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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68)

― ‘원래의 모양’, ‘원래의 세계’, ‘원래의 나’ 다듬기

등록|2009.03.05 19:20 수정|2009.03.05 19:20

ㄱ. 원래의 모양

.. 이 풀은 키가 30센티미터 정도의 썩어가는 등걸에 뿌리를 3~5센티미터 정도만 내리고도 원래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이한중 옮김-씨앗의 희망》(갈라파고스,2004) 109쪽

 "30센티미터 정도(程度)의 등걸"은 "30센티미터쯤 되는 등걸"로 다듬습니다. '유지(維持)하고'는 '지키고'로 손봅니다.

 ┌ 원래(元來/原來) = 본디
 │   - 원래의 가격보다 훨씬 싸다 / 계획은 원래대로 진행되었다
 │
 ├ 원래의 모양을
 │→ 본디 모양을
 │→ 자기 모양을
 │→ 제 모양을
 └ …

 국어사전에서 '원래'를 찾아보니 "원래의 가격"이라는 보기글도 있군요. 이런 보기글은 "처음 (나온) 값"으로 다듬어 줍니다. "원래대로 진행(進行)되었다"는 "처음대로 되었다"나 "하던 대로 되었다"라든지 "예전대로 되었다"쯤으로 다듬어 봅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원래'라고 하는 말은 '본디'로 고쳐야 할 말입니다. '본디'라는 말을 쓰면 뒤에 토씨 '-의'가 엉뚱하게 붙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원래'를 쓴 모든 자리를 '본디'로 다듬기보다는, 때와 곳에 맞게 여러 가지 말로 다듬어 줄 수 있어요. '처음'이나 '첫'이나 '제' 들을 넣으면서.


ㄴ. 원래의 세계

.. 이건 분명 꿈이야. 이건 꿈이고, 아마도 눈을 뜨면, 나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있을 거야 ..  《다니구치 지로/양억관 옮김-열네 살 (1)》(샘터,2004) 79쪽

 '분명(分明)'은 '틀림없이'로 다듬어 줍니다. '세계(世界)'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곳'이나 '자리'로 다듬어도 됩니다.

 ┌ 원래의 세계로
 │
 │→ 처음 있던 곳으로
 │→ 처음 그 자리로
 │→ 예전에 있던 곳으로
 │→ 제자리로
 └ …

 처음 있던 자리나 처음 있던 곳은 '자기 자리', 곧 '제자리'입니다. 보기글에서는 맨 처음에 있던 곳이라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자리가 아닌 "예전에 있던 자리"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있던 자리"이기도 하고, "예전에 살던 자리"이기도 합니다.


ㄷ. 원래의 나

.. 나의 물음에 형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게 나잖아. 이게 원래의 나잖아. 나를 찍을 거면 나를 보여줘야지." ..  《백성현-당신에게 말을 걸다》(북하우스,2008) 313쪽

 '질문(質問)'이 아닌 '물음'으로 적으니 반갑지만, "나의 물음"은 "내 물음"이나 "내가 물으니"로 고쳐 줍니다. '대답(對答)했다'는 그대로 두어도 되나, '말했다'나 '이야기했다'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찍을 거면"은 "찍으려면"이나 "찍을 생각이면"이나 "찍으려 했으면"으로 손질합니다.

 ┌ 이게 원래의 나잖아
 │
 │→ 이게 바로 나잖아
 │→ 이게 진짜 나잖아
 └ …

 처음 모습이 우리한테 가장 나은 모습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다만, 어설프거나 익숙하거나 모자라거나 훌륭하거나, 꾸밈이 없으며 수수한 우리들 처음 모습은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따질 수 없어요. 그저 있는 그대로입니다.

 ┌ 내 있는 그대로잖아
 ├ 꾸밈없는 나잖아
 ├ 숨김없는 내 모습이잖아
 ├ 이게 내 참모습이잖아
 └ …

 있는 그대로인 모습은 꾸미지 않은 모습, 곧 꾸밈없는 모습이며, 숨김없는 모습입니다. 첫 모습이면서 맨 모습입니다. 겉바르거나 덧씌우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리고, 더도 덜도 아닌 모습, 참모습이에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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