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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시험 치기 싫어 어리광 부리는 게 아니다"

마산지역 A고 학생 밝혀... 경남교육연대 "3월 10일 체험학습 실시하겠다"

등록|2009.02.25 16:02 수정|2009.02.25 16:02

▲ 경남교육연대는 25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전국 단위 일제고사가 이명박 정부 집권 후 여러 차례 치러졌고, 그 때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양쪽 뒤를 있는대로 틀어막고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을 무단결석 처리하고 체험학습을 허용한 교사에게는 파면과 해직 등 징계를 날려주었다."

경남 마산 A고 소속 학생 B(18)군이 한 말이다. 이 학생은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회원 자격으로 25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교육시장화 저지를 위한 경남교육연대'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

B군은 "전북 임실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성적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일제고사 결과를 학교장과 교육관료들의 인사를 비롯한 각 학교와 지역에 지원하는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저 망할 정권은 개념을 어디다가 팔아먹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등학교 입학해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기억이라곤 시험친 것만 남을 것 같다"며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 그리고 수능에 이어 일제고사까지, 각종 무한경쟁시험 종합선물 세트를 주시니 보답으로 경쟁교육을 향한 야유가 가득한 기초미달 OMR 답안지를 정성껏 대충 포장해서 청와대나 교육과학기술부로 보낼까 싶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청소년들은 이런 저런 자기만의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제고사를 비롯한 무개념 경쟁교육과 입시가 그 꿈을 빼앗아가고 있다"며 "이제 그 꿈과 자유를 찾기 위해 청소년들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B군은 "OMR 에 한 번호로만 밀거나 아예 백지를 내거나 일부러 오답만 골라 찍거나 답이 아닌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문구를 적거나 차라리 학교를 안 가버리거나 하는 식으로 일제고사를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이는 단순히 시험치기 싫어 어리광 부리는 게 아니라 살인적 입시경쟁 아래에서 꿈을 잃어가야 하는 현실에 대한 청소년들의 분노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파면해직 교사를 복직시키고 입시 살인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B군을 비롯한 아수나로 회원들은 최근 창원과 마산 등지에서 일제고사 반대를 외치며 1인시위와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B군은 2008학년도 A고 총학생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3월에 3학년으로 올라간다.

"3월 10일 체험학습 실사하겠다"

▲ 강창덕 경남민언련 대표와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공동대표가 25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윤성효

지역 16개 단체로 구성된 '교육시장화 저지를 위한 경남교육연대'는 오는 3월 10일 예정인 일제고사를 대신해서 체험학습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는 3월 10일 전국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3월 2일까지 신청을 받아 마산·창원·김해 중심으로 차량을 운행한다. 10일 창원집에서 '옛집 살펴보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와 낙동강 창녕 일대에서 '생명의 젖줄 낙동강' 답사를 벌이면서 체험학습을 벌인다.

김현옥 경남교육연대 집행위원장은 "체험학습은 지역 전체에서 원하는 학생에 한해 운영하고, 지역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조직할 것"이라며 "체험학습에 필요한 비용은 후원금을 받거나 자발적인 모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일제고사를 본다면 죽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다"면서 "어른이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일제고사 때 적지 않은 숫자의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본다"면서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도 또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교육연대는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의 개인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참가자 숫자는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일제고사"

▲ 경남교육연대는 25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이날 경남교육연대는 이날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일제고사 대신 일일 체험학습을 떠납니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문은 강창덕 경남민언련 대표와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공동대표가 낭독했다.

이들은 "일제고사가 몰고 온 무한경쟁은 학생들에게 자존감과 패배감을 심어주고 결국 학력을 떨어뜨려 공교육 붕괴를 촉발하게 될 것"이라며 "일제고사의 미래는 최근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력조작과 부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경남지역의 사설학원 수는 2006년 기준으로 김해, 창원, 진주 순으로 많았고, 지자체의 교육보조금의 지원액도 김해, 창원, 진해, 진주 등 시지역이 높았다"면서 "반면 통영, 남해, 고성 등 군 단위의 사교육비 지출 지원액과 교육보조금 지원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군 지역의 학력이 시 지역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낮았다"면서 "결국 시-군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공적인 교육재정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덧붙였다.

경남교육연대는 "실패가 예정된 일제고사와 성적공개를 강행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교육자의 양심에 따라 학생에게 일제고사 선택권을 준 교사를 해직하면서 교육청과 학교가 나서서 체육특기생이나 특수학급 학생들을 시험 치르지 못하도록 한 비교육적인 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 교과부의 관리 감독 능력은 무능하고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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