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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태어난 인터넷신문 ‘아우어뉴스’를 보면서

[우리 말에 마음쓰기 569]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펼치시려는지

등록|2009.03.04 09:27 수정|2009.03.04 09:27
지난 2009년 2월, 인터넷신문 'ournews'가 태어났습니다. 다른 인터넷신문 'ohmynews'를 겨냥해서 나온 인터넷신문임을 여러모로 느끼게 되는데, '오마이뉴스'가 "내 이야기"에 머무른다고 꼬집으면서(?) 나라사랑과 겨레사랑을 앞세운 "우리 이야기"가 되고자 '아우어뉴스'라는 이름을 붙였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름붙이기만으로는 이곳이 어떤 이야기를 우리와 나누고자 하는지 알 수 없기에, 인터넷창에 'ournews.co.kr'을 쳐 봅니다. 여느 인터넷신문하고는 좀 다르게 글씨가 큼직큼직합니다. 눈이 안 좋은 어르신들도 보기에 괜찮겠구나 싶습니다.

신문이름 밑에 갈래가 죽 적혀 있습니다. "핫이슈, 뉴스, TVㆍ포토, 스포츠ㆍ연예, 라이프, OPINION, 지역, OUR라운지, OUR Weekly, 블로그"까지 모두 열 갈래로 나누었는데, 두 갈래는 알파벳으로만 적고, 두 갈래는 한글과 알파벳을 함께 적습니다. 나머지 여섯 갈래는 한글로 적었으나 '지역'을 뺀 다른 낱말은 모두 영어입니다.

'오피니언' 아닌 'OPINION'을 적으면서 'LIFE' 아닌 '라이프'를 적은 대목이 얄궂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핫이슈' 아닌 'HOT ISSUE'로 적어야 잘 어울리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또한 '지역'이 아닌 'LOCAL'을 쓰지 않은 까닭이 궁금합니다.

'회사소개' 칸에 들어가 봅니다. '회사소개'란 글월 밑에 'COMPANY'를 적고, '연혁' 밑에는 "OUR News History"라고 적습니다. 2월 16일에 "아우어뉴스 창간 리셉션"을 했고, 같은 날 "아우어뉴스 그랜드오픈"을 했답니다. 국어사전에서 '리셉션(reception)'을 찾아보니 '축하잔치'쯤 된다고 풀이가 달립니다. 국어사전에 이런 영어가 실려 있기도 하군요. '그랜드오픈'은 그랜드백화점에서나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회사 '비전'이 무엇인가 살펴봅니다. "건강한 국익을 추구"한다는 이 신문은 "Great Korea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 제시"를 하겠다고 당차게 밝힙니다. 직원 채용은 모두 'STEP 5'를 밟으며 이루어지고, 'Daily OUR News'를 아침마다 거저로 받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TVㆍ포토' 갈래에 들어가 봅니다. 'OUR TV뉴스'와 'OUR UCC'와 '연예포토'와 '스포츠포토'가 보이고, 'BEST OUR TV' 칸과 'BEST OUR PHOTO' 칸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스포츠ㆍ연예' 칸에 들어가 보니 'HOT 뉴스' 토막기사 칸이 따로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HOT 뉴스'이고 대문에서는 '핫이슈'이군요. 아직 신문을 만든 지 얼마 안 되어 앞뒤가 어긋난 곳이 많구나 싶습니다. 제대로 얽어 놓지 못했어요.

'라이프' 갈래에 들어가 봅니다. '컬쳐'와 '푸드'와 '트래블' 이렇게 셋으로 다시 갈립니다. '컬처'에는 '축제/패션ㆍ뷰티/책ㆍ문학/컬처일반'으로 나뉩니다. '문화'가 아닌 '컬처'를 말하면서도, '옷'이 아닌 '패션'을 말하면서도, '페스티벌' 아닌 '축제'를 다루고 '북' 아닌 '책'을 다루는 매무새가 놀랍습니다. '푸드' 갈래는 다시 '음식/맛집/요리/푸드일반'으로 나뉘는데, '푸드' 갈래에 '음식'이 있으니 아리송합니다. '푸드' 갈래인데 '푸드스타일'이 없어서 궁금합니다. '트래블' 갈래는 다시 '국내여행/해외여행/레져' 들로 갈리는데, '로컬트래블'과 '월드트래블' 같은 이름을 쓰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게 됩니다.

