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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35) 강화

[우리 말에 마음쓰기 565] ‘틀잡기-갈무리하기’와 ‘체계화’

등록|2009.02.28 13:27 수정|2009.02.28 13:27

ㄱ. 체계화되다

.. 실제로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법률체계가 요구되었고, 그래서 새롭게 체계화된 것이 바로 노동법, 사회보장법 등 이른바 '사회법'입니다 ..  《하종강-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후마니타스,2006) 219쪽

 "실현하기 위(爲)해"는 "실현하려면"으로 다듬으면 되는데, '실현(實現)'을 다시 한 번 다듬어 '이루려면'이나 '이루자면'으로 적어 봅니다. '요구(要求)되었고'는 '바라는 사람이 있었고'나 '있어야 했고'로 풀어냅니다. '등(等)'은 '같은'으로 고쳐 줍니다.

 ┌ 체계화(體系化) : 일정한 원리에 따라서 낱낱의 부분이 짜임새 있게 조직되어
 │   통일된 전체로 됨
 │   - 자료의 체계화 / 기록 관리 체계화 / 이론의 체계화에 힘쓰다
 │
 ├ 새롭게 체계화된 것이 바로
 │(1)→ 새롭게 체계를 갖춘 것이 바로
 │(2)→ 새롭게 틀을 갖춘 것이 바로
 │(2)→ 새롭게 짜 놓은 것이 바로
 └ …

 한자말 '체계'를 살려서 (1)처럼 손질할 수 있습니다. "체계를 이룬"이나 "체계를 닦은"이나 "체계를 선보인" 들로 손질해도 괜찮습니다.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면, 한자말 '체계'까지 손질해서 (2)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또는, "그래서 새롭게 노동법, 사회보장법 같은 '사회법'을 만들었다"처럼 아예 뜯어고칠 수 있습니다.

 ┌ 자료의 체계화 → 자료 갈무리 / 자료 틀잡기
 ├ 기록 관리 체계화 → 기록 관리 틀잡기
 └ 이론의 체계화에 힘쓰다 → 이론 틀을 잡고자 힘쓰다

 알맞게 짜여지지 못했으니 알맞도록 짜 놓습니다. 올바르게 틀을 갖추지 못했으니 올바르도록 틀을 가다듬습니다. 아름답게 엮이지 못했으니 아름다워지도록 매무새를 다잡습니다. 알뜰살뜰 꾸며지지 못했기에 알뜰살뜰함이 가득하도록 차근차근 보듬습니다.

 우리 세상살이도 짜고 우리 삶터도 여미고 우리 생각도 가꾸며 우리 말도 보듬습니다. 차근차근 짜면 되고, 차곡차곡 여미면 되며, 하나둘 가꾸면 되는 가운데, 즐겁게 보듬으면 됩니다.

 세상살이 어루만지는 손길이 삶터를 어루만지는 손길로 이어지고, 삶터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생각을 어루만지는 손길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손길을 따뜻함 가득하도록 고이 매만지면서 말과 글 또한 가만히 어루만져 봅니다.


ㄴ. 강화

.. 그 갈등이 심화될수록 여성억압의 불평등구조가 강화되었던 것이다 ..  《한국여성연구회 여성사분과 엮음-한국여성사 (근대편)》(풀빛,1992) 16쪽

 '심화(深化)될수록'은 '깊어질수록'으로 다듬습니다. '불평등구조'는 '평등하지 못한 구조'나 '평등하지 못한 얼거리'로 다듬고, 앞말과 이어 "여성을 억누르는 비틀린 얼거리"로 풀어내면 한결 낫습니다.

