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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울리고 떠난 여섯 살 소년 이반 캐머런

영국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아들 사망에 영국 전체 애도

등록|2009.02.27 17:05 수정|2009.02.27 17:05

▲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의 아들 이반의 사망을 보도하는 영국 BBC 홈페이지 ⓒ BBC


영국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의 큰 아들 이반 캐머런의 죽음에 영국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와 중증 간질을 앓아오던 이반이 한국시간으로 26일 발작을 일으켜 급히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결국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영국의 모든 언론들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이반의 사망 소식을 주요뉴스로 보도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영국 의회도 멈추게 한 이반

이반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3년 전 캐머런 당수가 영국 BBC방송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과 가족들의 삶을 소개하고부터다.

영국 국왕 윌리엄 4세의 직계자손이자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학을 나온 엘리트였던 캐머런 당수의 귀족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병에 시달리는 아들을 극진히 보살피는 인간적인 면모는 영국인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언제나 격렬한 논쟁이 오가는 영국 의회도 이날만큼은 고든 브라운 총리에 대한 질의응답을 거두고 이반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브라운 총리는 "모든 부모들에게 아이의 죽음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며 "이반은 너무 짧은 삶을 살다가 갔지만 그는 가족들에게 기쁨을 주었고 항상 가족들의 사랑에 둘러싸여 살았다"며 위로를 전했다.

빈센트 케이블 자유민주당 임시 당수 역시 "이반의 죽음은 정당을 넘어선 비극"이라며 위로했고 캐머런 당수를 대신해 나온 보수당의 윌리엄 헤이그 위원은 추모의 시간을 가진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NHS의 소중함을 깨달은 아버지

이반은 아버지 캐머런 당수의 삶은 물론이고 정책 노선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아들의 병을 간호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심정을 공감하게 된 캐머런 당수는 강력한 보수정책에서 탈피해 온정적인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병원에서 아들을 보살피는 동안 역시 병에 시달리는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을 만나 고충을 나누었던 캐머런 당수는 당내 반대파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무상의료제도인 국립의료시스템(NHS)을 유지할 것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비록 보수당의 전통적인 정책 노선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는 보수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며 영국으로 유력한 차기 총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BBC는 '만약 캐머런 당수가 차기 총리가 된다면 아들 이반과 함께 했던 경험이 그를 더욱 좋은 총리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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