 담고 오다

등록|2009.02.24 15:57 수정|2009.02.24 15:57
지난 주말은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들과 함께 순천을 다녀왔다. 부부동반으로 실무자 포함해서 13명이 참석하였다.
이번 수련회에 주제는 '마을 만들기'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순천만'의 석양을 보기 위해 수련회 장소를 정하였는데, 이왕 간 김에 마을 만들기 사례지를 방문하고 담당자와 간담회를 하자고 하여 주제가 생기게 된 것이다. 

순천이 성공적이라 평가하긴 이르지만, 전국적인 사례로 주목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민·관 협치이다. 순천 또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발로 뛰는 실무자들의 노력으로 서로 신뢰하는 협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현 정권이 마을 만들기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걱정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동안 만들어 놓은 틀로 충분히 더 큰 성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순천의 마을 만들기 사례가 자극이 되었고, 마산도 열심히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을만들기 사례지를 돌다가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그 아름답다던 석양을 보기 위해서는 빠듯한 시간이었다. 급하게 이동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석양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처음이라,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도착한 순천만은 가히 예술이었다. 3년 전 여름… 그리고 2년 전 초가을에 순천만을 방문했을 때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때는 순천만 자연 생태관 입구에 주차장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생태관과 조금은 떨어져 있는 곳에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달랐던 건 갈대 빛깔이었다. 여름과 초가을에 갔을 때에는 초록빛깔의 갈대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지만, 지금은 곧 생명이 끝나가는 옅은 갈색의 갈대가 우리를 맞이하였다.

초록의 갈대도 너무 아름다웠지만, 차가운 바람과 어우러진 물기 없는 갈색 갈대도 너무 운치 있었다.

넓게 펼쳐진 갈대를 보면서 가슴이 확 트였으며, 갑자기 뜨거운 것이 울컥했다.  좀 강하게 표현하자면… 피가 뜨거워지면서 피가 급하게 온 몸을 돌고 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갈대밭의 정취에 계속 빠져 있을 순 없었다. 순천만의 석양을 놓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급하게 용산 전망대로 향했다. 해는 곧 떨어질 듯 보였다. 안내를 맡은 순천YMCA 간사님은 15분 후면 해가 떨어질 것 같은데… 용산 전망대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고 하였다. 

'15분? 그럼 그렇게 먼 곳이 아니겠지?' 하고 높은 계단을 급하게 올라가니… 세상에~ 그 계단보다 더 높고 긴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찐 살 때문에 무척 힘들었지만, 일행과 조금 뒤처진 채로 열심히 열심히 올라갔다.

결국, 낙조는 올라가는 중턱에서 감상할 수밖에 없었지만 순천만 넓은 벌과 어우러진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렇게 낙조를 감상하고 용산 전망대로 다시 향했다.

▲ 순천만 석양 ⓒ 조정림





용산 전망대에 도착하는 순간, '안 왔으면 후회 할 뻔 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입이 딱 벌어졌다.  동그랗게 갈대 군락을 이룬 모습… 붉은 노을… 그때 마침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는 배… 모두가 절경이었다.

더군다나 이 아름다운 모습을 평소 존경하는 분들과 함께 볼 수 있었던 것이 더 좋았다. 그래도 가족들에게 이 모습을 전하고 싶어 화상통화를 통해 그 모습을 보여줬다. '다음에는 꼭 같이 오자'라고 하며….

출산 이후 오랜만에 자연을 느꼈다. 아이에게 매여 있지 않아 아이 핑계대기가 조금은 미안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저녁만 되면 나를 찾는 딸은 엄마가 순천만 석양에 빠져있을 때 엄마의 빈자리로 칭얼대고 있었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즐거운 난… 모성애가 부족한 것일까? 어찌되었건 나는 그 순간 말할 수 없는 기쁨에 너무도 행복했다.

맛있는 짱둥어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순천만 근처에 숙소로 이동했다. 윷놀이도 하고, 꼬막도 구워 먹으면서 열심히 친교를 다졌다. 시민사업위원들은 일할 때도 열심히… 놀 때도 열심히 하는 역시… 대단하신 분들이었다. 덕분에 맘껏 웃었던 밤이였다.

친절하게 안내해준 그리고 많은 준비로 따뜻하게 맞아 준 순천YMCA 김석 간사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 수련회 단체사진 ⓒ 조정림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