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투자하면 29원 손해 보는 사업?</br>경인운하, '인천항 대체 효과' 논란 재점화
인천신항 건설 순차적 진행 중... 항만 관계자들 "기본계획 여전히 유효"
▲ '경인운하 건설단' 현판식이 열린 지난 1일 12일 오후 두꺼운 얼음이 언 인천시 계양구 경인운하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이 몇대가 작업을 하고 있다. ⓒ 권우성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인운하사업의 경제성(B/C,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던 '인천항 대체 효과'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KDI가 제시한 인천항 대체 효과로 발생하는 편익비용은 경인운하 전체 편익비용(2조585억원)의 1/4 수준으로 이를 제외할 경우 경인운하의 경제성은 대폭 감소해 1보다 낮은 0.81로 뚝 떨어진다. 즉 100원을 투자하면 29원을 손해 볼 수밖에 없는 사업이란 뜻이다. 게다가 지난 23일 의혹이 제기됐던 수도권 매립지 대체비용 누락분 2169억원을 총 사업비용에 더할 경우, 편익비용은 0.71로 떨어진다.
당시 일부 언론이 "정부와 인천시가 항만 기본계획에 따라 대규모의 인천 신항을 순차적으로 건설하고 있음"을 지적했지만 KDI와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사업 시행 시 인천항 중장기 항만기본계획을 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와 SBS가 지난 25일과 26일 이틀 간 현재 인천항 시설 확충을 담당하고 있는 인천항만공사 등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인천신항 건설 기본계획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신항 건설 관계자 "경인운하 건설돼도 신항 규모 축소되지 않을 것"
▲ KDI는 경인운하 경제성 재조사 최종보고서에서 "해양수산부 제2차 전국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에 따르면 2011년 이후 2020년까지 17선석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만약 수정계획에 제시된 대로 물동량 수요에 상응하는 시설투자가 적기에 이뤄진다면 경인운하사업으로 인한 재항비용 절감 및 하역비용 절감편익은 감소할 것"이라고 분명히 명시해 놨다. ⓒ 이경태
인천신항 건설은 벌써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11년까지 컨테이너 6선석(선박 접안시설)을 건설하는 인천 신항 1단계 확장공사의 경우 이미 고시가 된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3월엔 6.36km에 이르는 신항 호안공사가 착공됐고, 지난해 12월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송도신항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해 설계에 착수했다. 국토해양부 산하 인천지방해양항만청도 지난 23일부터 19억원을 들여 인천신항 배후단지 조성을 위한 호안 축조공사 기본실시설계용역을 시행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인천지방해양항만청 관계자들도 "경인운하 사업과 인천신항 건설 계획은 큰 상관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원홍 인천항만공사 미래전략팀장은 지난 25일 전화통화에서 "2020년까지 30선석 확충은 불확실하더라도 2015년까지 17선석을 확장하는 계획은 거의 기정사실"이라고 밝혔고, 또 다른 인천시 항만당국자 역시 "경인운하사업과 관련해 인천신항이 축소될 것이라는 보도는 보긴 했지만 경인운하 항만과 인천신항 항만 기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축소될 리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의 인천항 건설사무소 관계자도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제3차 항만기본계획에 따라 (신항 건설)시기가 변동될 수 있지만 신항의 규모를 반으로 축소하는 등의 신항 사업이 흔들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김강수 KDI 연구위원은 지난 25일 전화통화에서 "경인운하가 개통되면 인천신항에 대한 투자 규모는 조정되어야 한다"며 "(KDI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인천신항에 대한 계획 중 구체적인 예산집행 계획이 서 있는 2012년 이전 계획 이후 상황을 반영해 경인운하 경제성을 평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KDI가 중복투자 가능성 무시... 경인운하보다 인천신항이 경제성 더 유리"
▲ 환경정의 박용신 협동사무처장이 경인운하 인천터미널과 인천 송도신항의 건설 위치를 비교하며 어느 곳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입지인지 설명하고 있다. 그는 "경인운하의 인천터미널은 영동대교가 경로에 있어 만조시 65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분)급 컨테이너선이 지나가질 못한다"며 "결국 인천신항이 훨씬 경제적으로 유리한 입지이기 때문에 경인운하 때문에 인천신항의 규모를 조정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 이경태
전문가들은 이 같은 KDI와 국토해양부의 답변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홍종호 교수(한양대 경제금융학부)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인천신항과 경인운하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대표적인 중복 투자"라며 "상식적으로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진행도 안 된 사업을 위해 변경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홍 교수는 이어 "이미 경인운하는 제3경인고속도로, 인천북항, 평택항 등 수도권 신항만 개통 등으로 인해 중복투자라는 비판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며 "일반적으로 경제성 분석에서 중복투자방지편익을 계산하기 위해 4~5년 후 해당 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시설이 무엇이 있는지 예상하고 분석하게 돼 있는데 KDI가 그를 무시하고 인천항 대체 효과 산출비용을 넣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신 환경정의 협동사무처장은 "경인운하의 인천터미널은 영동대교가 중간에 있어 만조 시 65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분)급 컨테이너선은 지나갈 수 없다"며 "결국 인천신항이 (대형선박이 입항하는 등) 훨씬 경제적으로 유리한 입지이기 때문에 경인운하 때문에 인천신항의 규모를 조정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처장은 또 "현재 계획상 (인천신항 규모가) 그렇게 반영돼 있고 현재까지 변경이 안 된 상황이라면 KDI가 경인운하 편익 계산에 포함한 인천항의 재항비용이나 하역비용 절감효과는 사실상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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