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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달픈 '영택이'들이여, 산골로 오라

[시랑헌에서 부르는 나와 집사람의 노래-23] 아내가 던진 출사표에 대해

등록|2009.03.17 11:13 수정|2009.03.17 11:13

캐나다 록키산맥인근의 숲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부러웠던 목재들, 목재의 가치를 안 지금은 더 소중할 것 같다. ⓒ 정부흥


고령화의 사회적 문제

오늘(16일) 아침 <오마이뉴스>의 "나 요즘 '영택이' 때문에 미칠 것 같아!"라는 기사를 읽었다. 여기서 '영택이'는 '집 보는 퇴직 영감탱이'를 줄인 말로 퇴직하여 평가가치가 제로 아래로 떨어져 거치적거리는 존재가 되어 버린 남편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14번 이상 같은 행위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부인이 싫어하는 일을 자주 주문하면 과거에 가장으로서 고생한 사실은 잊어버리고 귀찮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30~40년 후면 한국 국민 55%가 다른 45% 국민을 부양해야 된다'는 하나의 추측에 불과한 사실만으로 나이든 어른들을 죄인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 글쎄 그런 걱정은 그대들 머리 속에나 붙들어 매두라니까!'
고령화 사회문제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유엔이 제시한 고령화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다.

고령화사회를 거쳐 고령·초고령사회로 진행하는 기간이 프랑스는 115년, 스웨덴은 85년, 미국은 75년, 영국은 45년 걸린 것에 비해, 우리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22년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어 세계 최고로 짧은 기간이라면서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이 통계자료는 집계 기간이 서로 다른 점을 감안하지 않은 맹점이 있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낮아진 출산율과 눈부신 의료기술의 발전을 감안하면 이 통계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통계청 2002년 자료에 의하면, 한국 국민의 평균수명은 남자의 경우 73.38살, 여자의 경우 80.44살이다. 11년 전보다 5년 이상 늘었으며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추세 때문에 국민연금도 연금개시 시기를 2013년 이후 매 5년마다 1년씩 늦춰 2033년에는 65세로 정하고 있다. 노인층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면서 노동가능기간도 늘어난다면 65세 부양대상의 기준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사회가 근대화를 거쳐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급변하는 생활환경에 적응하기 힘든 노인층의 체력약화, 수입감소, 역할상실, 부양문제, 여가시간활용, 소외감 등 부정적인 요인들을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시켜 현실을 침소봉대하고 있는 느낌이다. 생계가 어려운 노년층도 있겠지만 우리 나이 정도 되면 몇 억 원은 기본이고 10억 원이 훨씬 넘는 재산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이들의 재력을 한곳으로 집중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봄이 찾아오는 시랑헌퇴직 후 나의 제 2인생을 시작할 산골의 모습 ⓒ 정부흥


퇴직 전에 준비할 것들

65세 나이를 피해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지금 59세이고, 6년 뒤에는 65세가 될 것이다. 퇴직 때까지 2년 8개월 남았다. 그동안 성실히 준비하여 퇴직 후에도 자식들이나 사회에 부담스런 짐이 되고 싶지 않고 나름대로 노년층 유휴인력의 건전한 사용방안을 제시하는 모델이 되고 싶다.

집이나 보고 부인에게 매달리는 부류의 가장들은 사회의 보호 대상이라는 인식을 자초하는 것이다. 과거에 연연하면서 세상을 탓한다고 현실이 변하겠는가? 피할 수 없는 미래를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내 몸뚱이가 귀찮다고 연기 같이 사라질 수는 없지 않는가?

내가 느끼는 집사람을 비롯한 요즈음 50대 주부들의 힘은 가공할 만하다. 즉물적이고 현실감이 강하다. 어차피 주도권 다툼으로 아내와 한판 할 참이면 그나마 최소한의 힘이라도 남아 있을 때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해줄 것 다해주고 바칠 것 다 바치고 개밥의 도토리가 될 수는 없질 않은가? 이것이 34년간 같이 살아온 부부의 성적표라니 참으로 허무하다.

나는 외견상 낭비라고 생각되는 돈을 많이 지출했다. 서너 평짜리 오두막 별장을 짓기 위해 약 700만원 규모로 목공장비를 구입하고 굴착기 1600만원, 1톤 덤프트럭 1800만원을 들여 구입하였다. 그러나 이들 장비들 덕분에 300만원 정도 돈으로 2동의 초소형별장과 편백욕조가 설치된 목욕탕과 화장실 그리고 창고를 지었다. 또, 이제는 웬만한 집안 일은 큰 부담이나 커다란 시행착오 없이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지녔다.