'OPINION' 갈래에는 '칼럼'과 '토론'이 있습니다. '칼럼' 자리는 다시금 '우리의 주장/우리의 칼럼/전문가칼럼/독자칼럼' 들로 나뉩니다. 이 자리에는 'Today 칼럼'과 '터프뉴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어쩐지 어수선하게 나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지역판'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꼭지이름만으로는 무엇을 이야기하려나 알 수 없던 'OUR라운지'로 들어가 봅니다. 여기에서는 '골프/재테크/취미/영화ㆍ음악'을 다룬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라운지'였군요. 이 자리에서 우리들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고, 이 꼭지는 'HAPPY OUR STORY'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OUR Weekly'는 이곳 인터넷신문 아우어뉴스에서 만든다고 하는 '고품격 시사 주간지' 이름이라고 하며 아직은 안 나왔으니 "COMMING SOON"이라고 합니다. 이 주간잡지 첫호가 무척 궁금합니다. 그나저나, 그냥 'OUR lounge'라고 이름을 붙일 때가 한결 낫지 않았을까요. '라운지'라고 적으면 알아듣기에 좀더 좋고, 'lounge'라고 적으면 못 알아들을 분이 아직 많으리라 생각했을까요.

마지막으로 '블로그'에 들어갑니다. 이곳에는 '오늘의 블로그/인기 블로그/따끈따끈 새로운 이야기' 같은 갈래가 보입니다. 'Today Blog'나 'Best Blog' 같은 이름을 안 써서 새삼스러운 한편, '핫이슈'와 '핫뉴스'를 말하다가 '따끈따끈 새로운 이야기'라고 이름을 붙이니 어딘가 어색합니다. 예부터 처음과 끝이 같도록 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했고, 소주이름에도 '처음처럼'이 있습니다만, 첫뜻 첫마음을 고이 마지막뜻 마지막마음이 되도록 가다듬는 멋이 없다면, 우리들이 넉넉히 즐기고 나누기에는 아무래도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그래도 이 인터넷신문이 '좌(左)도 우(右)도 아닌 중도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외치고 있으니,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가운데로 나아가는 매무새가 어떠할는지 지켜보아야 할 테지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겠다고 하는 다짐 그대로, '큰 한겨레'를 바라는 그 뜻 그대로, 우리 삶자락을 놓치거나 내버리지 않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테지요. '우리 말'에도 'english'에도 치우치지 않는 '가운데 길'을 얼마나 꿋꿋하게 걸어갈는지를 두고보아야 할 테지요.

인터넷창을 닫고 아기를 품에 안으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겨 봅니다. 그래, 그나마 '아우어뉴스'는 '左'와 '右'라는 낱말 하나에서만 한자를 쓰고, 어디에서도 한자를 한 마디도 안 넣었으니, 이런 글씀씀이로도 흐뭇하게(?) 여겨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분들이 아무리 우리 아이들한테 한자를 일찍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외치고 있어도, 이분들 스스로 인터넷신문 꼭지이름이나 기사이름이나 기사글 어디에도 한자는 한 마디도 안 쓰고 있으니, 아이들한테 가르치려는 그 지식쪼가리는 말 그대로 지식쪼가리일 뿐이고, 아이들이 더 너르고 깊이 생각하는 일을 가로막는 짐이 아니겠느냐고. 영어세상을 외치고 영어 안 배우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듯 말씀하시는 매무새 그대로 신문이름이며 꼭지이름이며 온통 영어판이지만, 이러는 가운데에도 '어쩔 수 없이(?)' 우리 말을 살려서 쓰는 대목이 곳곳에 있으니, 이런 조그마한 마음씀을 곱게 껴안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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