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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시민들이 강렬한 투사되다"-(1)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풀뿌리 지방자치' 표본

등록|2009.03.13 11:11 수정|2009.03.13 11:11
시흥능곡G센트럴시티연합회를 알게 된 것은 2007년 3월 10일 경이다. 당시 포리초등학교 의 위험한 통학로 문제를 취재해 실었던 때문인지, 능곡지구 내 '능곡 제1초교'(현재 승지초교) 개교지연 문제를 취재해 달라는 제보를 받게 되었다. 그때부터 인연이 되어 참 많은 다양한 현안을 만나게 되었고, 취재하게 되었다.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주민들이 직접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으며, 그런 일들을 직접 취재할 수 있다는 점이 기자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동안 시흥능곡G센트럴시티연합회 활동은 우리가 말로만 외치던 '풀뿌리 지방자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표본에 다름없다. -기자 주-

우선 시흥시청에서 밝힌 능곡지구의 개요는 이렇다. 능곡지구는 시흥시 능곡동, 군자동, 화정동, 광석동 일원 968,999㎡(293,122평)에 한국토지공사가 시행자가 되어 2003년 11월 29일 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 진행하는 사업이다. 수용인구 및 세대수는 17,265인(5,755세대)이며 사업목표는 무주택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으로 서민거주 공간 제공, 자연환경과 경관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환경친화적인 주거단지 조성, 주거공간 수요에 대응한 토지공급의 원활한 공급을 통한 수도권지역 주택난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와 관할 지자체인 시흥시의 '주장일 뿐'이다.

▲ 그린시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 ⓒ 김영주



시흥능곡G센트럴시티연합회는 마을 명 '능곡G센트럴시티'에서 이름 붙였다. 원래는 시흥능곡입주예정자연합회로 출발했다. 시흥능곡입주예정자연합회는 수십만 명이 등록해있는 '아름다운 내 집 갖기' 카페에서 택지분양 정보 등을 알아온 사람들이 능곡지구 분양이후 택지지구를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2006년 12월 따로 카페를 개설했고, 각 아파트별 소식 등을 공유했다. 즉 온라인 카페 동호회 정도였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2007.3.10)에 '능곡지구의 제1초교'를 학생수 부족을 이유로 2010년 이후 건립하겠다는 공지가 올랐다. 곧 카페를 통해 이 문제에 대응하자는 의견이 올랐고, 능곡 제1초교 개교지연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시흥시장, 시흥교육장 등과의 면담을 시작했다. 그러나 모두 난색을 표명했다. 이에 입주예정자들이 직접 시공사의 협조를 얻어 학생수를 묻는 설문지를 모든 세대에 발송했다. 그 결과 정확히 학생수가 선정돼 '능곡 제1초교' 개교의 필요성을 경기도교육청에 자료로 제출, 개교를 예정대로 이끌 수 있었다.

▲ 시흥시에서 처음으로 시정정책토론회를 이끌어냈다. ⓒ 김영주



2007년 4월 21일 경기도교육청에서 '능곡 제1초교 2009년 3월 학교설립'을 확정했다. 정확히 한 달 만에 이끌어낸 성과였다. 상급기관의 눈치를 봤던 시흥시청과 시흥 교육청에서 오히려 주민들에게 '발 빠른 대응을 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대신하는 현상도 연출됐다.

입주예정자들도 초등학교의 정상적인 개교소식에 맘껏 기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2007년 4월 23일 능곡지구의 젖줄인 두일천 일대로 가스충전소를 설립할 수 있는 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났다. 두일천은 앞으로 입주자들이 자전거, 조깅, 인라인, 산책 등을 하게 되는 허파와도 같은 곳이다. 연합회는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소하천 주변으로 건립되는 가스충전소 설립의 부당성을 알리는 성명서를 냈다. 또한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조목조목 따지는 불법성과 부당성에 다시 심의위원회가 열려 '가스충전소 우선순위 결정이 취소' 됐다. 심의위가 다시 개최되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해 9월에는 지역난방 문제가 논란이 됐다. 능곡지구를 제외한 채 장현, 목감지구 만이 지역난방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같은 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능곡지구를 제외할 수 있느냐, 는 입주예정자들의 볼멘 목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 지역난방을 요구하며 한국토지공사 경기지역본부 관계자와 면담하고 있는 모습 ⓒ 김영주