이번 3월 상여금으로는 시랑헌농장 약 5정보의 임야를 가꾸기 위해 목재파쇄기, 미니윈치, 고압세척기, 고지톱, 강력포충등 등 육림장비를 구입하였다. 구입비가 500만원이 넘었으니 집사람과 크게 한판 붙게 될 것은 미리 예견한 바이다.

시랑헌에는 백여 그루 밤나무를 포함하여 수령 30년 정도의 고로쇠나무가 약 4백 주 있다. 이들 모두 고로쇠수액 채취가 가능해 기본적인 용돈은 감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큰 나무는 둘레가 1m 가까이 되는 편백나무 숲이 조성되어 약 2000그루가 자라고 있다. 편백나무는 산림욕으로도 가치가 인정되지만, 목재로 판매하더라도 사이(목재 판매단위, 3x3x360cm)당 1500원 정도 받을 수 있다.

산림욕을 위한 산책은 공짜로 치더라도 10년 후 1주당 200사이 정도로 성장한다면 현 시가로 6억 이상의 현금환수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적당한 시기인 지금 산림을 제대로 가꾸기 위한 장비를 구입하고 필요한 경비를 당연히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사람은 자기의 동의 없이 장비를 구입한 나의 행위를, 자식들의 무조건 지지를 받고 있는 하늘 같은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여긴다. 장비 구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도 서울의 아파트가 아니면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고정관념을 절대로 넘어설 수 없다.

시랑헌에 투자된 경비는 내가 죽고 나면 모두 헛돈이라는 생각 때문에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쓸 수 있도록 자신이 정한 범위를 넘으면 무조건 지연하거나 반대한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이러한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어렵게 산 덕분에 이제 큰딸은 출가했고, 아들은 교육을 마치고 취직하여 독립 생활을 하고 있다. 기본적인 생활비 외에 급히 필요한 곳도 없기 때문에 그 돈이 없다고 생활이 위협을 받을 상황도 아니다.

나의 인생은 나의 것이고 유일무이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으니까 너도 하지 말아라'는 논리를 나는 이해하기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알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은 상식이고 단순한 정보일 뿐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발상은 지금까지 누구도 해보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한 것이기에 창조적인 것이다. 나는 성격상 상식적인 사람보다는 독창적인 사람에 가까운 것 같다.

퇴직하자마자 한옥학교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캐나다에 유학하여 기둥과 보 방식의 팀버프레임 건축기법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이들간의 장점을 취한 집을 지어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캐나다 달러도 확보하고 있다. 또, 나의 건강을 염려한 집사람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반년 정도 지연되었지만 가구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볼 생각으로 공방도 6개월 간 주 2일씩 다니면서 소목장 공부도 하였다.

나에겐 가구들이 구비된 안락한 집에서 노후를 즐기는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산을 오를 때 한 발짝 한 발짝 올라가는 과정이 중요하듯 나에겐 매일매일 하는 일 자체가 의미 있고 소중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면의 나와 대화를 유지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삶이요 나의 인생의 역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큰 여윳돈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도시락은 시랑헌에서 생산한 고구마 2개, 밤 7~8톨, 야채 반 움큼에 고로쇠 물 한 병이 전부이다. 퇴직 후에도 몇 푼의 애경사비, 몇 권의 도서와 몇 장의 음악 CD 구입비 정도면 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 생활비는 연금으로 메워나갈 생각이다.

산골생활은 먹을거리의 자급자족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산골에서 돈을 벌고 이 돈으로 생계를 꾸릴 계획은 실패하기 쉽거나 인생이 너무 각박해질 우려가 크다.

육림사업이 노후일로 적당한 이유

직장일로 북유럽 여러 나라들과 미국, 캐나다 등을 여행하면서 울창하게 가꿔진 숲을 많이 봤다. 또 4~5년 전 일본의 남부지방을 가족들과 여행하면서 넓은 임야에 들어찬 잘 가꿔진 삼나무 숲을 봤다.

매주 시랑헌을 오가면서 지리산을 비롯하여 한국 산천에 우거진 숲을 보게 된다. 금수강산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치이지만 경제수종 여부에는 매우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방치한 잡목 숲이 목재용으로 잘 가꾸어진 숲보다 결코 아름답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산림을 가꾸는 일은 적어도 30년 이상 긴 세월을 요한다. 당대에 소득을 올리기 힘들다. 일단 묘목을 심어 놓으면 그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며, 묘목을 심는 일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사업을 신청하면 무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니 잉여 노동력으로 하는 노년층에 적합한 일이고, 배신과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사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자연과 더불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다.

