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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과 수락산 봄향기 마음껏 마셨어요

7일 수락산 정상에서 홍어 안주 삼아 막걸리 파티 열어

등록|2009.03.08 15:50 수정|2009.03.08 15:50

수락산겨울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소나무와 어우러져 있었다. ⓒ 김철관


입춘(立春, 양력 2월 4일, 음력 1월 10일)이 지났고 개구리가 깨어 나온다는 경칩(驚蟄, 양력 3월 5일, 음력 2월 9일)도 지났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하지만, 봄기운은 여기저기에서 엿볼 수 있었다. 남도 지방의 산유화와 살구꽃의 만개, 새만금 개펄(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사람들, 봄나물을 캐는 할머니 등이 대표적인 봄소식이다.

모처럼 봄의 향취에 흠뻑 젖기 위해 7일(토) 오후 서울메트로 선후배들과 함께 서울과 의정부 , 남양주를 잇는 수락산을 찾았다. 한 팀은 서울 상계동 당고개 쪽인 학림사에서 출발했고, 또 한 팀은 경기도 별내면 청학리에서 출발했다. 수락산 최고봉인 주봉(향로봉)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집근처인 별내면 청학리에서 정각 오전 10시 15분 수락산 입구인 내원암 쪽으로 향했다. 등산로 한 모퉁이에서 파는 만원짜리 등산용 지팡이를 구입했다. 평소 오래 걸으면 관절이 욱신거리기 때문이었다. 지팡이를 벗 삼아 속도를 냈다. 출발 30분 후 내원암에 도착했다.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의정부에 사는 박용수(서울지하철노조 대외협력부장)라는 후배였다.

수락산지프차 모습의 바위 ⓒ 김철관


소나무와 애무바위싱싱한 소나무가 애무바위를 감싸고 있는 듯했다. ⓒ 김철관


어제 저녁, 7일 오전 10시까지 청학리 집 앞에서 만나 등반을 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연락이 없었다. 요즘 업무에 지친 그였기에 피곤해 잠을 자느라 오지 못할 것으로 짐작했다. 그래서 홀로 수락산을 향했다. 하지만 후배는 조금 늦은 10시 45분경 청학리에 도착해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다. 바로 내원암에 도착한 직후였다. 내원암에서 그를 기다렸다.

내원암은 조선 영조 계비 정순왕후가 왕손을 얻고자 주지 용파대사로부터 300일 기도를 드린 사찰로 유명하다. 주변 금류(金流)폭포는 매월당 김시습이 세조왕위 찬탈에 분노해 이곳에서 10년간 머문 곳이다. 내원암 바로 밑에는 은류(銀流)폭포가 있다. 해가 동쪽에서 뜰 때 물빛이 은빛으로 변한다고 해서 은류 폭포라고 전해오고 있다. 은류폭포는 겨울철 빙벽타기로 소문난 곳이다.

흠뻑 땀에 젖은 몸 안으로 봄바람이 파고들어 냉기가 느껴졌다. 갑자기 추위가 몰려오는 듯했다. 내원암과 금류폭포, 은류폭포 등 주변에는 눈과 얼음이 그대로였다. 지나간 초겨울을 보존하고 있는 듯했다. 내원암 앞마당에는 스님이 만든 것으로 추측되는 눈사람이 활짝 웃고 있었다. 봄바람으로 인한 처마 밑 풍경 소리도 요란했다. 불경을 외우며 목탁을 치는 스님의 목소리에서 마음의 평온함이 느껴졌다.

수락산산 위에서 본 노원구 ⓒ 김철관


직장동료 단체사진뒤에서 시계방향으로 김상현 차장, 김재옥 대리, 나, 김지욱 차량과장, 박용수 노조대외협력부장, 박종문 과장, 오경묵 주임, 박보형 과장이다. 이날 김상현 차장이 등산모임 회장에, 박종문 과장이 총무로 선출됐다. ⓒ 김철관


이 시각 전화 한 통화가 걸려 왔다. 박보형 후배의 목소리였다. 그는 당고개 학림사 쪽에서 출발해 바로 주봉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는 빨리 올라오라고 했다. 가끔 수락산을 등반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 그였다. 아마 기다린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박용수 후배가 내원암에 도착했다. 내원암에 잠깐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고 곧바로 주봉을 향했다.

주봉을 향해 반드시 거쳐야할 곳은 수락산장이다. 수락산장에는 여러 등반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수락산장에서 마신 약수는 꿀맛이었다. 이곳은 두 길로 갈라진다. 주봉 방향과 기차바위(흠통바위)이다. 의정부 방향인 기차바위 쪽으로으로 발길을 돌렸다. 박보형 후배와 함께 온 팀은 주봉을 지나 의정부 쪽 헬기장에 도착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전갈이 왔다. 그곳을 향해 비지땀을 흘리면 강행군을 했다.

능선에서 산 밑을 보자 청학리 집인 아파트가 보였다. 좀더 능선을 따라가니 이름 모를 큰바위 하나가 나왔다. 그곳에 올라가 보니 서울 노원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산에서 본 촘촘히 서 있는 아파트가 평소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했다. 마음을 사로잡는 듯했다. 수락산 곳곳에는 녹지 않은 백설이 이곳저곳 흩어져 뭉게구름을 연상케 했다. 헬기장에 도착했다.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림사서울 당고개 수락산 입구의 학림사 ⓒ 김철관


기다리는 사람보다 먹음직스러운 낙지 무침과 홍어회, 막걸리와 귤이 눈에 띄었다. 점심 때가 된 탓인지 배가 고파서였다. 먼저 홍어를 안주삼아 허겁지겁 막걸리를 마셨다. 홍어는 박보형 후배가, 낙지 무침은 노원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그의 친구가 가지고 왔다. 낙지 무침, 홍어와 막걸리를 중심으로 아홉 명의 직장 선후배들이 빙 둘러 앉았다.

서로 정감을 느끼는 대화를 이어갔다. 금방 막걸리와 안주가 동이 났다. 보온병에 가지고 온 따뜻한 물로 커피를 만들어 한잔 씩 마셨다. 막걸리 병과 종이 잔, 귤껍질 등 쓰레기를 봉지에 담았다. 그리고 의정부 장암 방면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내려 오면서 멋진 경치를 배경으로 단체사진도 찍었다. 한 등산객이 소개한 지프차 바위, 애무 바위 등도 촬영했다. 막걸리를 많이 마신 탓인지 동료들은 산에서 내려오면서 곳곳에서 숨어 소피를 보는 모습도 정겹게 느껴졌다.

산에서 내려오니 지하철 7호선 장암역이었다. 마치 전동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7호선 지하철을 타고 노원역에 내려, 식당을 들렀다. 여기에서 명품 풍천장어와 복분자로 뒤풀이를 했다. 이 자리에서 등반모임을 만들었고, 회장과 총무도 뽑았다. 모임 자리를 끝내고 호프집에서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각자 집을 향했다. 모처럼 유익한 봄 등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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