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원했던병실의 내부입니다 ⓒ 홍경석
작년 12월 아침의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것도 파란 신호등을 보고 횡단보도를 걷던 나를 쏜살같이 달려와 추돌한 경우였다.
그러했음에 참으로 어이가 없고 화도 불같이 솟았음은 물론이었다.
더 기가 막혔던 건 가해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만 믿고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피해자인 나에게 전화 한 통화조차 안 하더라는 것이었다.
'구속'되어 있자니 더욱 울적하고 짜증이 났다.
문병을 온 지인들이 그같은 나의 토로에 더 분개했다.
"아무리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이라지만 너무 했다!"
한 지인은 그처럼 괘씸한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하라고도 했다.
그래서 많은 벌금과 높은 벌점으로 경각심을 일깨워 주라고.
직장이 '빵빵해서' 병원에 누워있어도 월급이 척척 나오는
정규직이 아닌, 일용직에 다름 아닌 비정규직 세일즈맨인 나의 처지에서
그같이 병원에 누워 있는다는 건 물질적으로도 대단한 '손해'였다.
유독 몸이 더 아프던 날 가해자가 더욱 괘씸해 전화를 했다.
"사람이 어찌 그리 무정하세요?
아저씨는 저를 다른 곳도 아닌 횡단보도에서 추돌한 때문으로
엄연히 교통사고특례법 상 '10대 중과실'에 해당되는 겁니다.
그러함에도 어찌 그리 한 번을 안 찾아오시나요?
정말이지 지금 기분 같아선 경찰에 신고하고 싶네요!"
그러자 비로소 혼비백산한 가해자는 드링크를 사 들고 쫓아와 극구 사죄했다.
병원에서 해가 바뀌고 2009년을 맞았다.
그랬음에도 여전히 '성의 없는' 가해자는 묵묵부답이었는데
하지만 그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회사의 담당 과장은 달랐다.
병원으로 두 차례 날 찾아왔던 그 과장은 문자메시지로
'어서 쾌유하시고 더 좋은 새해를 맞으시라!'는 인사까지 하여 날 감격케 했다!
순간 가해자에게 쌓였던 원망도 봄눈 녹듯 일거에 사라지는 것이었다.
나 역시도 즉시로 답신의 문자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께서도 만사형통하시고 늘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소통(疏通)이란 무언가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을 일컫는 것이다.
고로 소통이 되지 아니하면 뜻이 서로 통하지 않음에 오해가 쌓이기 십상이다.
그런데 우리 사는 사회엔 이러한 소통의 부재(不在)가 과연 얼마나 많은가!
혈관이 잘 통하지 않으면 즉시로 병이 침입하기 마련이다.
실수를 했으면 응당 그에 따른 미안함의 표현과
충분한 설득 내지는 대화야말로 소통의 기본 소재(素材)라고 생각한다.
있고 없고를 떠나 우리 사는 사회에서 앞으론
기본과 양심을 지니며 사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삼성그룹 사보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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