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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 가면 사람 사는 향기가 난다

봄을 느낄 수 있는 곳 계룡시 화요장을 찾아서

등록|2009.02.24 18:27 수정|2009.02.24 18:27

▲ 봄의 전령사, 봄의 맛 각종 나물들이 선을 보였다. 코끝을 자극하는 나물향기가 입맛을 자극했다. ⓒ 김동이




봄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물론, 들판에서 겨우내 추위를 견디어 내고 파릇파릇 솟아오르는 봄의 전령사 나물을 볼 때면 봄이 왔음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얼음이 녹고 청량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개울물을 바라보고 있을 때 봄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금방 터질 것같은 동백꽃또 어떤 사람은 금새 꽃망울을 터뜨릴 것만 같은 동백꽃을 보고 봄이 왔음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김동이




또,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자면 개울가에 있는 버들강아지가 피고 물이 오를 때면 봄을 느낀다는 사람 등 사람마다 각기 봄을 느끼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난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봄의 향기를 느끼기 위해 24일 계룡시에서 열린 재래시장인 화요장터를 찾았다.

추억의 뻥이요~재래시장에는 없는게 없다. 추억의 뻥튀기 장수. 시장이 비좁아서 그런지 '뻥이요~'를 외치는 소리는 들을 수 없는게 아쉽다. ⓒ 김동이



추억의 장난감얼마전 '1박2일'에도 등장했었던 추억의 장난감. 장난감은 신세대나 구세대나 별 차이가 없나보다. ⓒ 김동이




재래시장에 가면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곁에 겨울이 머물러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래시장에는 어느새 겨울은 가고 봄이 성큼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재래시장에는 봄의 전령사, 봄의 맛을 대표하는 냉이와 달래, 벌금자리 등 각종 나물이 봄 냄새를 풍기며 마치 유혹하듯 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싱그러운 채소와 푸름을 자랑하고 있는 각종 화초들이 어느덧 봄의 한가운데 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거리의 모델상큼한 봄옷으로 단장한 거리의 패션모델. ⓒ 김동이



이거 얼마에요?한 시민이 자녀에게 줄 옷을 고르고 있다. ⓒ 김동이




특히, 두텁고 칙칙했던 겨울옷은 그 흔적을 감춘 지 오래고, 이제는 화사하고 상큼한 봄옷이 시장 거리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 이에 덧붙여 무질서하게 잔뜩 쌓여있는 옷들 중에서 신중하게 옷 한 벌을 고른 한 아주머니의 카랑카랑한 흥정소리는 마치 웅크려 있다가 기지개를 켜듯 답답했던 가슴마저 시원하게 뚫리는 듯하다.

봄의 기운을 만끽하며 시장을 걸어가다 보면 어디선가 코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부침개 냄새가 시장통에 진동을 하며 유혹의 손길을 뻗는다.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장사진 이룬 호떡집이미 호떡집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 김동이




시장에 같이 갔던 일행들이 냄새를 따라 한 곳으로 향한다. 이미 부침개 파는 가게 주변에는 이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다.

우리 일행들도 장사진을 헤치고 들어가 마침내 부침개를 파는 주인과 눈이 마주치고, 손가락으로 이것저것을 가리키며 '빨리빨리'를 외친다. 재촉한다고 빨리 나오는 건 아닌데도 말이다.

"아, 다 익어야 나오는 거지 빨리 달랜다고 빨리 줘요? 덜 익은 걸 잡수려고요?"
"다른 사람들 먹는 거 보니께 입맛 땡기는구만"


노릇노릇 부침개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진 녹두파전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김동이




이윽고 노릇노릇하게 익힌 녹두전과 팥이 든 감자전이 접시에 담겨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젓가락이 전을 향해 날아든다. 순식간에 녹두전은 바닥이 나고 그나마 감자전은 한사람 앞에 한 개씩 나온 터라 여유 있게 집어 들고는 후후 불어대며 맛을 음미했다.

"조금 모자라는 것 같은디"
"더 먹을랴?"
"아녀유. 됐시유"


아쉬움을 남기고 등을 돌리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부른다.

"자~유, 하나 더 잡슈"
"그냥요?"
"젊은 양반이 아쉬워하는 거 같아서 그냥 잡숴."
"고마워요."


정이 넘치네시장에서 파는 멸치. 정이 넘친다. ⓒ 김동이




이것이 진정 사람 사는 향기가 아닐까? 이 어려운 때에, 누구 하나 지갑에서 돈 꺼내기를 아까워하는 때에 정(情)으로, 인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재래시장인 것이다.

사람 사는 향기를 느낀 오늘은 정말 '운수 좋은 날'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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