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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길, 잘난 척 하다 쪽팔린 사연

돌산 금오산에서 헷갈렸던 '변산 바람꽃'과 '노루귀'

등록|2009.03.12 11:40 수정|2009.03.12 11:40
"워매~, 워매, 쪽팔려."

괜한 잘난 척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처음처럼 말할 걸 그랬습니다. 처음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글쎄, 사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나그네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이 꽃 이름이 뭡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책을 찾아봐야 알겠습니다."

무안하더군요. 고개 숙여 사진 찍고 있기에 망정이지, 마주 보고 있었으면 얼굴 화끈거렸을 겁니다.

▲ 이름 몰라 민망했던 '노루귀' ⓒ 임현철




"이거 변산 바람꽃이에요. 그거 몰랐어요?"

발단은 여수시 돌산도 죽포 봉황산에서 이어지는 임포 금오산을 타면서 시작되었지요. 산행 길, 길가에 핀 꽃을 발견하면서 부터지요. 그러다 불현듯 생각나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지난 2월, 지인이 메일로 '변산 바람꽃'을 보내왔지요. 제가 보기엔 꽃 색깔과 자태가 닮았더군요. 하여, '꽃 이름 안다'고 뻐기며, 함께 산행 길에 오른 벗들에게 자랑쳤지요.

"이 꽃을 보았는가?"
"오다가 길가에 핀 이름 없는 꽃을 봤지."
"이름 없는 꽃은 없다네. 변산 바람꽃이라네."

그리고 버스에서 다른 일행을 만났습니다. 이야기 중, 꽃 이야기가 나왔지요.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지요.

"이거 변산 바람꽃이에요. 그거 몰랐어요?"

▲ 변산 바람꽃 ⓒ 김자윤



▲ 닮아 쪽팔렸던 '노루귀' ⓒ 임현철





변명, 꽃은 비슷비슷해 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집에서 아내에게 확인하니, '노루귀'라 합니다. 헉!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제가 그 꼴이었습니다. 책을 잊고 가는 바람에 말입니다. 하여, 엉터리로 가르쳐 줬던 이들에게 정확히 알려줘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할까?' 고민 중,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향일암 금오산에 피어 봄을 알리는 '변산 바람꽃'과 '노루귀'는 정확하게 알게 되었지요.

'변산 바람꽃'

미나리아재비과.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2월에 핀다.
꽃은 7~10일정도 피었다가 진다. 꽃은 한포기에 한 개만 달린다.
꽃받침은 흰색으로 5장이고, 황록색의 작은 항아리 모양이다.
변산에서 처음 발견돼 그곳 지명을 따 이름 붙였다.

▲ 변산 바람꽃. ⓒ 김자윤




'노루귀'

미나리아재비과.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꽃은 3~4월에 자주색으로 피나, 때때로 하얀색 또는 분홍색을 띠기도 한다.
꽃에 꽃잎은 없고 6장의 꽃받침 잎이 꽃잎처럼 보인다.
3갈래로 나누어진 잎은 토끼풀 잎과 비슷하며 꽃이 진 다음 뿌리에서 나온다.
잎이 나오는 모습이 노루귀 같다 하여 노루귀라 부른다.

▲ '노루귀'. 이제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지요. ⓒ 임현철




이쯤에서 변명 한 마디 해야겠지요? 꽃은 비슷비슷해 봐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헤헤~!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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