후손들에게 부를 축적하여 물려줄 수 있으니 더욱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진정한 국력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요구하고 환경파괴로 이어지는 악순환 과정에서 노예로 전락한 도시 노동자들의 항상 불안하고 쫓기는 얄팍한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생산의 주체가 되어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는 개인주의에 그 뿌리를 둔 소규모의 마을 또는 가정들의 알차고 건실한 자치와 독립에 있다.

이러한 사실은 자가용, 핸드폰, 풍성한 음식물, 끝없는 육체적 욕구의 하수인이 된 지금 과연 행복한지를 자문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산 일은 나름대로 재미있게 자기를 닦는 수행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대차대조표 상으론 적자이므로 당장 많은 생활비가 필요한 도시에 사는 젊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권할 만한 일이 못 된다.

산에 경제 수종을 가꾸는 일은 국가의 백년대계이다. 잉여인력이라고 할지라도 육림장비를 구입하기 위한 경비와 노후건강을 돌볼 수 있는 체계나 인프라 구축은 국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국정수반을 비롯하여 지방자치제 수령들이나 중앙부처의 고급관리들의 자기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먼 훗날을 위한 큰 밑그림을 그린다면 바로 이런 사안들이 법제화될 것이다. 국내의 모든 비난을 한몸에 지고 1867년 러시아 황실로부터 720만 달러를 지불하고 알래스카를 매입한 미국의 시워드 내무장관의 혜안이 그리워지는 대목이다.

시랑헌 뒤 편백나무 숲시기를 놓치면 목재사용이 불가할 것으로 보이는 시랑헌 뒤 숲 ⓒ 정부흥


시랑헌 편백나무 숲 가꾸기

시랑헌 농장은 산동~고달간 국도에 접한 집터 일부를 제외하고 밤나무, 고로쇠나무, 편백나무가 자라고 있는 약 5정보의 임야이다. 전 임야 주인이 묘목을 심어 놓고 돌보지 않아 옹이 때문에 목재의 가치가 없어질 지경이다. 모든 일엔 적절한 때가 있어 시기를 놓치면 일 전부를 그르칠 수 있다. 이것이 퇴직 후로 미루자는 집사람의 뜻을 무시하고 육림장비를 구입하여 산으로 향한 이유이다.

시랑헌의 편백나무 숲은 작년 봄에 벌목했다. 그때 벌목된 나무들과 가지들이 지금까지 그대로 널부러져 숲 속으로 산책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고 꼭 필요한 통행 자체도 불가할 지경이다. 말라버린 가지가 나무 밑동까지 남아 있어 보기도 매우 을씨년스러울 뿐 아니라 옹이로 남아 이미 목재로서 가치를 상실하지 않았나 싶다.

제대로 자란 놈은 내 팔로 껴안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굵다. 족히 30년 이상의 수령이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숲 안쪽에 빽빽이 들어찬 곳의 나무들은 아직도 직경이 20cm 내외이다. 이번에 해야 할 작업은 구입한 목재파쇄기를 미니윈치로 끌고 다니면서 지름이 8cm 이하인 가지는 파쇄기로 잘게 분쇄하여 주위에 뿌려주고, 그 위에 발효촉진제인 찌모갠을 배양한 쌀겨를 뿌려 발효 퇴비를 시비한 효과를 기대해 볼 생각이다.

고지톱을 이용하여 죽은 가지들을 정지하여 나무로서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있도록 이발하여 주고 면도도 해줄 것이다. 벌목된 나무 중 굵은 몸체는 따로 분리하여 가구용 목재나 내장재로 사용할 생각이다. 이미 많이 부패한 것 같아 고압세척기로 세척한 후 보관할 것이다.

내일은 이런 일들을 하고 전에 만들어 놓고 발효 중인 퇴비를 돌보기 위해 혼자서 시랑헌으로 떠날 것이다. 트럭이 부재중이라 캐러밴에 550만 원어치 장비와 국제원예종묘로부터 A/S 받은 묘목들을 찔러 박듯이 억지로 싣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것이다. 내가 봐도 중도와 조화를 벗어난 내 모습이 돈키호테 같다. 차라리 자신을 산화(散花)하여 사회 현실을 풍자하는 돈키호테의 본모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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