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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구조한 응급구조사, 4년간의 재활끝에 만나 인터뷰

2005년 5월 19일 교통사고 현장에서 나를 구조한 김혜진 구조사

등록|2009.03.04 09:13 수정|2009.03.04 10:27

생명의 은인인 김혜진구조사가 선물한 장갑을 끼고있다2005년 교통사고 현장에서 뇌출혈과 경추손상으로 의식을 잃은 나를 구조한 김혜진 구조사에게 구조시 사용하라고 선물한 장갑을 끼고 있다. ⓒ 서치식




누구나 그렇듯, 흔하디 흔한 119 소방서와 구조사가 내게 이렇게 큰 의미로 다가설 줄  사고 전에는 전혀 몰랐다. 어릴 적 오래 밀쳐 두었던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구조사에게 선물할 장갑을 구입하고, 고속도로를 운전해 정읍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기대로 설레었다. 의식이 없는 상태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하며 정읍소방서에 도착해 내 생명의 은인 김혜진 구조사를 찾았다.

안녕 하십니까? 제가 서치식입니다. 저에 대한 대략적 소개는 이메일로 드려서 아실텐데요.  만 4년간 외로운 투쟁을 하며, 절 구조 해주신 생명의 은인을 반드시 찾아 봐야 한다는 부채감 비슷한 생각을 내내 가꾸어 오다가 이제야 실제 구조사님을 뵈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구조사님을 찾는 방법에 관해 고심하다가, 소방 방재청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고 기다리니 저를 처음 구조 하셨던 전주의 덕진 소방서에서 연락이 와서 오늘 이렇게 뜻 깊은 자리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사소한 저의 민원을 귀담아 들어 오늘 이렇게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데 대해 애써주신 관계자 분들에게 먼저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일반민원에 대한 처리도 구조 때와 마찬가지로 신속하고 빈틈이 없으신 일처리가 놀라울 뿐입니다. 우선 저를 구조 하실 때의 상황에 관해 기억나시는 대로 간략히 말씀 해 주시지요.

저를 방문 하신다는 연락을 받고 나름대로 기억을 더듬기도 하고 그날 같이 출동했던 김재홍소방장님 하고 통화도 했습니다. 제가 간호사 생활을 하다 구조사가 되고 얼마되지 않은상태였고 또 노련하신 김재홍 소방장님 덕에 원활한 구조가 이뤄어져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 합니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좀 기억이 희미하지만 심한 사고라 쉽게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차대차 사고며, 중상자가 있다는 지령을 받고 긴장하여  봉동의 청완 초등학교 사거리에 도착하여 보니 한눈으로 보아도 매우 큰 교통사고여서 환자가 3명인 것을 확인하고 전미파출소 차량을 지원요청을 한 후 환자 상태를 살펴봤을 때 두 분은 의식이 전혀 없이 차량 밖으로 나와 있던 상태였습니다.

택시기사분은  의식도 있고 거동도 가능해서 우선 제외하고, 의식 없이 쓰러져 계신 두 분을 살펴보니 내부 외상이 심해 보였고 매우 응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가장 중요한 경추보호대를 착용하고 우선 1명을 저희 구급차로 이송준비를 한 후 다른 분(서치식 선생님으로 생각됨)도 경추보호대를 착용하고 고려병원 차가 도착하여 이송을 지도해  전북대학병원으로 이송을 한 기억이 납니다.

저희들 일상이 구조의 연속이긴 하지만, 선생님이 방문 하시겠다는 연락을 받고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선생님에 대한 생각을 해보려 했지만, 얼굴이 잘 기억이 나지 않다가 막상 직접 뵈니 그날 저희가 구조한 분이 맞네요. 그날 의식이 없는 모습만 뵌 후로 이렇게 건재하신 모습을 다시 뵈니 감개가 무량하고, 저희들 업무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게 됩니다.

현장을 처음 본 순간 이건 대형사고다 생각했고 현장에 계시던 사고자 세분 중 안전벨트를 하셨던 택시기사분은 거의 부상이 없이 찰과상 정도만 입었던 것으로 보아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리가 만일을 몰라 하는 게 안전벨트인데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너무 간과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참 많습니다. 이 기회에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를 구조하신 구조사님께 악수를 청합니다. 구조사님의 이 손이 제 목숨을 구조 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 제 생명의 은인에게 무언가 뜻 깊은 선물을 드리고 싶어 고심 하다가 구조사님의 손이 참 귀중한 손이라 생각되어 앞으로도 귀한 생명을 구조 하실 때 사용 하시라고 정말 보잘것 없는 장갑을 선물로 드립니다. 모쪼록 이 장갑을 끼시고 저를 구조 하신 것처럼 뭇 생명들을 구조 하시기를 빕니다.

