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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기간 중 북 도발하면, 작전 임무 변경할 수도..."

동해항 입항 미 이지스 구축함 '채피' 함장 한국계 최희동 중령

등록|2009.03.13 10:12 수정|2009.03.13 10:47

동해항에 입항하는 미 해군 구축함 '채피'12일 오전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채피함이 해군 군악대의 환영을 받으며 동해항에 접안하고 있다. ⓒ 해군 1함대 사령부 제공




선수에서 바라본 채피함 함교5인치 함포 뒤로 함교 좌우에 위상배열레이더가 보인다 ⓒ 김도균




12일 오후 2시,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참가 차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에 입항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채피'(DDG-90, CHAFEE)함이 언론에 함정을 공개했다(위상배열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고성능 탐지장비와 전술 정보 시스템, 무기관제 시스템, 무기 시스템 등이 결합된 전투 체계를 이지스-Aegis 체계라고 부른다). 

채피함은 한국과 여러모로 인연이 깊다. 함명(艦名)은 한국전에 해병대 중대장으로 참전했던 전 해군성 장관 '존 레스터 채피' (John Lester Hubbard Chafee, 1922~1999)의 이름에서 따왔고, 미 해군에서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구축함장이 된 최희동 중령이 이 배를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함정이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북한이 발사를 앞두고 있는 로켓 때문이다.

최희동 함장채피함장 최희동 중령이 기자들에게 함의 제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도균




지난 9일자 <세계일보>는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9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키 리졸브' 연습 기간 함경북도 무수단리 미사일 실험장에서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하면 동해상에 있는 채피함에서 스탠다드-2 미사일이나 스탠다드-3 미사일을 발사해 1차 요격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최희동 함장에게 이에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최 함장은 "미래에 벌어질 작전(Future Operation)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미 해군의 공식 방침"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아직 북한 미사일 요격과 관련된 임무를 부여받지 않았지만, 훈련기간 중 북한이 도발하면 현재 부여된 작전 임무가 변경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최 함장은 채피함에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스탠다드-3 미사일이 탑재되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미사일 탑재 여부는 기밀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채피함 후미의 수직 미사일 발사기채피함은 스탠다드 2, 3 미사일과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ESSM 미사일 등 100여 기의 미사일을 탑재한다. ⓒ 김도균



하와이 진주만을 모항으로 하고 있는 채피함은 만재배수량 9200톤 규모의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의 40번째 함으로 2003년 10월에 취역한 비교적 신예함에 속한다.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미 해군의 전투함은 '타이콘데로가'(Ticonderoga)급 순양함 20여 척과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50여 척 등 모두 70척에 달하지만 스탠다드-3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함정은 채피함을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미국이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 체제'(MD, Missile Defence)에서 이지스 전투함이 담당하는 역할은 원거리에서 탄도탄 식별 후 비행궤도를 예측, 계산하여 탄도탄 중간 비행단계인 대기권 밖에서 요격(상층 방어)하거나 대기권에 재돌입한 탄두를 식별하여 요격(하층 방어)하는 것이다. 상층방어는 스탠다드-3 미사일이 사용되어 고도 120Km 상공에서, 하층방어는 스탠다드-2 미사일이 고도 30Km 내외에서 요격 임무를 수행한다.

DDG-90 채피함채피는 미 해군식으로 DDG(Guided Missile Destroyer, 유도 미사일 탑재 구축함)으로 분류된다 ⓒ 김도균




하지만 1000Km 밖의 비행물체를 탐지, 식별할 수 있는 위상배열 레이더(AN/SPY-1D)를 4대나 탑재하고 있는 채피함으로서도 북한이 발사한 로켓에 우주발사체가 탑재되었는지, 아니면 탄두가 탑재되었는지의 여부를 파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발사체를 탑재하든 미사일 실험을 위한 탄두를 실고 있든, 수직으로 상승하는 로켓의 초기비행 특성은 아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일 미군에 배치되어 있는 미사일 추적함이 동원되어 로켓의 탄두 적재 여부를 분석할 가능성이 높다.

채피함의 전투정보실채피함의 전투정보실 (CIC, Combat Information Center)에서 한 수병이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 ⓒ 김도균



12일 북한이 시험 통신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2호'를 실은 '은하 2호'로켓을 내달 4일에서 8일 사이에 발사하겠다고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이 끝난 뒤에도 채피함이 한반도 근해에 머물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최희동 함장도 "6개월로 예정된 출동기간의 대부분은 7함대 구역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해군은 태평양을 동서로 분할하여 동쪽은 하와이의 제 3함대 사령부가, 서쪽은 일본 요코스카의 제 7함대 사령부가 관할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 주변 해역에는 채피함을 포함한 미 해군 이지스전투함 7척이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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