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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71)

'모처럼의 자유', '모처럼의 부부 동반', '모처럼의 데이트' 다듬기

등록|2009.03.11 17:07 수정|2009.03.11 17:07
ㄱ. 모처럼의 자유

.. 전국에 흩어져 일하고 있는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운동회를 열어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 <이주노동자, 또 하나의 아리랑>(정동헌, 눈빛, 2006) 98쪽

"스리랑카 출신(出身) 이주노동자들"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만끽(滿喫)하고'는 '마음껏 누리고'나 '듬뿍 즐기고'로 다듬으면 됩니다.

 ┌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하고
 │
 │→ 모처럼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 모처럼 맞는 자유를 신나게 즐기고
 │→ 모처럼 맞이한 자유를 듬뿍 즐기고
 └ …

'모처럼' 뒤에 붙은 '-의'를 덜고 나서, 뒤따르는 말과 어울리는 꾸밈말을 넣어 줍니다. 또는 '-의'만 덜면 됩니다. "모처럼의 여행"이 아니라 "모처럼 하는 여행"이나 "모처럼 여행하는"으로 적어야지요. 그러나 요즘 사람들 말씨를 살피면, 토씨 '-의'를 '모처럼' 뒤에 자꾸 붙입니다. 모처럼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지'를 밝히지 않는 말씨를 끊임없이 씁니다.

ㄴ. 모처럼의 부부 동반 일정

.. 저희 부부는 발걸음도 가볍게 집을 나섰습니다. 모처럼의 부부 동반 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 <이 밥 먹고 밥이 되어>(최일도, 울림, 2000) 100쪽

"부부 동반(同伴)"은 "부부가 함께하는"으로 다듬고, '일정(日程)'은 '일'로 다듬어 줍니다.

 ┌ 모처럼의 부부 동반 일정이었기
 │
 │→ 모처럼 부부 동반 일정이었기
 │→ 모처럼 부부가 함께하는 일이었기
 │→ 모처럼 부부가 함께 가는 일이었기
 │→ 모처럼 부부가 함께 나들이하는 일이었기
 └ …

보기글을 보니 '모처럼 + 의' 꼴이 앞에 나오지만, 뒤에는 "부부 동반의 일정"이라고 적거나 "부부의 동반 일정"이라고 적지 않습니다. 이만큼 적어 준 일은 반갑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 "모처럼 부부 동반 일정"처럼 손질하거나 "모처럼 부부가 함께하는 일"처럼 손질할 수 있고, 또는 "모처럼 우리 두 사람이 함께 가는 일"처럼 손질해도 괜찮습니다.

 ┌ 둘이 함께
 ├ 두 사람이 함께
 ├ 우리가 함께
 └ …

생각해 보니 "부부 동반"은 "두 사람이 함께"나 "둘이 함께"로 고쳐쓸 수 있고, "우리가 함께"나 "우리가 서로"나 "우리 모두"로 고쳐써도 잘 어울립니다.

ㄷ. 모처럼의 데이트

.. 하지만 모처럼의 데이트인데, 그럼 평소랑 똑같잖아 .. <딸기 100% (7)>(카와시타 미즈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3) 61쪽

'데이트(date)'는 누구나 흔히 쓰는 말이니 다듬지 않는 편이 나을까요? 다듬자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다듬을 수 있는 말은 아닐까요. 그대로 두는 편이 낫다고 해도 꼭 써야 할 자리가 아니라면 '만나다'라는 말로 풀어 줍니다. '평소(平素)랑'은 '여느 때랑(여느 날이랑)'이나 '다른 때랑(다른 날이랑)'이라든지 '늘'로 손봅니다.

 ┌ 모처럼의 데이트인데
 │
 │(1)→ 모처럼 하는 데이트인데
 │(1)→ 모처럼 데이트를 하는데
 │(2)→ 모처럼 만나는데
 │(2)→ 모처럼 단둘이 만나는데
 │(2)→ 모처럼 단둘이 있는데
 └ …

보기글에서 말하는 '데이트'는 남자와 여자 둘이서 따로 만나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1)처럼 '데이트'를 살린 채 다듬을 수 있고 (2)처럼 '만나다'로 걸러내어 다듬을 수 있어요.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다들 "야, 내일 만나자!", "우리 언제 또 만날까?", "다음에도 만나면 좋겠다."처럼 말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이런 말도, 또 '만남'이란 말도 사라져 버리는구나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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