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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한 줄용 인턴? 우린 그런 거 안 해!"

[인턴세대의 명암⑥] 직원과 인턴 구분 없는 안철수연구소

등록|2009.03.13 10:23 수정|2009.03.13 15:15
경제위기 속에 취업의 관문을 돌파하려는 지금의 20대는 '인턴세대'다. 기업인턴, 행정인턴, 청년인턴, '알바'형 인턴부터 '취업 보장'형 인턴까지 다양하다. 그 어느 때보다 인턴세대의 고민이 깊다. 어둠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겨울 가뭄에 목이 타 들어갔던 일부 지역 주민들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취업란'에 직면해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인턴세대의 명암' 기획을 연재한다. 이 기획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인턴들의 고민과 전문가들의 조언, 인턴제도의 장·단점 등을 두루 살펴본다. [편집자말]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유청인(23)씨는 "6개월 학교 안가는 대신 인턴을 택했다"며 "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우다가 실제 현장을 경험해 보니, 너무 재밌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은 유씨가 일하는 커뮤니케이션팀의 모습이다. ⓒ 선대식


"단순히 취업만을 위한 '이력서 한 줄' 인턴이라면, 하고 싶지 않다."

이러한 외침은 극심한 취업난을 맞닥뜨린 20대 청년 구직자에겐 '배부른 소리'일지 모른다. '하늘의 별따기'인 정규직은커녕, 인턴 등 임시직 일자리라도 얻는 게 다행스러운 이들에겐 먼 나라 얘기다.

하지만 안철수연구소 인턴들은 이 말을 당당하게 외친다. 직장 체험을 내세운 안철수연구소 인턴은 겉보기에 최근 쏟아지는 인턴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안철수연구소 인턴들도 취업 걱정에 맘을 졸이는 평범한 20대 청년들이다.

그렇다면, 안철수연구소 인턴들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안철수연구소를 찾아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안철수연구소에서 직원과 인턴을 구분하는 방법은? 

이날 오후 찾은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 팀에서는 인턴 유청인(23)씨가 책상에 앉아 조간신문에 나온 주요 기사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와 전화기에는 다양한 메모가 담긴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고, 달력에는 각종 스케줄이 빼곡했다.

유씨의 책상과 직원들의 책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어깨 높이의 책상 칸막이마다 마련된 이름표에서도 다른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무실 한쪽에 설치된 조직도에서 유씨의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유씨가 인턴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었을 터다.

또한 유씨가 하는 일도 다른 직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씨는 "대기업에서 인턴 하는 친구 중 일부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고 하는데, 여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침에 오면 회사나 IT 관련된 쪽 기사를 살펴보고, 기업블로그·카페 등 회사 관련 사이트도 관리해요. 내부 취재 등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일도 하고, 보도자료 초안을 만들기도 해요. 지난주부터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반의반도 못할 정도죠."

유씨는 "6개월 학교 안 가는 대신 인턴을 택했다"며 "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우다가 실제 현장을 경험해 보니, 너무 재밌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씨와 함께 2월말 안철수연구소에 발을 들인 47명의 인턴 역시 큰 만족감과 자부심을 강조했다.

인턴과 회사에 모두 윈윈인 인턴제도... 그 비결은?

▲ 신종 악성코드가 발견돼 긴급 대응 중인 시큐리티대응센터의 모습(자료사진). ⓒ 안철수연구소


안철수연구소 인턴의 높은 만족감과 자부심은 일반적인 인턴제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대학교에서도 안철수연구소 인턴제도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다. 유청인씨는 "많은 선배들이 안연구소 인턴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시작된 6개월 과정의 안철수연구소 인턴제도는 정보보호 업무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켜 회사의 우수한 인재 풀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됐다. 대학과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진행해 대학생들이 학점인정을 받으며 실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기수까지 230명이 거쳐 간 인턴제도는 성공적이었다. 인턴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이에 대한 소문이 퍼져 우수한 인재들이 몰렸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 속에서 안철수연구소 인턴들은 실업난에서 한 발짝 비켜설 수 있게 됐다. 황미경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정확한 취업률을 조사하지 않았지만, 많은 학생들이 관련 업계로 취업했다"고 전했다.

행정인턴이나 다른 회사 인턴제도와 달리, 안철수연구소의 인턴제도가 이러한 성과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턴들은 공통적으로 "개발자 등 직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그만큼 실무적인 일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품질보증팀의 이학수(24)씨는 "오랫동안 현업에서 일하신 분들과 함께 소프트웨어 오동작을 막기 위한 제품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테스트 결과가 나중에 출시될 때 반영된다,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특히, 연구소는 멘토링 제도를 운영해 멘토인 연구소 직원들이 '후배' 인턴들의 회사 생활을 돕게 했다. 이학수씨는 "멘토와 함께 일하면서 세세한 것까지 모두 배우니까,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큰 도움을 받고, 앞으로 캐리어 패스(진로 경로)의 역할 모델도 얻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황미경 차장은 "6개월간 회사라는 사회를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졸업 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선(先)경험을 시켜주는 것이 회사의 선물"이라며 "그래서 직원과 인턴의 벽을 허물었고, 그로 인한 성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감 충만한 안철수연구소 인턴들

이날 만난 안철수연구소 인턴들은 하나같이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들은 "극심한 취업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친구들도 힘들어한다"면서도 "취업만을 절대 목적으로 삼아 아무 곳에나 취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학수씨는 "이력서 한 줄을 위한 것이라면 6개월 인턴은 낭비고, 방학 때 잠깐 하면 된다"며 "6개월 동안 안철수연구소에서 인턴을 하며 전문적인 일을 배우는 게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큐리티 대응센터(ASEC팀) 인턴 김성수(24)씨는 "공학 계열은 실제 일을 해보는 것과 안 해본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안철수연구소 인턴을 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유청인씨는 "다들 4학년 때 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인턴을 한 다음에 아무데나 취업했다가 적성에 안 맞는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안철수연구소 인턴을 함으로써 진로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행정인턴도 다시 보자... 코트라, 인턴 중 성적 우수자 정규직 전환

공공기관의 행정인턴이 허드렛일을 하는 임시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몇몇 공공기관의 경우 정규직 전환 기회를 부여하고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를 알차게 운용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지난 2월 뽑은 신입인턴 25명 중에서 성적 우수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정규직 채용 절차와 같은 과정을 거쳐 뽑았다, 우수한 인재가 몰렸다"며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정규직원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턴 박영훈(27)씨는 "정규직 전환 조건이 없어도 무역업계에서 가장 선망받는 이곳에서 책임감 있고 실무적인 일을 배울 수 있어 상당히 만족했을 것"이라면서 "직원들이 많이 배려해줘, 금방 업무에 적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규직 채용이나 공식적인 가산점이 없는 공공기관 중에서도 실무적인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의 경우, 행정인턴의 만족도는 높다. 대한주택공사  경기지역본부 공공임대과에서 일하고 있는 인턴 안정훈(가명·25)씨는 "건축업계에서 으뜸인 주공에서 실무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건축업계의 다른 기업에 취업하는 데도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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