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공지영의 글이 더 성숙해진 걸까?

공지영 에세이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등록|2009.02.28 15:43 수정|2009.02.28 15:43

▲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겉표지 ⓒ 한겨레출판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공지영이라는 이름을 언급할 것이다. '공지영의 책은 곧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녀의 인기는 대단하다. 마지막으로 선보였던 장편소설 <즐거운 나의 집>의 인기는 일 년 내내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인기를 얻었고 마지막으로 출간했던 에세이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지금도 베스트셀러 상위목록에 있다. 그녀와 그녀의 글에 대한 인기를 의심할 수가 없다.

공지영의 글이 이렇게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그녀의 글은 위로가 되며 응원을 해준다. 범죄와 사형을 다뤘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나 아버지가 다른 자식들을 키우는 미혼모의 이야기가 담긴 <즐거운 나의 집>과 같은 소설들은 어찌 보면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듯 하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심을 다해 살아가는 치열한 삶과 웃는 얼굴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의 소설은 읽고 있으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따뜻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준다.

에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의 목소리는 딸에게 향하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 글에서 자신에 대한 '응원'을 느꼈다. 참으로 독특한 일이지만,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딸에게 건네는 말을 보고 들으며 웃었고 또한 그 말을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느꼈다. 공지영이 자신을 응원해준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공지영의 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에 출간된 에세이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어떨까? 공지영의 글이되, 이제까지의 글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일상의 어느 소소한 것들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산에 사는 친구 이야기며 오뎅집에 대한 이야기, 자식들과 TV보면서 생긴 일 등 신변잡기적인 소재부터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글까지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일상의 소소함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왜일까. 이 책 또한 마음을 위로하는 어떤 촉매제가 된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는 정리처럼, 우리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그렇다. 우리를 웃기고 울리는 것은 거대담론 이전에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공지영은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서 그것을 맛깔스럽게 느끼게 해주고 있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울고 싶을 때 그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는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에피소드들이 주를 이룬다. 나이를 속인 친구들이며 지리산에 사는 시인, 강도에게 현금서비스까지 받아준 시인 등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공지영만의 이야기로 남지 않는다. 읽는 사람들의 추억을 건드린다. 가슴에 묻어두었던 추억을 되살려 살포시 웃게 만들고 있다.

2부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는 공지영의 앞에 나타나는 귀신이나  '공'씨라는 성 때문에 생긴 일이나 홑겹의 이불만 덮은 채 사인했던 일 등 공지영의 개인적인 경험 등이 주를 이룬다. 글 사이를 걸어가다 보면 웃음 짓게 하는 대목이 많다. 3부 '사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유를 허하라'도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그렇다고 웃음만 짓게 하지는 않는다.

촛불집회 때문에 부모님의 아픔을 생각하게 된 일이나 명절을 기다리는 싱글맘의 이야기 등은 거대한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공지영이 프롤로그에서 "나이가 들면서 내가 깨달은 것 중의 하나는 젊은 시절 내가 그토록 집착했던 그 거대(巨大)가 실은 언제나 사소하고 작은 것들로 우리에게 체험된다는 사실이었다"라고 썼는데, 3부는 그 말에 가장 닿아있는 셈이다.

<아주 사소한 깃털 하나>를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을 때, 새삼 놀랐다. 공지영의 '글'이라는 것은 이 복잡한 세상에서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어쩌면 깃털 하나와도 같다. 그런데 사람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고 지나간 추억까지 불러내 웃음 짓게 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까지 봤던 공지영의 글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른 <아주 사소한 깃털 하나>, 분위기가 다를지언정 글의 힘은 여전하다. 아니, 더 성숙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 맞을 게다. 능숙하게 사람 마음 들었다 놓았다 하고, 심각한 것을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 말할 줄 아닌 그렇게 말해야 하는 것이 맞으리라.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