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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혼자 가도록 도와준 고마운 학교"

제1회 마산제일노인대학, 그 특별한 졸업식 현장

등록|2009.02.27 12:20 수정|2009.02.27 12:20

▲ 어색한 사각모지만 그래도 기쁨은 최고. ⓒ 진민용



약 150여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학사모를 썼다. 지난 25일 마산제일교회(성희찬 목사)에서 열린 제1회 제일노인대학 졸업식에서 지난 3년 동안의 수업을 충실히 참석했던 노인들에게 졸업장과 상장 등을 수여한 것.

이날 졸업식에는 황철곤 마산시장을 비롯해 마산시의회 의장 등 지역 정관계인사들이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지역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황철곤 마산시장은 축사를 통해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신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졸업이 끝이 아니므로 앞으로 남은여생을 더욱 도전하면서 보람 있게 살아가시기를 축복한다"고 했다.

▲ 황철곤 마산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진민용



또한 노인대학 이사장인 성희찬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모세가 80세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처럼, 여러분 또한 사명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늘 건강한 노년생활을 위해서 함께 어울리며 배우고 준비한다면 이웃과 지역을 위해 얼마든지 봉사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특히 이 날 졸업을 한 최우점(74) 할머니는 "나는 원래 글을 읽을 줄도 몰랐는데, 여기 다니면서 글을 배워서 너무 좋다"면서 "특히 손녀들에게 편지를 받아도 못 읽다가 이제는 읽게 됐고, 또 혼자서 은행을 가서 무통장입금표를 못 썼는데, 이제는 혼자서 다 할 수 있게 됐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또 80세 된 아버지를 노인대학교에 보내는 주부 정순희(45)씨는 다섯 남매들을 키운 아버지의 졸업을 지켜보면서 "우리 남매들을 공부시키고 키우시느라고 정작 당신은 한글도 제대로 못 깨우치셨는데, 여기서 한글도 배우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면서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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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위 없는 노인대학이지만 졸업식 만큼은 어느 대학 못지않게 진지하고 엄숙하다 ⓒ 진민용

▲ 작은 종이에 불과한 졸업장이지만 이들에게는 인생의 보람이다. ⓒ 진민용



현재 제일노인대학은 조우성 학장을 비롯해 약 40여명의 과목별 전문 강사들이 봉사를 하고 있으며, 건강학과, 컴퓨터학과, 음악학과, 한글학과, 공예학과, 서예학과, 영어·한문학과 등 8개 과목을 개설해 놓고 있다. 또한 만 60세 이상의 노인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이번 졸업생들도 계속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명예학생증을 발급해 배움의 끈을 이어가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한편 마산제일교회는 노인대학의 교육목표를 "평생교육 이념으로 소외계층 노인교육정책을 통해 소외계층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넓혀 노인의 소외감을 해소하며, 무료 건강급식을 통해서 건강한 노년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무료진료, 무료 이․미용, 레크레이션 등 노인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추진하면서 지역 노인복지기관과 연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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