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69)
― ‘주민 1만2천 명의 농업도시’, ‘몇 명의 아이들’, ‘한 명의 어린아이’ 다듬기
ㄱ. 주민 1만2천 명의 농업도시
.. 우리 집 거실에서 내과의사 오티스 스미스는 주민 1만2천 명의 농업도시인 조지아 주 포트밸리에서 최근 떠나온 일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 《하워드 진/유강은 옮김-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이후,2002) 37쪽
'최근(最近)'은 '요사이'로 고칩니다. "떠나온 일에 관(關)해 이야기해"는 "떠나온 일을 이야기해"로 다듬습니다.
┌ 주민 1만2천 명의 농업도시
│
│→ 주민이 1만2천 명인 농업도시
│→ 1만2천 사람이 사는 농업도시
└ …
'주민(住民)'은 "사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러니 "몇 사람이 사는(살아가는) 농업도시"처럼 풀어쓰면 돼요. '주민'이라는 말을 살리고 싶다면 "주민이 (얼마쯤 되는) 농업도시"라 하면 되고요. "사는 사람 몇 명"이라 하기보다는 "사는 사람 몇"이라 하든지, "몇 사람이 산다"라고 풀면 한결 낫습니다.
ㄴ. 몇 명의 아이들
.. 몇 명의 아이들이 야트막한 담 위에 나란히 앉아 뭔가를 돌로 두드리는 모습이었다 .. 《편해문-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소나무,2007) 80쪽
"한 잔의 차" 같은 말씨를 털어내지 못하면, 가지를 치고 새끼를 치면서 "한 가지의 일"이나 "한 대의 차"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한 명의 사람"으로도.
┌ 몇 명의 아이들이
│
│→ 아이들 몇몇이
│→ 몇몇 아이들이
│→ 몇 아이들이
└ …
아이들 몇몇이 놀고 있습니다. 아이들 몇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몇몇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몇 아이들이 눈에 뜨입니다.
아이들이 몇이나 있는가 숫자를 세어 보려고 했다면, "아이들 몇 명"이라고 세어 줍니다. "몇 명이 되는 아이들"이라고 세어 보아도 됩니다. 한자말 '名'을 굳이 쓸 까닭이 없다고 느끼는 가슴이라면, "몇 아이들"이라고 세거나 "아이들 몇"이라고 세어 줍니다.
ㄷ. 한 명의 어린아이를
.. 한 여성은 한 명의 어린아이를 낳기 위하여 진통한 후 한 어린아이를 기릅니다 .. 《칼릴 지브란/김한 옮김-그대 타오르는 불꽃이여》(고려원,1987) 167쪽
"낳기 위(爲)하여"는 "낳으려고"나 "낳기까지"로 손봅니다. "진통(陣痛)한 후(後)"는 "배가 아파야 하고"나 "배가 아픈 다음"으로 다듬어 봅니다.
┌ 한 명의 어린아이를 낳기 위하여 (x)
└ 한 어린아이를 기릅니다 (o)
보기글을 가만히 보면, 첫머리를 "한 여성"이라고 적습니다. "한 명의 여성"으로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어서 "한 어린아이"가 아니라 "한 명의 어린아이"로 적습니다. 그런데 끝머리에는 또 "한 어린아이"가 나옵니다.
오락가락하면서 '명 + 의'를 넣기도 하다가 안 넣기도 하는 말투입니다. 알맞게 잘 쓰다가도 얄궂게 틀리고, 그러다가 다시 알맞게 잘 쓰는 말투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말투를 찬찬히 헤아리지 못했기에 이런 말투가 나오는구나 싶고, 우리 말씨를 좀더 돌아보지 않았기에 이런 말씨를 함부로 쓰는구나 싶습니다.
말짜임을 통째로 손질해서 "어머니 한 사람은 배가 아픈 끝에 아이 하나를 낳아서 기릅니다"쯤으로 고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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