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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건너 안동여성을 만나다

'안동여성, 문화의 결을 만지다' 출간

등록|2009.03.11 14:54 수정|2009.03.11 16:36
안동지역 여성문화의 숨결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발간되었다. 그동안 지역문화를 다룬 책은 많았지만 기초자치단체에서 지역의 여성문화만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재조명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 전국 지자체 중 지역의 여성문화만을 재조명해 처음으로 출간한 '안동여성, 문화의 결을 만지다' ⓒ 경북인뉴스



50여개가 넘게 분포하고 있는 종가(宗家), 한국 최고(最古)의 요리서라는『수운잡방』으로부터 안동의 반가를 중심으로 향유되었던 내방가사, 여성의 애환이 담긴 안동포 길쌈, 성주의 본향이라는 민속신앙, 열녀문에서 여성독립운동가의 배출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 병석에 누운 남편 이응태의 쾌유를 빌며 원이 엄마가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을 함께 엮어 만든 미투리 ⓒ 경북인뉴스




▲ 만주에서 무장독립운동을 펼쳤던 남자현. 1931년 국제연맹에서 중일관계 특별조사단을 만주에 파견하자 왼쪽 무명지를 잘라 흰 천에 혈서로 '한국독립원'이라고 쓴 뒤 손가락을 동봉해 조사단에 보내 독립을 호소하였다. ⓒ 경북인뉴스




▲ 양인 장수옥이 기근으로 부모를 모실 수 없을 정도로 형편이 기울자 자신과 자식을 스스로 노비로 판다는 자매문기. 손바닥을 그린 수장이 서명을 대신했다. ⓒ 경북인뉴스



이는'안동'만의 또'안동여성'만의 문화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을 사는 여성들에게 세월을 넘어서는 정체성과 함께 문화적 전통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1부는 대중적 안내서로 생활, 문학편, 예술편, 민속편, 의기(義氣)편의 총 5편과 63개 주제로 안동 여성문화가 소개되어 있다. 또한 「안동여성문화의 어제, 오늘, 내일」을 학술적으로 연구한 2부에는 천혜숙(안동대학교 교수), 정일선(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개발실장), 이정옥(위덕대학교 교수)의 글이 각각 실려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딱딱하지 않게 안동 여성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종부(宗婦)를 비롯한 사대부 반가 여성부터 이름 없는 필부(匹婦)에 이르기까지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를 남겼던 안동여성의 이야기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고삼(苦蔘)주를 만들어 견훤의 군사를 취하게 함으로써 병산대첩을 승리로 이끈 고려 개국의 숨은 공신 안중할매, 한글요리서『음식디미방』을 남긴 당대의 여중군자(女中君子) 정부인 안동장씨, 어린 자식과 유복자를 두고 떠나는 남편에게 애절한 사랑편지를 남긴 원이엄마, 기근으로 부모를 봉양할 수 없게 되자 자신과 자식을 고작 16냥에 노비로 팔아야만 했던 여인 장수옥, 시묘살이 끝에 남편을 따라간 무실 정려각의 주인공 의성김씨, 자신의 무명지를 잘라 대한독립을 호소했던 남자현, 일제하 소작운동을 펼친 촌부 강경옥, 별세 후 안동은 물론 인근 대구시내 꽃집까지 조화용 국화가 동나게 했다는 학봉종가 14대 종부 조필남, 1970년대 여성의 전당 건립을 위한 기금운동을 펼쳐 자신들의 힘으로 여성회관을 마련했던 여성운동 1세대, 현대 문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안동이 어느 지역보다 풍부한 역사와 문화,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전했다. 향후 시에서는 출판업계와 협의하여 전국 서점가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판매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경북인뉴스<www.kbin.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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