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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168) 직선적

― ‘직선적으로 말을 받았다’, ‘직선적으로 드러낸다’ 다듬기

등록|2009.02.26 14:47 수정|2009.02.26 14:47

ㄱ. 직선적으로 말을 받았다

.. 주임, 반장들은 고개만 숙이고 있었고, 이 말에 노조 지도부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있었다. 나는 그대로 직선적으로 말을 받았다. "뭐요! 누구는 뺑이치고 누구는 뜨뜻한 구들방에 앉아서 놀자는 거요!" ..  《이은영-민주깡통을 아십니까》(돌베개,1988) 71쪽

 "놀자는 거요"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놀자는 소리요"나 "놀자는 말이요"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 직선적(直線的)
 │  (1) 꺾이거나 굽은 데가 없이 곧게 뻗은
 │   - 바둑판 무늬는 기계적 규칙성과 직선적 특징을 보여 준다 / 직선적인 도로
 │  (2) 이리저리 둘러대지 아니하고 곧바로 하는
 │   - 직선적 성격으로 친구가 많지 않다 / 직선적이고 타협할 줄 모르는 고집쟁이
 ├ 직선(直線) : 꺾이거나 굽은 데가 없는 곧은 선
 │   - 직선 도로 / 총탄은 여전히 휘황한 빈 거리로 직선을 그리며
 │
 ├ 나는 그대로 직선적으로 말을 받았다
 │→ 나는 그대로 말을 받았다
 │→ 나는 그대로 날카롭게 말을 받았다
 │→ 나는 그대로 쌀쌀맞게 말을 받았다
 │→ 나는 그대로 칼같이 말을 받았다
 └ …

 꺾이거나 굽은 데가 없이 곧게 뻗은 길을 '직선 도로'라 하지만, 곧게 뻗은 길이니 '곧은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게 뻗은 줄이나 금을 놓고 '직선'이라 할 수 있으나, '곧은금'이나 '곧은줄'이라 할 수 있고요. 굽어 있어 '굽은길'이고, 곧게 있으니 '곧은길'입니다.

 곧은길은 곧게 나아갈 수 있는 길, 그대로 죽 나아가는 길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꺾이지 않거나 굽히지 않고 하는 말은 곧게 하는 말은 '곧은말'입니다. 곧은말은 거침이 없이 죽 내놓는 말, 있는 그대로 하는 말, '그대로' 털어놓는 말이에요. 그래서 이 보기글처럼 "그대로 직선적으로 말을 받았다"처럼 적으면 겹치기가 됩니다. '그대로'를 덜거나 '직선적으로'를 덜어야 하는데, 저는 여기에서 '직선적'을 덜어내겠습니다.

 ┌ 나는 막바로 말을 받았다
 ├ 나는 곧바로 말을 받았다
 ├ 나는 곧장 말을 받았다
 │
 ├ 나는 거침없이 말을 받았다
 ├ 나는 거리끼지 않고 말을 받았다
 ├ 나는 대놓고 말을 받았다
 └ …

 말뜻이나 말느낌을 살리면서 "나는 막바로 말을 받았다"처럼 적어도 됩니다. "나는 곧장 말을 받았다"처럼 적어도 제법 단출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말을 받았다"나 "나는 그때 그 자리에서 바로 말을 받았다"처럼 적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거침없이 말을 받았다"처럼 다듬거나 "나는 대놓고 말을 받았다"처럼 적으면서 어떤 매무새로 말을 했는지 보여줄 수 있습니다. 사이에 꾸밈말을 넣어서 "나는 화가 나서 대놓고 말을 받았다"처럼 적거나 "나는 속에 불이 올라 까놓고 말을 받았다"처럼 적어도 어울립니다.

 ┌ 직선적 특징을 → 곧은 모습을 / 곧게 뻗은 모습을
 └ 직선적인 도로 → 곧은 길 / 곧게 뻗은 길

 말 한 마디 잘 살펴서 쓰면 흐름을 살리게 됩니다. 글 한 줄 곰곰이 생각하거나 되씹으면서 펼치면 느낌을 돋우게 됩니다. 그러나 차근차근 살피지 않는다거나,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때에는, 말이고 글이고 살릴 수 없을 뿐더러 아름다이 북돋울 수 없습니다.

 ┌ 직선적인 성격으로 → 굽힘없는 성격으로 / 칼같은 성격으로
 └ 직선적이고 타협할 줄 모르는 → 곧고 물러설 줄 모르는

 옳지 않은 일 앞에서는 굽히지 않아야 합니다. 그릇된 일 앞에서는 꺾이지 말아야 합니다. 잘못된 일 앞에서는 눈감지 않아야 합니다. 얼토당토않은 일 앞에서는 고개를 돌리지 말아야 합니다.

 참은 참대로 말하고 거짓은 거짓대로 밝히면서 우리 삶을 추슬러야지 싶습니다. 밝음은 밝음대로 키우고 어두움은 어두움대로 밀어내면서 우리 생각을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말과 글이 저절로 참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말과 글이 시나브로 밝음을 선보일 수 있도록, 차근차근 힘을 기울여야지 싶습니다.


ㄴ. 직선적으로 드러낸다

.. 김동인의 경우는 자기를 사실 자체로 직선적으로 드러낸다 ..  《김윤식-우리 문학의 넓이와 깊이》(서래헌,1979) 19쪽

 "김동인의 경우(境遇)는"은 "김동인은"으로 다듬어 줍니다. "사실(事實) 자체(自體)로"는 "있는 그대로"나 "꾸밈없이"나 "그 모습 그대로"로 손질해 봅니다.

 ┌ 자기를 직선적으로 드러낸다
 │
 │→ 자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 자기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 자기를 꾸밈없이 드러낸다
 │→ 자기를 꾸미지 않고 드러낸다
 │→ 자기를 거리끼지 않고 드러낸다
 │→ 자기를 대놓고 드러낸다
 └ …

 '직선적으로' 자기를 드러낸다고 하는 일이란, 이리저리 에돌지 않고 곧바로 드러낸다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이리 숨기거나 저리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는 일입니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며, '그때그때 곧바로' 드러낸다는 일입니다. '꾸밈없이' 드러내는 일이면서, '숨김없이' 드러내는 일입니다.

 이리하여 이 자리에서는 '있는 그대로'나 '그대로 그 자리에서'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꾸밈없이'로 고쳐써도 잘 어울립니다.

 손쉽게 쓰면 넉넉한 자리이니 손쉽게 써 줍니다. 가볍고 단출하게 쓰면 알맞는 자리이니 가볍고 단출하게 써 줍니다. 괜한 치레나 섣부른 꾸밈을 덧달지 않아도 됩니다. 어줍잖게 군말을 붙일 까닭이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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