 ┌ 강화(强化)
 │  (1) 세력이나 힘을 더 강하고 튼튼하게 함
 │   - 신체 강화 훈련 / 군사력 강화 / 왕권 강화 / 국력을 강화하다
 │  (2) 수준이나 정도를 더 높임
 │   - 훈련의 강화 / 국제 경쟁력 강화 / 고객 서비스 강화 / 검열을 강화하다
 │
 ├ 불평등구조가 강화되었던 것이다
 │→ 평등하지 못한 틀이 더 단단해졌다
 │→ 평등하지 못한 얼거리가 더 굳어졌다
 └ …

 보기글은 통째로 손질해서 "그 갈등이 커질수록 여성을 억누르는 비틀린 얼거리가 더 단단해졌다."쯤으로 적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 갈등이 거세어질수록 여성을 짓밟는 잘못된 틀거리가 더 튼튼해졌다"쯤으로 적어도 괜찮고요.

 ┌ 신체 강화 훈련 → 몸만들기 훈련 / 몸가꾸기 훈련 / 몸 튼튼히 하는 훈련
 ├ 군사력 강화 → 군대힘 키움 / 군대힘 북돋움 / 군대힘 높임
 ├ 왕권 강화 → 왕권 키우기 임금힘 높이기 / 임금힘 다지기
 └ 국력을 강화하다 → 나라힘을 키우다 / 나라힘을 북돋우다

 우리한테는 '튼튼해지다'와 '단단해지다'와 '굳어지다'와 '세지다'와 '거세지다' 같은 낱말이 있습니다. '든든해지다'와 '탄탄해지다'와 '굳세지다'와 '힘있다' 같은 낱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우리 말이 알맞는 자리에 제대로 쓰이는 일을 보기란 퍽 어렵고 맙니다. 날이 갈수록 말다운 말이 알맞게 쓰이지 못하고, 달이 갈수록 글다운 글이 올바르게 적히지 못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잊기도 하지만, 말을 잊기 앞서 우리 생각을 잊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우리 생각을 잊기 앞서 우리 삶을 잊었고, 우리다움을 살리는 일과 놀이를 잊었습니다. 우리 마음을 담아낼 우리 노래를 잊었고, 우리 느낌을 펼쳐낼 우리 춤을 잊었습니다. 우리 넋을 가꿀 우리 이야기를 잊었고, 우리 모습을 북돋울 우리 옷과 집과 밥을 잊었습니다.

 누가 잊으라 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잊습니다. 누가 잃으라 하지 않았어도 스스로 잃습니다. 말을 잃고 생각을 잃고 삶을 잃습니다. 이러는 동안 저절로 사회를 잃고 교육을 잃고 정치를 잃습니다. 문화란 돈으로 키우지 않음에도 돈으로 떡바르는 문화잔치만 펼쳐집니다.

 ┌ 훈련의 강화 → 훈련을 더 세게 함
 ├ 국제 경쟁력 강화 → 국제 경쟁력 높이기
 ├ 고객 서비스 강화 → 손님 대접 더 잘하기
 └ 검열을 강화하다 → 검열을 더 세게 하다 / 검열을 더 매섭게 하다

 아이들한테 영어를 잘 가르쳐야 한다면 잘 가르칠 노릇입니다. 아이들이 한자를 잘 알아야 한다면 잘 알도록 할 노릇입니다. 다만, 무엇을 가르치거나 알게 한다고 할 때에는 '왜' 잘 익혀야 하는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누구하고 나누도록' 잘 익혀야 하는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펼치도록' 잘 익혀야 하는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역사를 가르칠 때에도 마찬가지이고, 수학을 가르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설과 토목을 가르칠 때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삶터와 학문과 일자리 모든 곳에서 똑같습니다. 삶을 가꾸는 일이어야 하며, 삶을 가꾸는 신문이어야 하고, 삶을 가꾸는 말이어야 합니다. 삶을 가꾸지 못하면서 재미만 있으면 어디에 쓸모가 닿고 누구한테 좋은 일이 될까요. 삶을 여미지 못하면서 웃음만 있으면 어디에 도움이 되고 누구한테 이바지하는 일이 될까요. 삶을 북돋우지 못하면서 돈벌이만 된다면 어디에 보람이 있고 누구한테 기쁜 일이 될까요.

 삶자락을 알뜰살뜰 붙잡는 손길을 가꾸어 내고자, 맨 먼저 내가 쓰는 말과 글부터 가다듬고 추스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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