선생님을 구조 한거는 전주의 덕진소방서 근무 할때 였습니다. 그 후로 전 정읍소방서로 전근을 와 3년째 근무 중인데, 정읍만 해도 도시풍의 전주와는 정서가 많이 달라 간혹 구조센타로 양말 등 감사의 선물을 가져다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희는 국가의 녹을 먹는 신분이라 사양을 합니다만 내가 구조한분들이  찾아 오실 때는 정말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아직 몸이 불편 하신 것 같은데 전주에서 일부러 이렇게 찾아와 주신 것만 해도 제게는 큰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전주에서 여기까지 무엇을 타고 오셨나요? (직접  운전하고 왔고 다시 운전 시작한 게 2년 다 되어간다는 대답에) 선생님 같은 교통사고 환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극복하기가 상당히 힘든데 용케 잘 극복하셨군요. 모쪼록 운전 하시면서 다시는 저희를 부르지 않으셨음 합니다(웃음) 저희가 별도로 사용하는 위생장갑이 있긴 합니다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근데 이 선물을 주시는 건 앞으로 구조를 더 잘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 선물이 아니라 족쇄 같은데요(웃음) 더 잘하라는 선물로 알고 근무 시 꼭 이장갑을 끼고 그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뜻 깊은 선물 감사 합니다

구급대에 들어오신 게 언제부터이고 이일을 선택하신 동기와 계기를 간단히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2003년 6월에 소방서 구급대원으로 임용이 되어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구요 처음에는 덕진소방서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정읍소방서에서 근무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간호사로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소방서구급대원에게 대해서 알게 됐고 간호사와는 달리 현장에서의 급박한 응급상황에의 대처와  병원과 다른 주체적인 활동에 대해 매력을 느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간 몇차례나 구조활동을 하셨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구조활동과 그 이유에 대해 말씀 해주십시오
구조 활동은 수없이 많구요.. 굳이 숫자로 계산하자면 6,500여건 정도 되구요 소방서 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하루 평균 10여건 정도 나가신다고 보시면 됩니다.가장기억에 남는 구조활동은 출동지령이 기도폐쇄라는 지령을 받고 출동을 하였는데 다행히 소방서에서 가까운 주택 이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여 보니 11살 정도 되는 남자 아이가 목을 쥐고 안면에 청색증을 보이며 숨을 못 쉬어 매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하임리히법(기도폐쇄 응급처치법)을 실시하고 인공호흡을 실시하며 전북대학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하였습니다. 이송을 하고 바로 다음 출동이 있어 다시 전북대학병원에 갔을 때 그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건강한 상태로 돌아와 해맑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더군요. 그때가 가장 기억이 남고 보람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경우는 소방서와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고 병원도 가까워서 예후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만약 운전 중에 안전벨트를 했더라면 훨씬 적은 부상을 입었을 거라는 지적이 많았고 저 역시 그게 제일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이라 이젠 아는 사람에겐 무조건 운전 중에 벨트를 할 것을 권하고 저 역시 운전석에 앉으면 벨트를 철저히 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일을 대비해 하는 것이 안전벨트 인데 우린 그 중요성을 너무 많이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일반국민 들에게 안전벨트에 관해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안전벨트를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차량만 봤을 때 환자가 상당한 중상을 입었겠다 싶어 환자를 살펴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차안에서 나오는 경우나 가벼운 열상이나 찰과상 정도만 호소하는 경우를 볼수 있습니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을 경우 차량이 충돌할 때의 충격으로 핸들이나 앞의 대시보드 또는 유리창에 부딪치거나 유리창 밖으로 튕겨 나가는 충격을 당할 수 있고 이러한 2차 충격으로 인해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헤드레스트도 추돌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적절한 높이로 조절해서 사용한다면 경추 손상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엔 경추손상으로 인해 구조 시 자칫 2차 부상으로 심각한 상황을 초래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입원하는 병원마다에서 2차 부상 없이 구조되어 병원으로 후송된 것이 큰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일반 국민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에 임하는 상황이 온다면 무엇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우선 2차 부상 없이 재활을 잘 하셨다니 저도 너무 좋네요... 이렇게 경추손상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경추 부위를 절대로 움직이시면 안됩니다.만약에 환자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경우라면 머리부터 허리 엉덩이 다리까지 일직선을 유지하면서 한번에 돌려야 합니다. 저희가 오기전에 의식없이 내부 장기 및 골절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다면 위의 내용처럼 하시면 되구요... 교통사고 현장같은 경우는 1차사고 후 2차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경찰에게 빨리 신고를 하시고 경찰이 오기 전까지 차량통제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교통사고 현장을 돕거나 구경하는 사람들이 2차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입니다.

