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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한 아들, 더 힘들어지는 느낌

초등학교 공교육, 복잡한 사회상황 반영하지 못해 아쉽다

등록|2009.03.04 11:13 수정|2009.03.04 11:16
지난 3월 2일 첫째 준영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었다.
그날 하루 종일 학교 강의가 잡혀 있어 나는 입학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밤에 밝고 씩씩한 모습을 보니 듬직해 보였다. 게다가 담임선생님도 좋은 것 같다고 해서 더 안심이 되었다.

입학 다음 날인 3일 오전에 핸드폰으로 전화 한 통이 왔다. 발신자 번호가 집이다. '어, 이상하네, 이 시간에 집에 있을 사람이 없는데.'하며 전화를 받았다. 준영이었다. '집에 왜 아무도 없느냐'고 한다. 나는 오히려 '네가 어떻게 집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학교수업이 끝났다고 한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10시30분. 아니 8시30분에 학교간 아이가 벌써 왔단 말인가. 보통은 우리 부부가 출근하기 전에 부모님이 오셔서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보내주곤 했다. 오늘은 내가 아이들 보내주고 싶어서 일찍 나오시지 말라고 했으니 집에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아들 준영이의 졸업식어린이집을 졸업하는 아이들 ⓒ 정철상




얘 혼자 나 놓아두기 그래서 내가 집으로 들어왔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는 3개월 정도 이렇게 오전 수업만 진행된다고 한다. 나는 초등학교가 이렇게 일찍 끝나는지 몰라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물론 우리가 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오전반, 오후반이라는 것이 있어서 콩나물 시루처럼 한 반에 60여명 가까이 꽉 차서 운영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보다 학교도 훨씬 많이 생기고, 선생님도 많이 충원된데다, 아이들도 많이 줄어서 학급당 30여명 미만이다. 게다가 사회도 복잡해져서 맞벌이 하는 부부도 많이 생기고, 아이들의 지적 수준도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오전수업으로만 끝마치니 아이로서도 맥이 빠지는 것 같았다. 2월말까지 어린이집이라는 곳을 다녔는데 이곳에서는 오후 5시까지 수업이 있었다. '준영이도 황당했다는 것이다.' 분단 정하고, 짝지 정하고 선생님이 다들 집으로 가라고 하는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는 것이다. 지금도 학교 가기 싫어서 서운한 것이 아니라 수업이 너무 일찍 끝나 서운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아니라 다운 그레이드 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사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공부방 형태로 사교육을 미리 받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집에 일찍 와서 뭘 해야 될지 모르니 멍하니 TV를 보고 있다. 아내 역시 아이 시간이 너무 많이 생기니 3개 정도의 사교육을 추가로 해뒀다고 한다. 태권도, 피아노, 논술 학습이라고 한다. 사실 이외에도 몇 개의 수업을 더 추가할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일찍 오면 부모님만 계신데 어른들이 통제를 못하기 때문에 TV만 보게 된다는 것이 아내의 주장이다. 그래서 아내는 사교육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도대체 집에 보낸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궁금하다. 물론 부모 중에 한 사람이 집에 있어서 교육을 별도로 시킬 수 있는 환경이라면 더 좋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형편도 좋지 못한 맞벌이 부부들로서는 이만 저만한 고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 보내자니 돈 들 것이고, 안 보내자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떨어 질 것이 걱정이고.

그런데 3개월만 그런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까지는 수업을 해도 거의 1시 이전에 다 마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들에게 대단히 미안하지만 도대체 나머지 시간에는 뭘 하는지 궁금하다. 물론 선생님이 아니라 우리나라 공교육의 문제를 따지고 싶다. 도대체 공교육에서 아이들을 보다 책임지고 교육시켜야 될 것인데, 사교육을 조장시키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교육, 사교육 외치며 사교육의 문제점만을 부각하려하지 말고 학교 공교육부터 올바로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되었다. 학교 공교육이 올바로 서면 정리될 사교육은 자연스레 정리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과 미디어다음에도 동시게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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