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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도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

등록|2009.03.09 10:21 수정|2009.03.09 10:21
좋아하는 팝송 중에 짐 리브스의 'Welcome to my world'란 노래가 있다. 그가 비행기 사고로 죽자, 그의 노래 백 코러스를 맡았던 아니타커 싱어스가 그를 추모하며 그 노래를 다시 불렀었다. 그런 안타까운 사연 때문인지 그녀들은 오히려 원곡보다도 더 가슴속에 스며들게 불렀다.

그 노래를 오래 전에 대한항공이 광고음악으로 썼는데 그 광고를 볼 때마다 무척이나 비행기가 타고 싶었다. 그 광고는 정말 비행기를 타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환상적이었다.

오래 전, 가슴속에 그런 갈망을 안고만 살다가 비행기를 처음 타던 날의 설레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비록 제주도까지의 짧은 거리였지만 구름 위를 날아가는 기분은 황홀했다. 그건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그날의 설레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했던 것은 길게 뻗어있던 활주로였다. 비행기는 긴 활주로를 달려서 사뿐 날아올랐다.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때의 그 기분도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황홀했지만 긴 활주로가 주었던 의미는 아주 특별하게 나를 휘감아왔었다.

그 큰 몸체가 새처럼 하늘을 날기 위해선 긴 활주로를 달리면서 생기는 가속도가 반드시 있어야만 가능했던 것이다. 만일 활주로가 짧았다면 비행기는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무렵 나는 늘 꽃피우지 못하고 살아가는 내 삶을 무척이나 안타까워하곤 했었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 끝나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어 우울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활주로를 지나면서 내 삶도 긴 준비기간이 필요함을 깨닫고 비로소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했듯이, 비행기가 이륙을 하기 위해서 긴 활주로가 필요했듯이 내게도 가속도가 붙을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음을 깨우쳐주었다.

어렵사리 떠났던 지난 겨울 여행에서도 긴 활주로를 달리며 다시 한 번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욕심은 앞서나 현실이 따라주지 않아 이상과 현실의 갭으로 가라앉을 때도 많았지만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기차가 레일 위를 달리듯, 물이 물길을 따라 흐르듯 마음의 길을 따라서 그렇게 욕심 없이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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