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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모래마을 사람들 12회

재래시장은 물가가 싸다

등록|2009.03.08 20:03 수정|2009.03.08 20:03
1. 말복날의 손수레 12

"한 사람이 김치찌개 하나 시켜서 밥을 다 먹고, 추가로 공기밥 한 그릇 더 시키면  오히려 좋아하잖니?"
"예, 그렇겠죠? 전골 먹고 볶음밥 해달라고 해도 좋아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어느 쪽이 더 빨리 먹고 일어날까?"
"김치찌개 하나에 밥 한 공기 더 시켜서 둘이 먹고 일어나는 쪽이겠죠?"
"그럼 그 사람들이 김치찌개 하나만 먹더라도 밥 한 공기는 더 파니까 장사하는 게 낫지 않겠니? 한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밥 한 공기 더 파는 셈이니까 말이야."
"후후, 그렇네요."

그때 마침 배달 가는 '맛있는 올갱이국' 식당 주인과 선호의 눈이 마주쳐서 서로 눈인사를 했다. 이따금 몸이 굵은 올갱이(다슬기)와 시래기가 듬뿍 들어간 올갱이국으로 숙취 해소를 하기 위해 선호가 자주 가는 식당이었다. 이사 와서 이삿짐을 나른 날, 싱싱하고 살이 꽉 찬 무침게장으로 저녁식사를 맛있게 했던 식당이었다.

"뭐 먹을까?"
"여긴 먹을 것 참 많이 파네요?"

물론 식당보다는 사 가서 조리해 먹을 것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청과물, 양념에 잘 재운 돼지갈비, 닭튀김이나 닭강정, 해산물을 파는 가게가 많았고, 사이사이 옷가게들이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싸요?"

그때가 여름날이었을 것이다. 수박 한 통에 2000원 하는 데도 있었고, 방울토마토 두 근에 1000원 하는 데도 있었다. 양념돼지갈비는 세 근에 만 원밖에 하지 않았다. 싱싱한 생물오징어도 세 마리에 2000원밖에 하지 않았다.

"모래내시장은 물가가 싸기로 유명하지. 옆 구월시장도 싸기는 마찬가지야."

조금 더 걸어가다가 정인이 깜짝 놀란 듯 말했다.

"어머, 청바지도 9000원밖에 안 하네요? 건빵바지도 9000원, 면바지는 7000원…"
"하하, 이쪽 시장도 그렇지만, 인천 물가가 워낙에 싼 편이지. 시장 사람들 인심도 참 좋다. 그런데 뭐 먹을래?"

재래시장은 분명히 물가가 싸다모래내시장과 구월시장을 선호와 함깨 돌아보던 정인은, "물가가 너무 싸요" 하면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김선영


"이 시장에 감자탕집 있을 것 같은 느낌."
"하하. 구월시장에 몇 군데 있지. 순대국집도 많고. 저기 감자탕집 진짜 싼 데 있다. 그리로 가자."

두 사람은 모래내시장 중앙통에서 해산물 가게를 끼고 왼쪽으로 꺾어졌다. 노점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재래시장다운 맛이 있었다. 생번데기도 팔고 만두를 빚어 익히지 않은 것을 파는 할머니도 눈에 띄었다.

선호가 사는 마을이라서 정인은 재래시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둘러보았다. 왼쪽으로는 불량 난 팬티나 팬츠, 러닝셔츠를 싸게 파는 유명 메이커 대리점도 있었고, 오른편으로는 순대와 튀김을 파는 리어카도 있었다.

왼편으로 큰 야채가게가 눈에 띄자, 선호는 그곳을 끼고 왼편으로 돌아 들어갔다. 조금 더 들어가자 왼쪽에 '감자탕과 순대가 모래내에서 만났어요'라고 간판된 집이 나타났다. 식당 문 밖에서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순대와 간, 허파, 머릿고기 등을 썰고 있었다.

[계속]
덧붙이는 글 2004년 말에 초고를 써놓고 PC 안에 묻어두었던 소설입니다만, 그 시절의 세상 이야기와 최근의 달라진 세상 모습을 덧붙여서 많은 부분 보충하고 개작해 가며 연재한 뒤에 출간하려고 합니다. 선호의 눈을 통해, 가난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다양하게 그려질 것입니다. 이 소설은 실화 자체가 아니라, 여러 실화를 모델로 한 서사성 있는 창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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