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도의 등대를 안고 있는 듯한 고사목 ⓒ 조정숙
따스한 봄 햇살이 유혹하는 날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주말을 이용해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한적하고 아담한 섬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풍도를 향해 출발한다. 인천 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2시간30분 정도를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다.
풍도는 하루에 한번만 배를 운항하기 때문에 오전 9시30분에 출발하면 다음날 11시30분배를 이용하여 뭍으로 나와야 한다. 인천 여객터미널에서 풍도를 향해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기위해 정원이 92명 정도 탈수 있는 그리 크지 않은 배에 승선을 했다.
▲ 대구에서 꽃섬이야기를 듣고 풍도를 찾아간다는 오른쪽 이선미씨는 기대기 된다며 이야기를 나눈다. ⓒ 조정숙
대구에서 꽃섬이라는 소문을 듣고 꽃을 담기위해 찾게 되었다는 이선미(50)씨 대구에서 산업체 관리직에 근무하는데 요즈음 경기가 좋지 않아 30%정도가 이미 정리해고 되었고 불분명한 미래를 기약하며 살아가면서 받는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주말을 이용하여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음먹고 남편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며
대구에서 풍도까지 하루에 가기에는 벅차기 때문에 여객터미널 앞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남편과 함께 풍도를 가게 되었단다. 남편 김덕호(55)씨는 낚시를 좋아 하기에 풍도는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어 다행이란다. 풍도는 다양한 야생화도 많지만 낚시를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 태어나서 줄곧 이곳에서 살았다는 서상원씨 직접 재배한 더덕을 손수 다듬어서 먹어보라고 한다. 인심이 넉넉하다. ⓒ 조정숙
▲ 독특한 향이 나며 조금 쌉사래한 풍도에서만 자란다는 사생이나물 ⓒ 조정숙
현재 48세대에 100여명정도가 살고 있는 풍도는 원래는 남양군 대부면에 속했었으나 3번의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1994년 안산시에 편입되었다. 이른 봄 풍도에는 야생화가 많이 피어나는데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 홀아비바람꽃 꿩의바람꽃 등이 양지바른 언덕에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마을 주민 서상원(40)씨의 말에 의하면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 뒷산에 올라가면 이름 모를 작고 앙증맞은 꽃들이 지천이었다고 말한다. 이제는 각종매스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풍도를 알게 되고 섬을 찾아와 꽃을 사진으로 담아가는데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단다.
산에 피어나는 야생화를 소중하게 다루어서 잘 보존되어야 하는데 일부 사람들이 작품을 담을 때는 정성스럽게 찍지만 찍고 난 다음에는 무심코 지나가기 때문에 낙엽 속에서 힘겹게 뚫고 나오는 야생화들을 밟고 지나가게 되어 자연이 훼손될까봐 염려스럽다며. 서씨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풍도 주민들의 생활방식은 5~6년 전까지만 해도 섬 주변이 가파르고 갯벌이 없기 때문에 해마다 겨울이 되면 굴과 바지락을 채취하여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군 서신면의 도리도로 이주하여 생활하기도 했어요. 학교 교회는 물론 대부분 주민들과 가축까지도 함께 옮겼다가 이듬해 설이 되기 전에 돌아오는 매우 독특한 생활방식으로 살아갔었지요.
매년 주민들이 모두 섬을 떠나가도 소를 키워야 했던 아버지는 유일하게 풍도를 떠나지 않고 가축을 키우며 겨울을 나셨답니다. 지금도 부모님께서는 이곳에서 염소농장을 하시며 살고 계신답니다."
주민들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데 비탈진 언덕에 콩, 고구마, 채소 등을 경작하고 봄철에는 이곳에서만 나는 '사생이'라는 나물을 채취하여 소득을 얻기도 한단다. 나물은 독특한 향이 나는 특별한 맛이었다. 풍도를 한 바퀴 돌기 위해 언덕을 오르는데 사생이 나물을 캐서 내려오는 주민을 만나 나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대남초등학교 풍도분교가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선생님 두분과 3명의 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 조정숙
학교는 대남초등학교 풍도분교 1개교가 있는데 현재는 4~6학년까지 3명이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선생님 두 분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단다. 두 아이를 둔 최윤희(39)씨는 이제는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모두 졸업하여 인천으로 나가 중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이곳 분교가 문을 닫을까봐 걱정이란다.
풍도분교를 지키기 위해 뭍으로 나갔던 아이들을 다시 데려와 수업을 하고 있다며 분교를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현재는 어린 아이들이 3명 있는데 5살이 가장 큰 아이란다.
이 아이들이 뭍으로 나가지 않고 풍도분교를 지켜주기를 바라지만 친구 없이 나 홀로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아이정서에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염려하는 부모들도 있어 분교가 문을 닫지 않고 계속 존재할지도 걱정이라며 선생님과 1:1수업을 받기 때문에 좋은 점이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친구가 없기 때문에 걱정하는 엄마도 있다고 한다. 뜻이 있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전학 시켜도 좋을 텐데……. 라며 혼잣말처럼 말끝을 흐린다.
▲ 아름다운섬 풍도를 위해 환경 지킴이 활동을 하시는 김진연씨 ⓒ 조정숙
▲ 42세대정도이며 100여명이 살고 있는 고즈넉한 섬 풍도 전경 ⓒ 조정숙
▲ 물이 귀하기 때문에 비가오면 물을 받아 농작물에 물을 주는 섬 사람들 특유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 조정숙
풍도는 70%가 65세 이상이기 때문에 섬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무심코 버리고 가는 쓰레기 등이 문제가 된다며 가져온 쓰레기는 되가져갔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며 버리고 간 쓰레기는 이곳에서 소각을 하는데 지독한 냄새와 함께 유독물질이 나오는 쓰레기도 있어서 걱정이라며 풍도를 사랑하시는 풍도 환경 지킴이 김진연(72)어르신께서 당부의 말을 한다.
자연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고즈넉한 섬 풍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 쓰레기는 가져가고 추억만 남기고 돌아오길 바래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