응급구조사로 여러 생명을 구조하시는 성스러운 일을 하시는데요 일 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에 관해 이 기회에 한 말씀해주시지요.

성스러운 일을 하신다고 하시니 우선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처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가장 어려운 점은 119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 도중 여자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해서 가보면 남편 혼내줄려고 의식 없이 쓰러진 척 연기하는 경우도 있고 만취자가가 신고해서 집에 데려달라는 사람도 있고 만취상태로 병원 이송도중 구급차 내에서 폭언 및 폭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조대원 같은 경우에는 문잠 긴 사고라고 출동하면, 단순히 열쇠집 돈을 아끼려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고 문 개방에 어려움이 있다 하면, 레펠 타고 창문으로 열면 되지 않냐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희들도 항상 위험을 안고 그런일을 하는데 말이지요. 이런일 겪고 나면 정말 힘이 빠집니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면서 CPR하고 하는게 힘든게 아니구 이런 일 때문에 많이 힘듭니다.
이렇게 현장 나가다 보면 화나는 일들이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같은 경우처럼 저희의 손길이 정녕 필요한 분들 때문에 저희가 있는 것이란 생각에 힘이 납니다.

처음 저를 구조하러 현장에 오셨을 때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지금 저를 만나신 후의 생각을 간단히 비교 해 주십시오.

4년 전의 일이고 시간이 많이 경과한 일이라 기억이 많이 나진 않지만 차안에서 튕겨서 도로에 누워있던 것으로 보여서 여러 부위 골절과 뇌출혈을 의심하면서 예후를 상당히 걱정하며 이송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상황에서 선생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았지만 지금 얼굴을 보니 상당한 미남이시군요(웃음).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그때의 사고로 3분이 부상을 당하셨는데 그중 안전벨트를 하셨던 택시기사 분의 경우 보행이 가능 하셨고 찰과상 정도만 입으신 걸로 기억이 됩니다.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실감한 사고였다 생각 됩니다. 특히 교수형 경추라는 2번 경추 손상과 뇌출혈을 입으셨다는데 이정도로 회복 되신 건 굉장한 다행이라 생각 합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본인이 많이 힘드셨을 텐데 이렇게 재활을 잘 하셔서 마라톤 까지 나가신다니 의지가 대단하신 분이네요. 더우기 저희가 사고현장에서 구조하고 난 후 가끔 그분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궁금한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찾아와 주시기까지 하니 저희 일에 대해 다시금 긍지와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근무하는 이곳 센터장님과 동료들에게 선생님에 관해 얘기하고 한동안 선생님 얘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저의 구급대원 생활 중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기억 될 것 같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푸근한 인상의 센타장님에게 인사를 하고 응접쇼파에 앉아 인터뷰를 하는 중에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팩에 들은 호밥즙을 권하시는 센타장님에게 김혜진 구조사의 근무태도에 관해 질문을 했다

처음 아가씨로 들어와 근무하며 뭇 남자직원들과 수많은 밤을 지새우더니(이 대목에서 김혜진 구조사는 센타장에게 '내가 언제 그랬냐?'며 환한 미소를 짓는 풍경이 정겹다 그 중에서 제일 쓸만한 직원을 꼬셔 결혼을 해 이젠 부부가 다 구조사이지요. 저희 정읍소방서에서 유명한 부부 구조사지요. 전주로 발령받아 근무하다가 3년 전부터 이곳 정읍소방서의 각기다른 구조센타에 부부가 각각 근무하는 보배 같은 구조사부부이지요. 한다.

남편에 대해 묻고 결혼까지 하게된 연유를 묻자

위급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사람의 본성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다 생각 합니다. 같은 구조센타에 근무하면서 동료들을 통해 듣는 그의 침착함, 솔선수범 같은 게 제 맘에 들었습니다. 생명을 구조하는 일의 특성, 서로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동질감이 서로를 가깝게 하게 되고 결혼에까지 이르게 한 것 같아요. 지금은 딸 하나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생명의 은인인 김혜진 구조사를 만나고 나오면서 사고현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셨다는 김재홍 소방장역시 만나서 인터뷰 해야한다고 마음을 되뇌이며 전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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