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루귀’는 가녀린 여인네의 잘록한 허리처럼 늘씬하며 보송보송 솜털이 나 있다. ⓒ 조정숙
야생화 천국이라는 섬 풍도 선착장에 도착하자 가파른 언덕에 작고 아담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봄바람과 함께 자생 야생화인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 노루귀, 너도바람꽃, 복수초 이름도 귀엽고 꽃 모양도 앙증맞은 야생화들이 활짝 피어 환한 미소를 보내고 겨울동안 움츠렸던 우리들의 마음속에 살포시 다가와 노크를 한다.
그동안 많이 기다렸나요? 라고... 나는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꽃에게 다가가 속삭인다. 수고했어.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지 속에 몸을 웅크린 채 인내하여 이른 봄 예쁘고 곱게 피어나주어서~그러면 꽃은 나에게 답을 한다. 고맙습니다. 기다려 주어서~
▲ 꿩의바람꽃 꽃에는 꽃잎이 없고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인다. 가파른 언덕에 한 쌍이 다정하게 마주보며 피어나 있다. ⓒ 조정숙
▲ 꿩의바람꽃은 꽃이 4∼5월에 피는데 흰빛에 약간 자줏빛이 돌고 지름이 3∼4cm이며, 꽃줄기 위에 한 송이가 달린다 ⓒ 조정숙
야생화가 피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간다는 박종윤(75) 어르신은 교직에 있다 정년퇴임을 한 후 사진을 취미 생활로 하게 되었다며. 제자와 함께 풍도 야생화를 찍으러 오게 되었다고 한다.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제자 안성곤(48)씨에게 사진생활을 같이 하자는 제의를 했는데 낚시를 좋아했던 제자가 고맙게도 흔쾌히 승낙을 해주어 항상 함께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풍도는 작년에 다녀갔는데 아쉬운 점이 있어 올해 다시 방문하게 되었단다. 사진을 취미생활로 시작하고 전국곳곳 어디든지 찾아 다니다보니 몸도 마음도 덩달아 건강하다는 말과 함께 야생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야생화에 처음 도전해보는 나에게도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박종윤 어르신은 가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고 한다. 가끔 꽃을 찍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오늘도 사진을 실컷 찍고 뒤돌아서면서 낙엽으로 덮어 버리고 가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을 만났다고 얘기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낙엽으로 덮어 버리면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가게 되어 꽃이 꺾이게 된다.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낙엽 위를 걸어 다니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 올라오는 꽃대를 밟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터였는데 그런 행동까지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꽃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기본 매너도 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야산 중턱에 자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 풍도이다. 아직은 이른 듯 꽃망울이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수줍게 피어 있는 꿩의바람꽃은 4∼5월에 피는데 흰빛에 약간 자줏빛이 돌고 지름이 3∼4cm이며, 꽃줄기 위에 한 송이가 달린다. 꽃에는 꽃잎이 없고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인다. 가파른 언덕에 한 쌍이 다정하게 마주보며 피어나 있다.
▲ 햇볕이 잘 드는 습윤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는 변산바람꽃, ⓒ 조정숙
▲ 땅속 덩이뿌리 맨 위에서 줄기와 꽃받침이 나오고, 꽃잎은 꽃받침 안쪽의 수술과 섞여서 깔때기 모양으로 솟아오른다. ⓒ 조정숙
▲ 우산처럼 생긴 꽃받침 5장이 꽃잎과 수술을 떠받들 듯 받치고 있다. ⓒ 조정숙
햇볕이 잘 드는 습윤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는 변산바람꽃, 낙엽 틈 사이로 하얀색의 변산바람꽃이 바람에 한들거리며 피어 있다. 땅속덩이뿌리 맨 위에서 줄기와 꽃받침이 나오고, 꽃잎은 꽃받침 안쪽의 수술과 섞여서 깔때기 모양으로 솟아오른다.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데, 보통 우산처럼 생긴 꽃받침 5장이 꽃잎과 수술을 떠받들 듯 받치고 있다. 처음에는 꽃받침 끝이 위로 향하다가, 차츰 밑으로 처지면서 느슨하게 허리를 뒤로 젖히는 듯한 모습으로 바뀐다.
2월에서 3월 사이에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에 쉽게 보기 어렵지만 풍도에서는 많은 개체수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사진가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꽃받침 위에서 수술들 속에 섞여 위로 치솟은 깔때기 모양의 꽃잎은 노랑 또는 녹색으로,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10개가 넘게 달린다. 수술 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 뿌리줄기가 비스듬히 자라고 마디가 많으며 검은색의 잔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 조정숙
▲ 꽃받침은 대부분 연한 자줏빛이며 수술과 암술이 여러 개 있다. ⓒ 조정숙
'노루귀'는 가녀린 여인네의 잘록한 허리처럼 늘씬하며 보송보송 솜털이 나 있다. 산의 나무 밑에서 자라며. 뿌리줄기가 비스듬히 자라고 마디가 많으며 검은색의 잔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잎은 뿌리에서 뭉쳐나고 긴 잎자루가 있으며 3개로 갈라진다.
갈라진 잎은 달걀 모양이고 끝이 뭉뚝하다. 4월에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 꽃이 피는데 잎보다 먼저 긴 꽃대 위에 1개씩 붙는다. 꽃잎은 없고 꽃잎 모양의 꽃받침이 6∼8개 있다. 꽃받침은 대부분 연한 자줏빛이며 수술과 암술이 여러 개 있다.
▲ 원일초 ·설련화 ·얼음새꽃이라고도 하는 복수초는 산지 숲 속 그늘에서 자란다는 복수초다. ⓒ 조정숙
▲ 복수초는 뿌리줄기가 짧고 굵으며 흑갈색의 잔뿌리가 많이 나온다. ⓒ 조정숙
원일초 ·설련화 ·얼음새꽃이라고도 하는 복수초는 산지 숲 속 그늘에서 자란다. 높이 10∼30cm이다. 뿌리줄기가 짧고 굵으며 흑갈색의 잔뿌리가 많이 나온다. 줄기는 윗부분에서 갈라지며 털이 없거나 밑 부분의 잎은 막질로서 원줄기를 둘러싼다. 잎은 양면에 털이 없거나 뒷면에 작은 털이 나있다. 꽃은 4월 초순에 피고 노란색이며 지름 3∼4cm로 원줄기와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사진을 취미생활로 오랫동안 해 왔지만 야생화를 정식으로 카메라에 담아보기는 처음이라는 김정민(60)씨는 아내와 함께 풍도를 오게 되었는데 섬 여행도 하고 야생화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카메라 셔터를 연방 누르며 보이지 않는 다른 꽃을 밟고 있는 것 같아 꽃에게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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