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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66)

― ‘그런 식의 접근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듬기

등록|2009.03.01 19:13 수정|2009.03.01 19:13
- 그런 식의 접근

.. 나는 파신이 강제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 못하게 했다. 그런 식의 접근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  《싼마오/조은 옮김-흐느끼는 낙타》(막내집게,2009) 61쪽

 '강제(强制)로'는 '억지로'로 손보고, '접근(接近)'은 '다가섬'이나 '다가감'으로 손봅니다. "마음이 편(便)하지"는 "마음이 좋지"나 "마음이 가볍지"나 "마음에 들지"로 손질해 줍니다.

 ┌ 그런 식의 접근은
 │
 │→ 그런 다가섬은
 │→ 그렇게 다가서면
 │→ 그렇게 다가서는 일은
 └ …

 우리 스스로 좋아서 익히는 말이라면 거리낄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마다 제 일거리에 따라서 미국말도 배우고 일본말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울 노릇입니다. 다만, 어떤 나라밖 말을 배우든 우리가 서로 주고받을 우리 말은 제대로 다져 놓아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기뻐서 익히는 학문이라면 내칠 까닭이 하나도 없습니다. 저마다 제 좋은 대로 수학도 익히고 과학도 익히고 토목도 익히고 철학도 익히고 할 노릇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학문을 익히든 우리 머리에 담는 지식과 우리 머리에서 풀어놓는 지식이 담기는 우리 말은 올바르게 다져 놓아야 합니다.

 우리 생각을 우리 말로 나타내지 못한다면 무슨 쓸모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누구한테 도움이 될지 궁금합니다. 우리 마음을 우리 말로 드러내지 못한다면 무슨 보람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누구한테 보탬이 될지 궁금합니다.

 ┌ 그런 만남은
 ├ 그렇게 만나면
 ├ 그렇게 만나는 일은
 └ …

 옆지기 동생이 초등학교 마치는 자리에 찾아가 보고는, 이 학교 강당이라고 하는 데가 'English zone'으로 꾸며진 모습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느 초등학교라고 다르지 않습니다만, '영어 놀이터' 없는 데는 없습니다만, '책 놀이터'라든지 '우리 말 놀이터'라든지 '우리 문화 놀이터'를 꾸민 데는 아직 못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우리 삶터와 자연을 좀더 속깊이 들여다보면서 앞으로 자기 스스로 좋게 여기면서 맞아들일 일거리와 놀이감을 찾도록 이끄는 참된 배움터는 꿈꾸기 어려운가요. 꿈꾸어서는 안 되는가요.

 아이들한테 영어를 가르치려 한다면 가르칠 노릇이지만, 오로지 영어만 가르쳐야 한다는 듯 밀어붙이는 일은 참으로 누구한테 좋은 일인지 알쏭달쏭합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가르치는 영어는 아니라고 느낍니다. 아이들 삶과 넋을 아름답게 가꾸고자 가르치는 영어는 아니라고 느낍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이 나라가 아름다워지도록 가르치는 영어 또한 아니라고 느낍니다.

 우리 스스로 좀더 슬기로워지도록 하는 학교교육은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좀더 착해지도록 하는 학교교육은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좀더 아름다워지도록 하는 학교교육 또한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시험공부와 지식쪼가리만 있을 뿐, 지식을 어찌 다루고 보듬는가 하는 매무새를 말하는 학교교육은 처음부터 뿌리내리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 그렇게 다가서기는 싫었다
 ├ 그렇게 다가서는 일은 내키지 않았다
 ├ 그런 만남은 못마땅했다
 ├ 그런 만남은 싫었다
 ├ 그런 만남은 즐겁지 않았다
 └ …

 가슴에 사랑이 자라도록 가르치는 학교교육이라면, 아이들 가슴 어느 자리에라도 사랑꽃이 핍니다. 가슴에 믿음이 자라도록 이끄는 학교교육이라면, 아이들 가슴 어느 켠에라도 믿음나무가 뿌리내립니다. 가슴에 빛줄기가 자라도록 돕는 학교교육이라면, 아이들 가슴 어느 곳에라도 맑은 빛살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또 마을에서도, 그리고 방송과 인터넷과 책에서도,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돈꽃을 피도록 합니다. 이름나무가 자라도록 합니다. 힘살만 불거지도록 합니다. 얼굴과 몸매를 돈을 발라 꾸미고, 머리꼭대기까지 제 이름 석 자만 올려세우며, 두 주먹에 샘솟는 힘으로 여린 이들을 밟고 올라서도록 이끌 뿐입니다.

 참된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지 못하니 참된 말을 할 줄 모릅니다. 착한 사람으로 살도록 가르치지 못하니 착한 말을 나눌 줄 모릅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새로워지게끔 가르치지 못하니 아름다운 말을 주고받을 줄 모릅니다. 슬기로운 사람으로 튼튼해지도록 가르치지 못하니 슬기 담긴 말을 스스로 일구지 못합니다.

 ┌ 그런 만남은 마음에 하나도 안 들었다
 ├ 그런 만남은 마음만 무겁게 했다
 ├ 그렇게 만나면 마음이 괴로웠다
 ├ 그렇게 만나면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 …

 서로가 서로를 겉치레로 만나고 맙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이웃을 겉치레로 만나려 합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책은 책이 아니게 되고, 돈은 돈이 아니게 되며, 말은 말이 아니게 됩니다. 오래도록 길들여졌고, 지금도 길들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길들이는 틀은 달라지지 않을 듯합니다.

 홀가분한 마음이 되도록 사귀는 일이란, 넉넉한 마음으로 얼싸안는 일이란, 따뜻하고 싱그럽게 하나되는 일이란, 꿈으로도 꾸지 못하게 되는 먼 나라 일이 되어 간다고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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