이유는 장현, 목감지구는 2012년 준공예정으로, 능곡지구만으로는 지역난방을 운영할 만한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다. 연합회는 "사업성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문과 함께 지역난방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지역난방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당장 각 단지별 공사변경에 따른 공사비 7백만원, 삼천리 기투자 유휴시설 보상비 30억원 등 세대별 비용부담은 물론 분양받은 단지 1,500세대에 대해 80%의 동의서를 얻어야 했다. 이에 전 세대별 동의서를 얻기 위한 지난한 노력이 있었지만, 시공사의 공사지연 압박과 기간촉박 등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러한 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현, 목감지구의 지역난방을 위한 열병합발전소 사업자 선정이 시작됐다. 문제는 열병합발전소 건립부지가 바로 능곡지구 바로 앞이라는데 있다. 바람의 영향으로 볼 때 모든 오염원들이 능곡지구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내 집은 지역난방이 안 되는데 관련 오염원들은 그대로 받아야 할 처지이니, 반대 입장이 불거진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 5월1일 노동절 시흥시청앞 집회 ⓒ 김영주



여기에 입주예정자들을 당혹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일이 발생했다. 바로 능곡공영차고지이다. 현 신안아파트 앞이다. 불과 30m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30여 대의 버스가 주정차하게 되는 공영차고지라... 주민들이 몰랐을까, 몰랐다. 분양 팸플릿과 모델하우스에는 '버스정류장'으로 표기돼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시행자와 시공사를 상대로 따져 물었지만, 서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건 명백한 사기분양"이라며 헌법 소원을 냈지만, 해결은 요원한 일이었다. 열병합발전소와 능곡공영차고지 건립을 철회하라는 각종 청원이 이어졌다. 또한 각종 집회시위와 촛불문화제를 주민들의 힘으로 이뤄냈다.

참고로 '사기분양' 같은 예는 또 하나 있다. 바로 2009년 하반기 착공하게 되는 소사-원시선의 연성역이다. 분명 팸플릿에는 내 집 앞에 있다. 그런데 실시설계 계획을 보면, 능곡지구 앞으로 아예 출입구가 없다. 39호선 길 건너편에 있는 것이다. 장현 지구 쪽으로 설계된 것이다. 39번 확장도로 건설로 지하차도와 전철이 겹치기 때문에 길 건너 편 출입구에서 능곡지구로 오려면 수십 번의 계단을 오르내려 족히 30분은 걸릴 듯 하다. 집 앞 5분 거리 연성 역은 저 너머에 있는 것이다.

▲ 능곡공영차고지 및 열병합발전소 반대 촛불문화제 ⓒ 김영주



연합회가 활성화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런 각종 현안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많은 일들이 2007년 한 해 수없이 터져 나왔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은 입주예정자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2007년이 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해였다면, 2008년은 능곡지구의 기반조성 및 각 아파트별 자재 등을 점검해 나가는 기간이었다.

지난해 시흥시 택지개발지구팀과 한국토지공사 시흥능곡사업소, 연합회는 합동으로 6월, 8월 두 차례 능곡지구 전반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다. 그 결과 100여 가지 이상의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내가 들어갈 살 집이니, 이곳저곳 꼼꼼히 살폈다. 입주예정자들은 *능곡진입 주도로 문주(조형물) 설치 *공원 내 조각상 등 미술작품 설치 *보행자 및 자전도로 폭 개선 *위험한 육교 개선 *능곡지구 내 모든 공원 안 식수대 및 그늘막 설치 *도로변 완충녹지 추가식재 *청소년수련관 부지 CCTV 및 운동기구 설치 *능곡지구 내 조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행사인 한국토지공사는 떠날 생각만을 했다. 토공측은 도로(68개 노선), 특수구조물(교량, 지하차도), 가로등, 신호등, 상수(관로, 배수지), 우수(관로, 박스, 저류지), 오수(관로, 수질복원센터, 오수중계펌프장), 공원녹지(하천, 공공공지, 저류지, 광장) 등에 대한 시설물을 시흥시청에서 인수인계 하도록 요구했다.

▲ 한국토지공사 시흥능곡사업소를 찾아 부실한 공사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김영주



이를 연합회에서 제지했다. 즉 시흥시청에 '공공시설물 인수인계'를 늦추도록 한 것이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된 이후에 인수인계를 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시흥시에서 모든 예산을 들여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시흥시도 이를 받아들여 일부 도로, 가로등에 대해서만 인수인계를 했다.현재 능곡G센트럴시티에는 2,220세대(37.4%)가 입주했다. 능곡지구는 아직 '여전히' 문제이다. 위험한 경사로 재시공, 중앙공원 내 조경 재식재, 도보 재시공 요구 등 다시 수정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민들이 이뤄내 온 것들은 무리하거나, 부당하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시흥시에서 평생을 살고 싶은 입주자들의 작은 바람일 뿐이다. 또한 관련 기관에서 마땅히 했어야 할 일들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컬쳐인시흥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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