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과 당진, 홍성 등 6개 시군에서 국민보도연맹 사건과 관련한 희생자 수가 214명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과정에서 증언 또는 자료 등을 통해 희생사실을 직접 확인한 수치이나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 수를 포함할 경우 실제 희생자 수는 수백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26일 충남 서산, 태안, 당진, 홍성, 보령, 부여 등 충남서부지역 6개 시군에서 한국전쟁당시 발생한 '국민보도연맹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 모두 36명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실제조사과정에서 이와 관련해 희생된 인원은 이보다 6배 많은 214명에 달했다. 이중 서산태안 부역혐의희생사건 희생자에 포함시킨 보도연맹관련 140여 명을 제외하더라도 74명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서산 16명(미신청자 10명 포함), 당진 15명(2명), 태안 7명(4명), 홍성 13명(5명), 보령 12명(9명), 부여 10명(7명) 등이다. <(  )안은 진실규명 미신청자 중 사망확인자>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각 시군별로 희생자 수가 최소 100여 명에서 많게는 수백여 명이라는 진술이 나와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보도연맹원' 또는 '요시찰인'으로 1950년 6월 25일 치안국장 명의로 전국 각 시도 경찰국장에게 내려진 '전국 요시찰인 단속 및 전국형무소 경비의 건'에 의한 예비검속으로 불법 구금됐다. 이중 일부는 대전형무소로 이송돼 대전근교에서, 일부는 경찰 후퇴 시에 각각 불법적으로 살해됐다.

희생 장소는 서산의 경우 성연면 메지골, 당진은 한진포구(목캥이), 태안의 백화산(사기실재), 홍성의 용봉산과 이동부락 뒷산(폐광), 보령의 이어니재, 부여의 백마강(낙화암과 구드레나루터 중간)이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보도연맹이 무엇인지 모르고 가입한 농민들이 많았으며 주로 20-40대의 청장년층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당시 예비검속은 법적근거가 없는 불법행위이며 수많은 민간인을 재판절차도 없이 사살한 행위 또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가해주체와 관련해서는 "충남도경에서 '즉결처분'명령이 내려왔다는 참전경찰의 증언 등을 종합해 볼 때 최소 충남도경차원의 명령 하에 집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주된 책임은 치안국장을 비롯한 내무부장관과 계엄사령관, 국방장관을 거쳐 이승만 정부에게 귀속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충남서부지역 보도연맹사건은 전쟁 발발이후 보름 안에 예비검속과 사살이 이루어졌고, 일부가 대전형무소로 이송됐으며, 이후 수많은 인명살상의 빌미가 됐다고 분석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이 결정됨에 따라 정부에 대해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의 지원 및 군인과 경찰, 공무원 및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또 "확인된 희생자 수는 일부에 지나지 않다"며 "정부 및 각 지방자치단체가 향후 지역단위 전체피해자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달 이와는 별도로 '서산-태안 부역혐의 희생 사건'(1950년 10월-12월)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을 통해 서산과 태안경찰서 경찰, 치안대 등에 의해 1865명의 민간인이 부역혐의자로 몰려 서산시 인지면 갈산리 교통호, 해미읍성 동문 밖 방공호, 소원면 신덕리 해안 등지에서 법적 절차 없이 즉결 처형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충남지역 국민보도연맹사건 신청건수는 모두 60건으로 이번에 진실 규명된 충남서부지역 6개시·군 사건은 먼저 조사가 마무리된 36건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진실화해위, 서산-태안지역 집단희생자 명부 입수

진실화해위원회가 서산태안 부역혐의 희생사건 조사과정에서 한국전쟁 중 서산과 태안지역에서 처형된 사람들의 명부가 담긴 문건을 입수해 관심을 끌고 있다. '신원기록심사보고' 제목의 이 문건은 서산경찰서가 생산,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1980년 9월 1일부터 약 한 달간 벌인 '신원기록 일제정비' 결과물이다. 이 문서에는 1950년 한국전쟁 중 서산과 태안지역에서 처형된 사람과 월북자, 요시찰 대상자 등이 성명, 생년월일, 당시거주지 등으로 자세히 기록돼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자료를 토대로 1865명의 민간인이 부역혐의자로 몰려 희생된 서산태안 부역혐의 사건희생자 뿐만 아니라 140여 명의 보도연맹희생자를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신원기록심사보고' 자료를 토대로 한 보도연맹희생자수는 태안군 소원면 33명, 근흥면 14명, 태안읍 15명, 안면읍 11명, 남면 10명, 이원면 15명, 원북면 13명이며 서산시의 경우 고북면 4명, 지곡면 7명, 팔봉면 4명, 해미면 19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