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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만난 '심은경' 미 대사 "채팅은 처음"

스티븐스 대사,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누리꾼들과 웹채팅

등록|2009.03.06 18:37 수정|2009.03.06 18:38

▲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는 6일 오전 30명 가까운 한국 누리꾼들과 한미관계, 대북문제, 경제위기 등을 주제로 채팅을 했다. ⓒ 황방열


"사실 이번 기회가 웹채팅을 통해서 제가 한국어를 직접 처음으로 읽는 기회이기도 한데요, 사실 영어든 한국어든 이번이 제 처음 웹채팅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못하더라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의 평화봉사단 활동으로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기도 한 도리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9월 부임한 이후 '광폭행보'로 화제가 되고 가운데, 이번에는 웹채팅을 통해 한국 누리꾼들을 만났다.

심은경 주한 미대사, 웹채팅으로 한국 누리꾼 만나

▲ 캐슬린 스티븐스 (한국명 심은경) 주한 미대사 ⓒ 남소연

스티븐스 대사는 주한미국대사관이 개설한 온라인 커뮤니티 Café USA(http://cafe.daum.net/usembassy)를 통해,  6일 오전 누리꾼들과 한국어로 채팅을 했다. 그는 실시간 채팅에서 "영어 타이핑은 잘하는데 한국어 타이핑은 못해서 저희(대사관) 직원이 도와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채팅은 한국과 미국의 경제문제에 대한 대화로 시작됐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 경제는 언제 회복되나요,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솔직히 제가 예측하기는 힘들다"면서 "제가 느낀 점은 경제위기가 한국의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의 1인당 채무율'을 묻는 질문에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굉장히 높다고 들었다"면서 "주택부문 문제와 가계부채가 은행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답했다.

한미FTA 문제와 관련해서는 "얼마 전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은 오바마 신행정부가 현재 계류중인 3개의 FTA를 신속하고 건설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물론 통상적인(commercial) 차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한미FTA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학졸업하는 제 아들도 걱정 많아"

그는 또 "어제 국민들이 실직을 많이 하고 가족들에게 알리지 못한다는 한국 기사를 읽었는데,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제 아들과 친구들, 그리고 친구의 부모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물론 우리 상황이 다른 곳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모두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 전 남편 사이에 아들 제임스를 두고 있다.

북한 문제도 빠질 수 없는 주제였다. 북한이 "한미 '키 리졸브' 한미합동훈련 중에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남한 민항기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스티븐슨 대사는 "클린턴 장관도 분명히 말했지만, 우리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든 남한 민항기에 관한 규제든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를 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시아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비즈니스는 바로 한반도의 문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누리꾼들과 웹채팅을 하고 있다. ⓒ 황방열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그는 "미국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입장은 이것을 정치적인 상황과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여기에 충분하고 적절한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미국의 지속적인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한 누리꾼은 "미국은 식량의 군용전용을 우려하지만, 북한은 오랫동안 군-민 일체사회여서 군부와 인민을 분리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모니터링은 요식행위일 수밖에 없으며, 비상식량 비축이 필수적인 군이 지원식량을 오래된 비상식량으로 대체하고, 기존의 비상식량을 소비하는 것을 군부 전용이라고 할 수 있느냐"(당크)고 반론을 펴기도 했다.

보스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7일 방한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의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바로 그러한 이유로 오바마 대통령이 보스워스 특별대표를 이 지역에 보낸 것"이라면서 "그가 오면 여러분들의 의견을 비롯한 이곳의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34년 전에 처음 한국에 왔던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오늘날의 한미 관계는 34년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충만해졌다"면서 "한국어로든 영어로든 친미 혹은 반미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은 한미 관계에 있어서 명확성을 부여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오해로 이어질 소지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누리꾼과의 공개토론회 제안, 현장 승락도

스티븐스 대사는 "한반도 주요 현안과 한미, 북미 관계를 주제로 한 네티즌, 인터넷매체와의 공개 토론회에 응해달라"는 카이자(인터넷기자협회장)의 제안에 대해 "대사관 대변인에게 얘기해서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다"고 현장에서 승락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채팅은 '역사학도', '카이자', '게으른초딩'을 비롯해 30명 가까운 누리꾼들이 참여해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최근 스티븐스 대사외에도 스탠튼 부대사와 와이치 영사 등이 미국 대선, 에이브러햄 링컨 탄생 200주년, 비자면제 프로그램 등의 주제로 누리꾼과 채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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