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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禪)과 일본의 젠(禪)

일본 간사이 지역을 찾아서 13 교토 료안지(龍安寺)

등록|2009.03.03 08:53 수정|2009.03.03 08:53

▲ 료안지(龍安寺) 석정(石庭) ⓒ 박현국


동양의 불교와 서양의 기독교의 가장 큰 차이는 선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물론 예수도 마음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의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관조에 집착하는 것은 불교가 가진 큰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언젠가 남원 실상사에서 스님과 이야기 하면서 한국 불교의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선에 있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 불교에서는 하안거, 동안거라고 하여 절의 스님들이 모두 자기가 일하던 절을 떠나 일정한 곳에 모여 두문 불출하고 선에 집중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스님들이 나무 밥그릇, 즉 바리를 사용하는 것도 이동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스님들이 선을 할 때에는 보통 선방에 앉아서 벽을 마주하고 깊은 명상에 들어갑니다.   

진정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 자신의 마음의 번뇌와 깊은 시름 속에서 대상과 나를 알고 세계를 알 수 있다는 가르침은 불교의 큰 진리이고 이곳에 이르는 과정이 해탈이 아닌가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일찍부터 서구의 사상과 학문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반대로 일본것을 서구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여 왔습니다. 선 역시 일본사람들이 자기 것이라고 하여 서구에 소개한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영어권에서는 선을 일본식 발음인 젠이라고 합니다.

일본 역시 선을 중요시하는 선종 사찰이 많지만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교토의 료안지(龍安寺)가 아닌가 합니다. 

료안지는 원래 메이지(明治) 시대 귀족 집안이던 덕대사가(德大寺家)의 별장이었으나 이것을 서기 1450 년 호소가와(細川勝元)가 양도 받아 선사로 고쳤다고 합니다. 그 후 역사적인 부침이 있었으나 서기 1797년 이후 새로 고쳐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료안지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석정(石庭)입니다. 료안지 안에 있는 방장(方丈)이라는 건물 바로 앞에 75평 크기의 직사각형 마당이 있는데 이곳에 흰 모래를 깔고 그 안에 크고 작은 돌 15개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고르게 나눠두었습니다. 방장이라는 건물 마루에 앉아서 보면 모래 마당이 있고 나머지 세 면은 흙담으로 막아두었습니다.

사람들은 료안지의 석정이 일본 선의 극치라고 합니다. 한국 스님들은 벽면을 앞두고 앉아서 명상에 드는 것이 선이었습니다. 일본 스님들은 무엇인가 보이는 것이 필요했나 봅니다. 그래서 흰 모래 밭에 세워놓은 바위와 이 바위에 낀 이끼가 선의 정도에 따라서 다른 것으로 보이기도 했나 봅니다.

료안지에는 석정을 중심으로 잘 다듬어 손질해 놓은 정원수와 탑, 불상, 아담한 호수 등도 있습니다. 그리고 뒤 배경으로는 교토의 푸른 산이 둘러싸여 있습니다. 

[가는 법] 교토 역에서 리츠메이칸 대학행 버스를 타고 대학에서 내려, 대학에서 서쪽으로 걸어가면 7 분정도 걸립니다.

[참고문헌]
김달수 지음, 배석주 옮김, 일본 속의 한국문화 유적을 찾아서, 대원사, 1995.
서정록 지음, 백제금동대향로, 학고재, 2001.
존 카터 코벨 지음, 김유경 편역, 일본에 남은 한국미술, 글을 읽다. 2008.5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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