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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아줌마부대'의 유쾌한 반란

박한민 원장과 중년아줌마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

등록|2009.02.28 16:21 수정|2009.02.28 16:21
지금은 엄연히 수업시간. 하지만 수업 재료는 책도 공책도 아니다. 바로 휠체어다. 휠체어를 탄 사람도 교육생이고, 휠체어를 미는 사람도 교육생이다. 재활센터도 아닌데 휠체어 하나로 수업이 일사천리다.

수업 받는 학생들의 표정은 그저 즐겁다. 진지하게 진행되다가도 조금만 우스운 장면이 연출되면 순식간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된다. 휠체어를 타면서 저리도 좋을까 싶다.

자세히 보니 학생들의 연령대가 수상하다. 40대는 젊은 층에 속하고 50대, 60대는 기본이다. 알고 보니 77세 할머니도 계신다. 소위 중년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수업지금은 휠체어로 수업하는 중이다. 여기에선 철저하게 실전 위주로 수업을 한다. 휠체어를 자신이 타보기도 밀어보기도 해야 대상자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취지하에 교유생들이 밀어보고 타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 송상호


유쾌한 수업, 진지한 정신

하지만 이러한 유쾌한 수업에 바탕하고 있는 기본정신과 각오만큼은 대단하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상자, 대상자가 언제나 최우선."

이것이 박한민 원장이 안성백성요양보호사교육원을 열게 된 제일 근본적인 이유다. "우리나라에 요양보호사교육원이 적지 않은데 또 교육원을 세우나?"라고 묻는 질문에 대한 당당한 대답이기도 하다.

"대충 대충은 있을 수 없다. 철저하게 실전 위주로 훈련하라. 나이 든 사람일수록 더 철저하게 임하라."

무슨 특공대 훈련방침 같지만, 사실은 박원장이 교육생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상자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배울 때 야무지게 배워야 써먹을 때 야무지게 써먹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원장은 교육생위주, 교육생은 대상자 위주

올해 1월에 첫 개강한 풋풋한 교육원이지만, 벌써 교육생들은 초만원이다. 그것도 주간반, 야간반 모두. 모두가 이 교육원에서 보여주는 성실성과 박원장의 진실성을 입소문으로 전해준 기존 교육생들의 힘이다. 교육원의 기본정신에 기꺼이 동의하기로 작정한 대한민국 중년아줌마들인 것이다.

원장아줌마 부대와 함께 야무진 세상을 꿈꾸고 있는 박한민 원장은 "저 스스로도 늘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요"가 입에 붙어 있다. 주변에 있는 교육생들이 그것을 보증한단다. ⓒ 송상호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싶지만,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 도전 못하신 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수강료를 저렴하게 했고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분들을 위해 야간 반도 운영하고 있지요. 한마디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기회를 놓친 분들에게 취업의 기회와 봉사의 기회를 주고자 이 일을 시작했어요. 실업난에 허덕이는 현실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어서였죠."

그러고 보면 박원장이 누누이 강조하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상자'라는 것은 교육생들의 몫이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육생'이라는 것은 박원장의 몫인 게다. 수강 받는 교육생들이 행복해야 대상자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를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중년 아줌마 부대'가 꿈꾸는 유쾌한 반란

자신을 믿고 따라와 주는 교육생들을 위해 또 한 가지 멋있는 프로젝트가 준비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대안적인 자원봉사 문화 프로젝트'다. 굳이 '대안적인'이라고 붙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존의 자원봉사 형태가 의지는 좋지만, 실질적인 전문 기술이 부족해 대상자와 봉사자가 서로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여기서 철저하게 훈련을 받은 교육생들을 위주로 자원봉사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도권이 정한 기준에 해당되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요양보호사로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고, 제도권이 정한 기준에는 미달이지만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웃들에게는 기꺼이 자원봉사를 해줄 것입니다."

단체사진이날 휠체어 수업에 참여한 교육생과 박원장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행복한 사람이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얼굴로 보여주는 중년 아줌마 부대이다. ⓒ 송상호


그러니까 제도권에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활용해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활용해 대안적인 자원봉사 문화를 활성화 시킨다는 전략이다. 물론 이 전략에는 이미 교육생들과 합의된 사항이다. 박원장의 비전에 대해 중년 아줌마들이 뜻을 같이한 셈이다.

이제 박 원장이 이끄는 '중년 아줌마 부대'가 일으킬 유쾌한 반란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26일 안성백성요양보호사교육원( 031-675-2525)에서 이루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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